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강론자료

루가복음 11,1-13 (2016. 7. 24. 연중 1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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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korangpo] 쪽지 캡슐

2016-07-22 ㅣ No.2110

어느 날 예수가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가 기도를 마치자 제자들 중 하나가 그에게 말하였다. “주님, 요한이 제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예수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기도할 때 이렇게 말하시오. 아버지, 당신의 거룩한 이름이 드러나게 하시며,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날마다 저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십시오. 저희가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십시오.’”

 

예수는 기도의 모범이며 기도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예수에게 기도하는 법을 물은 것은 매우 훌륭한 태도이다.‘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은 하느님의 아들 또는 하늘나라의 제자를 가리키는 상징어이다.‘이름은 어떤 대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아버지는 아들을 통하여 세상에 드러난다. 하늘나라의 양식은 성령이다. ‘다른 사람을 용서함은 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이며 죄의 용서는 죄가 허상임을 깨닫는 사건이다. ‘유혹은 사탄의 작용인데, 사탄은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욕망의 콤플렉스를 가리킨다. 사탄은 실체가 아닌 허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예수의 기도는 성령을 청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한은 제자들에게 어떤 기도를 가르쳤을까? 예수의 기도에 비추어보면 요한의 기도는 죄의 용서를 청하는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한은 회개를 촉구한 예언자이다. 회개란 죄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깨닫고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행위이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한 사람에게 반드시 성령을 내려주신다.

 

 

예수는 다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중에 누가 한 밤중에 친구의 집에 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합시다.‘여보게, 빵 세 덩이만 꾸어 주게. 내 친구가 길을 가다가 내 집에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그 친구는 안에서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귀찮게 하지 말게. 벌써 나는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어서 아무것도 줄 수가 없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그가 친구라는 것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가 끈질기게 졸라대기 때문에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것을 다 줄 것입니다.

 

한 밤중은 내면(內面)의 깊은 어둠을 가리킨다. 하늘나라는 자신을 부정하는 사건이므로 캄캄한 한 밤중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았다. ‘이웃 친구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으시지만 사실은 바로 이웃에 사는 친구처럼 가까이 계시다.(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 - 창세기 33:11) ‘길을 가는 친구는 인생길을 가고 있는 자신과 이웃이며, ‘빵 세 덩이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다.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는 많은 백성들이 하느님과 함께 안식을 누리고 있음을 가리킨다.(예수는 자고 있었다. - 마태오 8:23, 나는 인장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십사만사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 요한묵시록 7:4) ‘끈질기게 졸라대는 것은 자신의 전체를 기울여서 하느님과 씨름하는 사건을 가리킨다.(‘하느님과 씨름하는 야곱- 창세기 32:23-33) 친구에게 빵 세 덩이만을 달라고 하였는데 친구는 필요한 것을 다준다. 이를 풀어 말하면, 성령은 자신과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다스리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청하시오, 여러분은 받을 것입니다. 찾으시오, 여러분은 발견할 것입니다. 두드리시오, 문이 여러분에게 열릴 것입니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발견하고, 두드리는 이에게는 문이 열릴 것입니다.

 

목적어를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목적어를 강조하는 수법이다. 실천적으로 기도하지 않으면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정답을 말하면, 청하는 것은 성령이며, 찾는 것은 참된 자아(아들)이며, 열리는 것은 아버지의 나라(하늘나라)의 문이다. 아버지와 성령은 보이지 않지만 하늘나라의 제자는 성령이 주는 자아의 깨달음을 통하여 아버지를 뵙는다. 하늘나라는 바로 이 사건을 가리킨다.

 

 

여러분 중에 어떤 아버지가 생선을 청하는 아들에게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습니까?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습니까? 여러분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아는데, 하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생선은 성령의 지혜, ‘은 사람의 지혜이다. 생선은 오병이어에 등장하였던 그 생선이며 뱀은 창세기 에덴동산 설화에서 등장하였던 그 뱀이다. ‘달걀은 생명이며 전갈은 죽음이다. 뱀과 전갈은 거짓 스승들이 하느님의 지혜인 양 가르치는 사람의 지혜를 가리킨다. 그들은 死後의 복락을 약속하면서 추종자들로부터 재물과 명예를 취한다. 아예 물물교환으로 헌금을 많이 내면 현세에서는 갖은 복을 누리고 죽어서는 천국에 간다고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생선 대신에 뱀, 달걀 대신에 전갈을 주는 못된 아버지와도 같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하느님의 생각을 도저히 알 수 없다. '여러분은 악하다.'라고 한 것은 하느님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죄와 죽음에 빠져 있음을 말한다. 말하자면, 영원한 영적 생명을 누려야 할 존재가 동물적인 육적 생명을 누리는 데 그치는 것은 악한 행동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이 동물적 본능에 따라 자녀가 육정 생명을 영위하도록 모든 도움을 주는 것처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아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세상에 통달하는 지혜를 내려주신다. 하늘나라는 늘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하느님이야말로 단 한분의 참된 스승이시다.

 

쉽고도 깊은 예수의 가르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독자는 부디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음미하면서 성공적으로 기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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