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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인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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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7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인간학


노년에 이른 칸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철학의 주제를 4가지 질문으로 요약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이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이렇게 3가지 질문으로 정리한 뒤,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자신의 철학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지식론에 관계된다. 즉 인간의 앎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지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행위에 관한 질문, 즉 도덕과 윤리에 관한 주제로 다루어진다. 세 번째 질문은 믿음과 종교에 관한 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두를 그는 3대 비판서를 비롯한 다른 철학 저서를 통해 밝혔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칸트는 이 모든 주제는 결국 4번째 질문으로 귀결되며, 그 질문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마지막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이다.

그렇다. 철학의 모든 주제와 질문은 결국 이 마지막 문제로 종합된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인간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어쩌면 철학은 물론 모든 학문은 결국 인간이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철학적 학문은 오직 인간만이 하는 질문이며,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동물은 철학하지 않는다. 아니 철학하지 않을 것이다. 신과 천사도 학문하지 않는다. 그럴 까닭이 없을 테니까. 오직 인간만이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는다. 그러기에 인간은 이 질문과 해답의 길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인 존재일 것이다. 인간은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매듭지을 때까지 이 물음을 묻고 또 답하며, 그 답을 다시금 의심하면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존재이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그러기에 온갖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하려 시도하지만, 결국 철학이란 인간이 자신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자기이해의 과정이다. 자기이해라 말하는 까닭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해하며, 그 이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철학하는 존재이다. 다만 철학자들은 체계적이며 분명하게 주제를 가지고 철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명확히 의식하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철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은 인간만이 하는 학문이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철학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인간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며, 그 이해 안에서 그 사람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그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미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는 낯선 이웃이거나 지금 고통받고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가하는 문제는 결국 내가 나를 이해하는 철학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문인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16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 가톨릭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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