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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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05 ㅣ No.1338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

 

 

혼인의 신비

 

혼인과 혼인 생활이 어렵고 힘든 세상입니다. 주변에서 결혼하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점점 쉽지 않습니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혼인 건수가 19만 2000건이며, 이혼 건수는 9만 3000건입니다. 부부의 위기를 실감합니다. 혼인의 위기는 공동체의 위기입니다. 혼인으로 결속된 가정은 인간 삶의 기본 공동체입니다.

 

가정 공동체의 해체는 인간 공동체의 해체를 초래하는 위기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생명 탄생은 부부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공동체적 삶의 훈련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부부의 위기와 가정의 해체는 인간 삶의 기초를 근본에서 무너지게 할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부부의 위기, 가정의 해체, 출생률의 저하, 공동체 의식의 소멸, 각자도생의 삶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거룩한 일입니다. 인간 삶의 신비들 가운데서 어쩌면 가장 고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교회는 혼인을 성사로 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은 하느님 사랑의 은총이 드러나는 일입니다. 인간의 사랑 가운데 하느님 사랑의 헌신적 측면을 닮은 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면,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은 부부 사랑입니다.

 

부부 사랑은 존재와 존재, 인격과 인격의 일치를 보여주는 사랑입니다. 부부 사랑은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거룩해지고 풍요로워지며 명료해집니다. 이는 영적이며 헌신적인 ‘애정의 결합’으로 우정의 따스함과 육체적 사랑의 열정이 합쳐진 것이지만, 감정과 열정이 식어 버려도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사랑의 기쁨’, 120항).

 

혼인은 친교와 일치의 신비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혼인은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혼인은 소중한 표징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혼인성사를 거행하면,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그들 안에 반영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 안에 당신 모습과 당신 사랑의 지울 수 없는 특징을 새겨 주십니다. 혼인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의 모습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도 친교이십니다. 세 위격,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언제나 완벽한 일치를 이루시며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혼인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배우자 두 사람을 유일한 하나의 존재로 만드십니다”(121항).

 

성사는 지금 여기서 하느님 은총의 신비를 드러내는 사건이지만 또한 동시에 종말론적 완성을 향한 여정입니다. 혼인성사는 하느님 사랑의 충만한 표징이지만 동시에 완성을 향한 역동적 과정을 요청합니다. 혼인성사의 완성을 향한 두 사람의 점진적이고 역동적인 노력의 여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한계가 있는 두 사람에게 그리스도와 그분 교회의 일치를 완벽하게 재연하라는 엄청난 짐을 지워서는 안됩니다”(122항). 혼인 생활은 완성을 향한 여정입니다. 때때로 숱한 어려움과 힘듦이 다가올지라도, 혼인성사의 은총에 도움을 구하면서, 점진적인 통합과 일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여정의 삶 - 계약과 우정

 

혼인은 계약입니다. 혼인은 “모든 삶을 함께 나누고 만들어 가겠다는 굳건한 서약”(123항)입니다. “혼인 서약으로 늘 견고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결합은 전통이나 사회적 절차 이상의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123항). 혼인은 서약에 대한 충실성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요청합니다. 부부 사랑은 계약과 신뢰 안에서 성장합니다.

 

혼인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계속되는 사건입니다. 부부 사랑은 평생 동안 이어져야 하는 사랑입니다. 부부 사랑의 여정은 “거듭나게 하며 새롭게 하고 늘 다시 시작하여야 하는 평생의 도전”(124항)입니다. 감정과 열정으로서 사랑은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세상의 문화는 자주 이기적이고 쾌락 지향적이며 변덕스럽고 일시적인 사랑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질곡 속에서 부부 사랑을 지속되게 하고 성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다양한 변주가 필요합니다.

 

사랑은 우정의 변주를 통해 성장합니다. “부부 사랑은 가장 훌륭한 우정입니다. 부부 사랑은 좋은 우정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결합입니다. 이 특징에는 상대방 행복의 추구, 상호성, 친밀함, 온유함, 견고함, 그리고 함께 사는 친구 사이의 유사성이 있습니다”(123항).

 

혼인은 서로의 사랑이 “올바르게 표현되고 또 진보하고 성숙하도록 세워진 것”(125항)입니다. “부부는 언제나 상호 존중으로 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함께 나눕니다”(125항). 부부 사랑은 상호 존중 속에서 성장하고 완성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놓치면 부부 사랑은 억압과 굴레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부부 사랑의 미학

 

사랑의 기쁨은 마음의 확장입니다. 부부 사랑은 마음을 열고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긴장과 휴식, 고통과 자유, 만족과 갈망, 좋은 일과 힘겨운 일을”(126항) 함께 공유하는 일입니다. 부부 사랑의 기쁨은 “함께 즐길 줄 아는 능력을 확대”(126항)시키는 일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내면의 거룩함”(127항)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욕구를 초월하는 그 사람의 인격적인 본질이 지닌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깊이 바라보고 존중하는 기쁨을 의미합니다”(127항). 이러한 사랑의 기쁨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온유함이 필요합니다. 온유함만이 “우리가 상대방을 충분히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그의 자유를 빼앗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도록”(127항)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길을 통해 드러납니다. “사랑은 우리의 눈을 열어주어 우리가 모든 것을 뛰어넘어 한 인간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128항). “사랑의 미학적 체험은, 상대방이 병약하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외적인 매력이 없다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그를 목적으로 여기는 눈길을 통해 표현됩니다”(128항). 사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을 때 많은 상처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128항). 부부는 서로 “바라보는 사랑의 기쁨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129항).

 

사랑의 “기쁨은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 새로워집니다”(130항). 때때로 함께 겪는 고통과 시련은 사랑을 단단하게 합니다. 부부는 고통과 시련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서로의 사랑을 더 깊게 완성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 얻은 것에서 나오는 기쁨보다 더 심오하고 황홀한 인간적 기쁨은”(130항) 없기 때문입니다.

 

“여보, 당신이 실패라는 기다란 얼굴을 하고 졸고 있을 때, 얼굴에 긴 그늘을 끌고 올 때, 그늘이 당신 옷소매와 소파 구석구석을 적실 때,// ······ // 당신 안에서 당신의 기울기를 느끼며// 아름다운 건 실패에 실패할 기회를 꿈꾸며 조는 탓이라고,// 여보, 잠잘 때 잠들 수 있다면/ 꿈을 팔아 잠 한필 살 수 있다면/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박연준의 시, ‘잠과 꿈’에서>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8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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