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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78: 성령의 궁전인 교회(797~81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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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13 ㅣ No.2523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78. 성령의 궁전인 교회(「가톨릭 교회 교리서」 797~810항)


성령의 불은 우리가 순종하지 않으면 꺼진다

 

 

스페인의 산 바르톨로메 데 티라하나 성당의 성령 이미지 스테인드글라스. 믿는 이들 안에 살아계시고 교회 일치의 원리가 되시는 성령께 순종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힘을 잃고 분열하게 된다.출처 위키미디어예수님은 ‘머리’이시고, 교회는 그분의 ‘몸’입니다. 머리와 몸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하나의 인간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심장’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심장과 그것에서 나오는 ‘피’는 머리와 몸을 하나로 연결하는 ‘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머리와 몸은 생존할 수 없고 하나가 될 수도 없습니다.

 

‘성령’도 심장처럼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몸인 교회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모든 지체가 서로, 그리고 그 으뜸이신 머리와 결합하는 것은 숨은 원리로서 그리스도의 성령의 작용으로 보아야 한다”(797)라고 말합니다. “성령께서 온전히 그 머리 안에 계시며, 온전히 그 몸 안에 계시고 또 온전히 각 지체들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797) 성령은 심장처럼 당신 일치의 에너지를 머리에도 보내고 몸의 각 지체에도 보냅니다. 성령께서는 교회가 참으로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하게 하여, 교회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 6,16)이 되게 하십니다.

 

성령의 힘으로 머리와 일치된 ‘몸의 지체들’은 머리와의 일치 덕분으로 각자의 역할 안에서 서로 일치합니다. 교회는 “믿는 이들 안에 살아계시는 성령께서는 온 교회를 가득 채우시고 다스리시어 신자들이 저 놀라운 친교를 이루고 모든 이를 그리스도 안에서 깊이 결합시키시어, 교회 일치의 원리가 되신다”(813)라고 가르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사들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성령의 활동을 통하여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당신 몸으로 만드십니다.”(805) 이렇듯 성사를 통해 오시는 성령께서는 당신 사랑의 끈으로 그리스도와 교회는 물론이요, 교회의 구성원들도 서로 사랑하게 하시어, 하나가 되게 하십니다. 성령은 “일치의 원리”(813)입니다.

 

교회 내의 신자 간의 분열은 성령의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이 때문에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1테살 5,19)라고 충고합니다. 성령의 불이 꺼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들 안의 성령의 불이 약해질수록 교회 안의 분열도 커집니다.

 

성령은 몸의 심장과 같습니다. 심장이 약해지는 이유와 성령의 힘이 약해지는 이유는 그래서 같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선 심장이 약해지는 이유를 봅시다. 심장이 약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이 머리에 순종하지 않아서입니다. 몸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을 때 심장은 무리하게 됩니다. 폭식, 게으름, 과음,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은 머리가 원하는 몸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도 몸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을 때 심장까지 약해집니다.

 

교회 내의 성령의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약해집니다. 몸이 머리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을 ‘죄’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몸의 단일성에 상처를 입히는 분열은 분명히 인간들의 죄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817)

 

만약 가족 간의 일치를 도모하기 위해 주일에 미사에 빠지고 휴양지로 놀러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가족 간의 일치가 더 끈끈해질까요? 놀러 가서 싸웁니다. 더 큰 분열이 옵니다. 가정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불순종하고 있어서 그 가정 안의 성령의 힘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의 성령의 힘도 머리에 대해 불순종하여 죄를 짓는 이들에 의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자들은 우선 눈에 보이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에게 순종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교회는 신자들에게 항상 “교회 목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그들에게 불순종해서는 안 된다”(801)라고 가르칩니다. 분명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지만, 또 교회 안에서는 성사를 집행하는 성직자들이 그리스도를 대리하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가장 완전하게 믿음의 순종을 실천하신 분”(148)이십니다. “믿는다는 것은 성령의 은총”(154)으로 주님 뜻에 순종함을 말합니다. 모든 “덕은 구원을 위한 성령의 활동에 대한 순종의 결과”(2516)입니다. 순종이 없으면 일치도 없습니다. 일치하지 못하는 교회는 선교의 힘을 잃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 구성원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당신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요한 13,35 참조) 각자가 짓는 죄가 각자가 속한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7월 12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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