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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이 하느님을 노래할 때: 우주는 하느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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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69

[과학이 하느님을 노래할 때] 우주는 하느님을 말한다

 

 

흔히 과학과 신앙을 서로 대치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과학은 하느님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로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우리 인간의 이성으로 논증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안셀모의 존재론적 논증, 토마스 아퀴나스의 우주론적 논증, 페일리의 목적론적 논증, 칸트의 도덕적 논증, 존 힉크의 종교체험(경험)적 논증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자연 계시’를 화학과 물리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로 바라보려 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 업적인 대자연의 삼라만상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파견하셔서 당신의 계획을 계시하셨다. 계시는 하느님이 당신의 업적과 말씀을 통해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심을 의미하며, 따라서 우리는 계시를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게 된다.

 

계시에는 ‘자연 계시(간접 계시)’와 ‘직접 계시’가 있다. 자연 계시는 ‘대자연’과 ‘인간의 양심’을 통해서 하느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이신 것이고, 직접 계시는 구약시대에는 예언자들을 통해서(히브 1,1),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히브 1,2), 그 뒤에는 사도들을 통해서 알려주신 것이다(히브 1,1-2; 1디모 2,5; 2베드 1,21).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며, 창조물을 통해 당신의 영원한 흔적을 인간에게 보여주셨다. 이에 따라 우주의 본바탕을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에 관한 학문인 화학과 물리학의 상식적 개념과 원리로 과학적인 관점에서 자연 계시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영적 존재이시며, 인간의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신 데 반해, 자연과학은 자연계에 있는 경험적 존재의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하느님은 자연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초경험적인 하느님 자체를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경험(관측)의 대상인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우주의 운동과 질서 등의 관측 결과를 사실에 입각하여 과학적인 모순이 없이 논리적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추리하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이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의미다.

 

진리는 정리(定理)와 공리(公理)로 나눌 수 있다. 정리는 반드시 증명할 수 있는 진리이며, 공리는 증명할 수는 없지만 논리적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 자명한 진리로 승인되어, 연역적인 이론적 체계를 출발점으로 하여 설정되는 규약이다. 자연과학의 기초 학문인 ‘열역학’도 증명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니고 공리에 해당하는 진리다.

 

하느님은 자연과 시간과 공간과 인과율을 초월한 초경험적 존재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검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하느님의 현존은 공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의 보존’과 하느님

 

우주는 본질적으로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고 보존된다. 물질의 과학은 화학이고, 에너지와 그 변환을 연구하는 학문은 물리학이다. 1808년에 영국의 돌턴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원자설을 발표하였다. 이것이 근대 화학의 초석이 되었다. 그 후에 원자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미시입자의 구조와 상호 작용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체계인 ‘양자론’이 확립되었다.

 

원자의 세계를 연구한 결과 무수히 많은 미시세계(원자나 분자의 세계)는 전부 공통적인 질서를 가지고 있고 거시세계에 못지않게 신비스러운 질서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법칙과 거시세계의 법칙은 아주 상이하다. 미시세계에 대한 역학은 ‘양자역학’이고, 거시세계에 대한 역학은 ‘고전역학’이다.

 

원자의 존재를 확신하는 논리적 근거가 주어지고 그것이 정량적 실험으로 검증된 것은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아지에(Lavoisier, 1743-1794년)가 1772년에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19세기 초까지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였다. 질량 보존의 법칙은 “모든 화학 반응에서 반응 물질의 전체 질량은 생성 물질의 전체 질량과 같다.”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보존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이라고 하는 귀납적 결과가 알려졌다. 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에너지는 한 형태의 에너지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지만 에너지의 창조나 소멸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며 보존된다. 이에 바탕을 둔다면 어떤 물체든 결코 있다가 없다가 할 수 없고,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곧 존재는 존재이고 무존재는 무존재이다.

 

“모든 결과는 원인을 요구한다.”라는 것이 인과율(因果괹)이다. ‘원인’은 자기 능력과 행동과 작용으로 무엇을 하는 능동적인 것이고, ‘결과’는 그 원인의 작용에 의해서 무엇이 이루어진 수동적인 것을 의미한다.

 

인과율은 모든 자연과학의 근거가 된다. 우주에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하고 보존된다는 결과의 사실은 반드시 원인이 있어야 하며, 이 원인이 바로 조물주, 곧 하느님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이 우주의 존재는 하느님에 의해서 창조된 결과이다.

 

 

우주의 운동과 하느님

 

우주는 정적인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동적인 상태에 있다. 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힘의 작용이며 에너지의 공급이다. 정지 상태의 물건이 힘의 작용이나 에너지의 공급 없이 운동 상태로 변해갈 수 없다. 뉴턴의 관성 법칙(운동의 제1법칙)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의 작용이 없는 한 영구히 정지해 있고, 힘의 작용을 받아 운동하면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자연계의 모든 물체는 자력(自力)으로 운동하고 멈추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수동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우주를 움직이게 한 원동자, 곧 하느님을 부정할 수 없다.

 

자연은 대폭발(big bang)에서 시작되었고, 시작이 있으면 끝(종말)이 있게 된다. 따라서 자연은 반드시 시작과 변화와 끝이 있다. 그런데 자연과 시간은 우주의 개벽인 대폭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대폭발의 원인인 하느님은 자연과 시간을 초월하며, 또한 시간과 연관성이 있는 공간도 초월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자연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분이시기에 영원하시고(곧 시작도 변화도 끝도 없으시고) 무량(無量) ·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신 분이시다.

 

모든 물질은 구성 성분들이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조립되어 이루어진 것이며, 화학종들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곧 미시세계의 원자로부터 거시세계의 물질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규칙 아래에서 조립되어 운동하고 있다. 이러한 조립이나 질서 있는 운동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물질세계의 조립과 운동과 질서는 하느님의 설계와 섭리에 따른 자연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떠한 작품과 결과도 결코 우발적으로 생겨날 수 없으며 인과의 원칙에 따라 원인이 있어야 한다. 사실상 물질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쌓이는 것은 원자 · 이온 · 분자들의 크기나 성질, 온도 등에 의하여 자연법칙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자연법칙에 관해서는 다음의 ‘우주의 질서와 하느님’에서 논의한다.

 

 

우주의 질서와 하느님

 

원자의 세계에서 천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에는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질서가 있다. 그런데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엔트로피(Entropy)란 ‘무질서’에 해당하는 과학적 용어이다. 따라서 우주의 ‘무질서도’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질서에 반해 질서와 정돈으로 가는 비자발적 과정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어떤 힘이 작용하여 일을 해주어야 한다(일=힘×거리). 예를 들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자발적 과정이고,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은 비자발적인 과정이다. 만일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하려면 어떤 힘이 작용하여 일을 해주어야 한다. 대폭발(big bang)로부터 우주의 비자발적 과정을 일어나게 한 것은 누군가 힘을 작용하여 일을 한 것인데, 이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다.

 

그리고 질서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배후에 ‘지성’이 있어야 한다. 우주의 질서를 위하여 배후에는 대주재자의 ‘지성’과 ‘섭리’가 있어야만 한다. 질서는 목적과 조화라는 관념 자체로 보아 지성에서 생겨난 것이며, 막연한 혼돈 상태에서는 우발적으로 나올 수 없다. 자연법칙은 우주의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절대자 하느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요컨대 사회법의 입법자는 인간이고 자연법칙의 입법자는 하느님이다.

 

또한 자연법칙이 물질세계의 질서 유지를 위한 신정법(神定法)이라면 자연법(자연도덕률)은 인간 정신세계의 윤리질서를 위한 신정법이다.

 

우주에 질서가 있듯이 인간의 마음에도 질서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양심이다. 곧 인간의 양심이란 마음의 윤리 질서이고 정신의 법이다. 질서와 법은 우발적으로 생겨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양심은 바로 하느님 현존의 증거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 질서와 정신의 법인 양심을 고찰함으로써 하느님의 현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결론

 

하느님은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섭리(보존과 다스림) 하신다. 따라서 창조에 따라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하고, 보존에 따라 우주의 물질(질량)과 에너지의 보존법칙이 성립하며, 다스림에 따라 영구불변의 자연법칙과 자연법이 엄존한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우리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 총량의 보존과 인과율, 우주의 운동과 질서 등에 대하여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으며, 이를 통하여 하느님의 현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물질세계의 운동과 질서는 하느님의 구상과 설계와 섭리에 따른 것이며, 하느님의 속성은 영원하시고 무량하시며 전지전능하시다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피조물인 우리 인간은 우주를 창조하시고 설계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느님을 알고 흠숭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모른 체하고 도외시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듯이 조물주를 모른 체하고 도외시하는 것 또한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둘째, 인간은 마음의 윤리질서이고 정신의 법인 양심을 지키며 부모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우주에 질서가 있듯이 인간에게도 무궤도한 행동이나 생활을 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만일 우주가 자연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 무질서한 운동을 한다면 대혼란 속에서 서로 충돌하여 파멸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양심에 어긋나게 무궤도한 생활을 한다면 반드시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셋째, 우리는 천지만물의 참소유주이신 하느님이 우리 인간에게 관리하도록 맡기신 지구,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재물과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하느님이 천지만물 모든 것을 창조하셨기에(창세 1장) 하늘과 땅도 하느님의 것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도 하느님의 것이다(1코린 10,26; 시편 24,1; 신명 10,14).

 

우리 인간은 지구지기이므로 지구를 병들게 하고 파괴하는 행위, 자학이나 자해나 자살 행위는 만물의 참소유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불충한 행위다. 따라서 우리는 충실한 관리인답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재물과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김왕기 그레고리오 - 이학박사(물리화학). 전남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이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신앙을 키우는 과학이야기”(생활성서사, 1999년)의 첫 장인 “우주는 하느님을 말한다” 부분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편집부에서 요약한 것이다.

 

[경향잡지, 2010년 7월호, 김왕기 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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