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변화] 7년 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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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37

7년 만의 만남

 

 

며칠 전 퇴근길에 창원 시청 부근을 지나다가 1톤 화물트럭과 맞닥뜨렸다. 상대편에서 클랙슨을 울리며 손짓까지 하는 통에 일단 도로 옆으로 차를 세우고 트럭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아저씨, 무슨 일이 있습니까?"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는 대뜸 내게 인사를 하더니 "저, 모르시겠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자 다시 물었다.

 

"혹시 산청군 단성면 파출소에 근무하신 최순경 님이 아니십니까?"

 

그제서야 7년 전 새벽 순찰 중에 만났던 트럭기사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1993년 8월, 초임 순경으로 임용되어 파출소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112 순찰차량으로 새벽 업무를 보는 중에 남사리 고갯마루 부근을 지날 때쯤 반대편 차로에서 내려오던 화물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급한 상황에 처한 나는 핸들을 급조작하여 가까스로 대형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트럭을 길 가장자리에 세워 중앙선 침범 스티커를 발부하고 운전면허 정지 30일을 부과했다. 당시엔 법규를 어긴 운전자와 경찰을 관계로 만났던 터라 더없이 마음이 불편했을텐데, 7년 만에 다시 만난 그 기사는 한눈에 나를 알아보고는 그 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땐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하는데도 냉정히 거절하는 최순경 님이 정말 미웠습니다. 그런데 그 얼마 뒤 사촌형님이 상대편 차량의 중앙선 침범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요. 그 뒤로부터는 난폭한 운전습관을 바꾸고 지금까지 작은 사고 하나 없이 모범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최순경 님 덕분입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팔다 남은 거라며 귤 한 봉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경찰관 생활 7년 만에 만난 뜻밖의 기쁨이었다.

 

[좋은 생각, 2000년 5월호, 최홍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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