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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GMO와 자연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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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09 ㅣ No.110

[과학과 신앙] GMO와 자연의 질서


유전자 변형 식품이라는 말은 누구나 뉴스 또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 GMO는 요즘도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이지만, 이제는 다들 알고 있다보니 매스컴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는 듯합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과 같이 유전자에 조작을 가해 개발자가 목적한 특성을 갖도록 만든 생물체를 통틀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번식이 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LMO(Living Modified Organisms)라고 더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GMO는 식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식물 분야, 동물 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GMO의 시작

위에서 ‘개발자가 목적한 특성’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가장 처음 개발을 시작하게 된 목적은 무엇일까요? 모두들 알고 있듯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세계인구는 끊임없이 증가하여, UN의 세계인구 예측에 따르면 207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전까지는 식량증산을 위해 경지면적 확대, 화학비료와 농약을 통해 통일벼와 같은 다수확 품종을 재배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지만, 지구상의 농지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잔류농약 등에 따른 안정성 문제가 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소비자의 식품기호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여, 식량자원의 품종개량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 방법으로 원하는 특성을 지닌 유사한 종들을 교배하여 생성된 잡종 가운데 목적하는 품종만을 찾아내는 재래식 품종개량이 등장하게 되는데, 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원하는 특성을 지닌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직접 삽입함으로써 목적하는 품종만을 바로 얻을 수 있고, 삽입하고자 하는 유전자는 종을 뛰어넘어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품종개량의 폭이 훨씬 넓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소요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유전자 변형(GM) 작물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량 확보를 위한 GMO 활용

실제로 식량 해결을 위한 연구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 인구들을 감당하고자 사막과 같은 건조한 지역, 염분이 있는 간척지, 폐광산 지역, 공해지역 등 식물이 살기 어려운 조건에서 환경스트레스에 저항하여 자랄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식물을 개발하는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겨울을 나곤 합니다. 이때 식물의 가지는 물기가 거의 없이 말라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식물의 씨앗들은 물기 없이 말라있다가 적당한 온도와 습도의 환경에서 싹을 틔웁니다.

이렇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분만 유지한 채 생명활동을 잠시 정지하고 있는 상태를 휴면이라고 하는데, 과학자들은 식물이 위와 같이 환경스트레스에 저항하여 휴면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주목하여 극한 환경에서도 식물들이 환경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랄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수가 빈번하여 침수가 잦은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GM 작물을 개발하고자, 아프리카의 일부 품종의 벼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하여 완전히 침수된 상태에서 벼가 휴면상태에 들어가도록 만들어 범람한 물이 빠질 때까지 에너지를 절약하였다가 홍수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침수에 잘 견디는 목화 등 다양한 홍수 저항성 작물을 개발하였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사막과 같은 건조한 지역이나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 호르몬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건조한 지역에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 염분이 많은 간척지에서도 벼를 재배하려고, 벼 뿌리의 특정세포에서 염분 수송단백질을 증가시키도록 유전자를 변형하여, 비교적 염분의 피해가 적은 뿌리에 염분이 축적되어 염분에 취약한 잎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GM 벼도 개발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식물이 뿌리에 염분을 축적하게 되면 염분이 남아있는 간척지에서 식량생산이 가능하게 되고, 건조한 지역의 토양에 축적된 염분을 제거하는 효과를 얻어, 다음 농사에 도움을 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작물에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대사 관련 유전자를 추가로 도입하여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면 식량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동물 분야에 적용된 GMO의 폐해

식물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동물 분야에서도 GMO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1982년 미국의 연구팀에서 보통 쥐보다 덩치가 2배 정도 큰 슈퍼마우스를 탄생시킨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2007년에는 말라리아에 저항하는 GM 변종모기가 개발되었고, 2009년에는 GM 염소로부터 얻은 동물 유래 의약품인 에이트린(ATryn, 선천성 항트롬빈 결핍증 치료제) 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지원 아래 이루어진 생명공학 프로젝트에서 사람의 장기이식용 유전자 변형 복제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GMO 기술에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GMO 기술이 발전되면서 그 생물학적 성질을 완벽히 알 수 없는 새로운 DNA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새로운 DNA의 성질과 잠재적 위해성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례로 1989년에 GM 트립토판 제품이 미국에서 다이어트 보조식품으로 판매되었는데, 판매가 시작된 지 몇 개월 만에 40여 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의 장애인이 발생하였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조사결과 유전자 변형이 원인이 아니라 트립토판 제조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침입한 것으로 판명되기는 하였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유포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됩니다.

그리고 과거 1984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 받은 신생아가 20일밖에 생존하지 못한 것과, 1999년 미국에서 35세의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가 개코원숭이의 간을 이식받았지만 2개월 뒤에 동물들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 등은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특히 GMO 동물이 식용 동물로 개발되기도 하였는데, 이 분야에서는 경제성, 안정성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어, 현재는 거의 의학용 GMO 동물로만 연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느님은 GMO를 어떻게 보실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GMO 기술이 어떤 부분에서는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고,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신앙인의 눈으로 GMO 기술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일반 작물의 경우, 조건이 불리하든 유리하든 모두 하늘에서 정한 질서를 따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소개한 GM 작물들과 GM 동물들은 인간들의 지식이 가미되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따라서 어찌 보면 하느님의 창조정신에 위배될 위험이 큽니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고
… 이제 내가 세상에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살덩어리들을 없애버리겠다.
… 그리고 온갖 생물 가운데에서, 온갖 살덩어리 가운데에서,
한 쌍씩 방주에 데리고 들어가, 너와 함께 살아남게 하여라.”(창세 6,11-19)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개발을 일삼은 결과 환경이 파괴되고,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여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노아 시대에 왜 홍수로써 타락한 인간들을 멸망시키고자 하였는가에 대해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노아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 한 쌍씩을 방주에 태워 종의 번식을 유지하도록 하신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그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GMO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의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강신원 토마스 아퀴나스 - 부산대학교 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산울산지역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산센터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2년 5월호, 강신원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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