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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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값진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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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련 [jimi]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2

[1999년 6월호 좋은느낌, 좋은만남]

 

값진 졸업장

 

 

  나이 사십에 넘도록 부모가 없는 소녀원의 아이들을 '조카'로 키워 왔던 김진태 씨. 다음은 그 조카 중의 한 명인 진영이의 졸업식 이야기다.

 

  진영이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다 특수절도죄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했던 아이다. 문제아인 데다가 결석 일수가 많아 학교에선 도저히 관리가 어렵다며 퇴학을 요청했던 아이. 앞으로 절대 결석하는 일이 없을 거라며 울며불며 사정하게 만들었던 아이.

 

  한번은 정말 약속한대로 종아리 30대를 맞고 반드시 중학교를 졸업하겠다고 다짐을 받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결석을 했다며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잔뜩 벼르고 집에 들어서니 진영이가 태연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야, 박진영 일나보거래이" 순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진영이의 뺨을 한대 때렸다. '내가 조금 심했구나'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나 속이 상해 어쩔수가 없었다. "삼촌 잘못 했어예. 하지만오 지도 우짤 수 없었어예. 친구가 아프다 캐 갖고 옆에 있어 줄라꼬 학교 안 간 기라예." 그리곤 마냥 서럽게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진영이는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정도 많았고 가장 정의로운 아이였다. 난 내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 진영이를 와락 글어 않고 간신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얼마 전 진영이는 값진 졸업식을 맞았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진영이가 학교에서 배운 사물놀이로 공로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수많은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하게 상까지 받아 자랑스럽게 삼촌 앞에 내민 진영이. 그 날 힘겹고 힘겹게 지내온 3년 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졸업장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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