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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20: 프라도 사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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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16 ㅣ No.540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20) 프라도 사제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까이, 더 가까이



8월 27일 광릉본당 평일 미사. 서춘배 주임 신부 옆에 다운증후군을 앓는 강철씨와 이주언(오른쪽)씨가 복사로 봉사하고 있다. 이주언씨가 미사 중에 자신의 방석을 매만지고 있다. 이힘 기자


8월 말 의정부교구 광릉성당 사제관. 30~60대 지체장애인 10여 명이 서춘배 주임신부 집무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체장애인 소공동체 ‘밀밭회’ 회원들로 매달 한 차례 서 신부 사제관이나 다른 장애인 가정에서 돌아가며 만나고 있다. 8월 모임은 1박 2일 사제관에서 여름 수련회로 열렸다.

서 신부는 1986년 사제품을 받자마자 프라도 사제회에 서약했다. 그는 전원(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신부와 함께 신학생 때부터 30년 넘게 밀밭회 장애인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찾아 복음을 전하는 프라도회 회원으로 서 신부는 장애인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이날 아침 미사에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강철(요셉, 35)ㆍ이주언(대건 안드레아, 33)씨가 복사를 섰다. 종을 쳐야 할 때를 놓치고 독서 중엔 서 신부의 등을 긁어주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 신부는 미사 강론 중 “장애인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당부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서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예수님 말씀이다.

그는 ‘사제는 헐벗은 사람이고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이며, 먹히는 사람’이라는 프라도 사제회 사명에 따라 가난과 겸손의 마음으로 자신을 바치며 침묵과 기도로 주님의 생명과 말씀을 전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서 신부는 장애인뿐 아니라 또 다른 작은 이인 초등부 주일학생들을 월 1회 주일 교중 미사 때 전례 봉사자로 참여시키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미사해설부터 독서, 봉헌 예절, 성가대까지 미사 전례 봉사를 주관하며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어서 호응도 좋다.

프라도 사제회의 활동 중심에는 항상 ‘예수님’이 자리한다. 그래서 회원들은 매일 복음을 묵상하고, 월례 모임을 통해 복음 나누기를 하고 있다. 서 신부는 프라도회의 정신을 본당 사목에 적용, 복음 나누기 중심의 소공동체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광릉본당에 부임하자마자 반 모임을 월 1회에서 주 1회로 바꿨다. 소공동체 모임도 ‘말씀터’라 바꾸고, 구역 이름도 ‘으뜸 두레’ ‘빛과 소금 두레’ 등으로 고쳤다. 말씀터는 네 복음서를 중심으로 한 말씀 읽기와 나눔으로 진행된다. 두레 소식지 「함께하는 소공동체」를 매월 발행해 말씀터에서 나온 신자들 이야기를 전 신자들과 나누고 있다. 신자들이 복음을 늘 접하고 말씀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 신부는 “프라도 사제들이 소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반 모임이 본당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평범하고 가난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장 작은 이들 중의 하나인 병든 이들을 수시로 찾아가 만난다. 임종이나 병자 영성체 연락이 있으면 새벽 시간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본당에서 서 신부 별명이 ‘24시간 신부’다. 광릉성당 인근 노숙인 및 노인보호시설 ‘사랑의 쉼터’에도 관심을 기울여 앞으로 봉사활동은 물론 재정 지원에도 나설 방법을 찾고 있다.

서 신부는 “어려움에 처한 신자들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형제적 나눔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며 “프라도 사제들은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소임을 다하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릉본당 임영란(체칠리아) 사목회장은 “신부님을 30년 가까이 지켜봐 왔는데 지금까지 승용차 없이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다니시고 식복사도 없이 지내신다”며 “사형수와 미혼모,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다가가는 프라도 사제회 신부님들은 신앙과 삶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도 사제회는?

복자 앙트완느 슈브리에(Antoine Chevrier, 1826~1878, 사진) 신부가 1860년 12월 10일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프랑스 리옹에서 설립한 재속 사제회. 재속 사제란 교구에 소속돼 있으면서 수도자처럼 정결 가난 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서약하고 그 회의 카리스마에 따라 사도직을 수행하는 사제를 의미한다. 프라도는 ‘밀밭’이란 뜻이다.

프라도 사제들은 자신들의 사명인 구유(가난)ㆍ십자가(죽음)ㆍ감실(생명)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촉구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순응하며,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택하신 주님처럼 맡은 소임 안에서 만나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내 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지닌다. 2~3년의 양성을 거쳐 유기ㆍ종신 서원을 하면 일원이 된다.

한국 프라도 사제회(책임자 정월기 신부)는 1975년 9월 16일 서울대교구 이용유(1945~1981) 신부가 명동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직후 서약을 하면서 탄생했다. 프라도 사제회 국내 도입을 위해 1970년대 초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 신학생 두 명을 프랑스 리옹의 프라도 신학교로 유학 보냈다.

프라도 사제들은 1970~1980년대 급격한 공업화 과정에서 불거진 노동자의 존엄성과 권리 확보에 대한 사도적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교회에는 종신 및 유기 서약자 80여 명을 포함, 전국에 130여 명의 사제가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55개국에서 13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9월 13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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