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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그리스도교 철학자: 성 보나벤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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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6 ㅣ No.181

[그리스도교 철학자] 성 보나벤투라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함께 스콜라철학의 전성기를 풍미한 위대한 신학자이며, 철학자로 꼽히는 성 보나벤투라(St. Giovanni Fidanza Bonaventura)는, 1221년 로마에서 북쪽으로 77km 떨어진 비테르보 지역의 바뇨레조에서 태어났습니다.


생애와 주요 작품들

성 보나벤투라 자신이 스스로 전하는 바에 따르면, “어려서 큰 병을 앓고, 사경을 헤매는 중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로 완치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인연 때문이었는지 그는 1243년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하여, 프란치스코 성인의 진정한 제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의 스승이 살아낸 ‘청빈 정신’에 대하여(수련자들의 규정에 해당하는 「가난한 자들의 변론」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철학과 신학을 통해 학문적으로 정리한 학자로, 가난한 이들의 하느님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지닌 실천가요 영성가로, 하느님과 관상적 합일에 이르는 체험을 누리던 당대의 신비가로 이름을 드러냅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1248년부터 파리대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친분을 맺기도 했습니다. 1257년에는 수도회의 총원장으로 선출되고, 1272년에는 알바노의 추기경이 됩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처럼,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영면한 1274년, 보나벤투라 역시 리옹공의회가 열리고 있던 7월 15일, 리옹에서 하느님 품으로 떠납니다.

성 보나벤투라는 1482년 4월 14일 프란치스코회 출신 교황인 식스토 4세에 의해 시성되어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으며, 1588년 3월 14일 식스토 5세 교황에 의해 ‘교회학자’(특별히 세라핌 박사)칭호를 부여받습니다.

성 보나벤투라의 주요 저서로, 철학적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신학과 신비사상으로 전개되는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여정(Itinerarium Mentis in Deum)」이라는 작품은, 피조물인 인간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관상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아울러 신학적 철학적 작품들로는 「베드로 롬바르드의 명제집 주해(Commentarius in secundum librum sententiarum Petri Lombardi)」와 「신학요강(Breviloquium)」이 있으며, 토론문제집으로 「그리스도의 인식(De Scientia Christi)」, 「삼위일체의 신비(De Mysterio Trinitatis)」, 「복음적 완덕(De Perfectione Evangelica)」과 「학문들의 신학적 환원(De Reductione Artium ad Theologiam)」 등 다수가 있습니다.

또한, 보나벤투라 성인은 영성적, 설교적 가르침과 수도회를 위한 작품들, 그리고 성서주해를 위한 작품들까지, 다량의 저서들을 남겼습니다.


경험에 바탕을 둔 신학과 신앙적 지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도달한 신성은 너무도 대단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최선이 무엇인지 깨달은 당대의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회원들은 예수님의 삶을 바탕으로 예수님이 겪은 수난에 역점을 둔 영성을 추구해 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나벤투라 성인 역시 신학은 종교적 체험 안에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세계 전체가 창조주의 살아있는 상징으로, ‘자연이라는 책’에서도, 문자로 된 성경처럼 그 너머의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제시합니다. 아울러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가르침대로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우리 안에 영원히 존재하는 영적인 신의 형상을 찾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다른 개별의 존재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느님은 존재 자체’이시고, 우리는 개별 존재자들을 매개체로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특히, 보나벤투라 성인은 자신의 주저인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여정」에서 “존재자들과 가시적인 것들의 불투명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정신은, 존재의 빛을 바라볼 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듯합니다. 마치 우리 눈이 순수한 빛을 볼 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바로 이 어둠이 우리 정신에서 최고의 빛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라고 우리 인간의 하느님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또 하느님에 대하여 “처음이시고 마침이시며, 영원하시면서도 지극히 현존하시고, 가장 단순하시면서도 가장 위대하시며, 지극히 유일하시면서도 다채로우시다.”라는 ‘모순적 언사’로 하느님에 대한 관념의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곧 ‘모순의 통일’ 속에서 일상의 사고와 언어를 상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나벤투라 성인은 신앙을 살아가는 지혜가 학문을 뛰어넘어야 하며, 그 진정한 지혜는 사랑일 뿐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 이르는 길

보나벤투라 성인의 신학과 철학은 총체적으로 하느님 안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하느님에게로 이어지는 사유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이념은 모든 인간에게 본성상 고유한 것이며, 모든 이성적 사유에서 ‘하느님 존재’에 대한 명증함은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이러한 ‘하느님 존재’에 대한 증명을 「삼위일체의 신비」에서 세 가지 길로 요약합니다.

그 첫 번째 길은 자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지혜를 추구함과 행복, 평화 그리고 기쁨에 대한 염원에서 찾습니다. 이것들은 영원한 노력이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현세에서 결코 자기 스스로 끝까지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가르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염원하고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이는 결국 지혜 자체를, 완전한 행복을, 그리고 절대적 평화를 위한 원천적인 앎을 전제로 합니다. 곧 지고의 선인 하느님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길은 피조물에서 출발합니다. 곧 세상의 유한한 사물들에서 무한하고 완전한 원인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제1원인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한 전통적인 ‘신존재 증명’입니다.

세 번째 길은 안셀모 성인한테서 나옵니다. 곧 하느님의 이념에 이미 그 존재가 직접적으로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아주 간략한 형식을 취하여, “하느님이 하느님이시라면, 존재하신다.”라는 정식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통찰로부터 보나벤투라 성인은 “하느님이 곧 진리 자체이시며, 모든 다른 진리의 영역에 전제가 된다.”고 가르칩니다.


성 보나벤투라의 사상이 갖는 의의

13세기를 풍미한 스콜라철학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철저히 이성에 따르는 철학을 했다면, 보나벤투라는 사유적인 면보다는 신앙적 마음가짐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감을 봅니다. 이러한 사유방식이 갖는 장점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질서 안에서 더 많이 우리 인간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나벤투라 성인의 철학에는 살아계신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신비롭게 일치함에 대한 사유들이 더욱 풍성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의 철학적 사유의 길(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성 보나벤투라)이 서로 보완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허석훈 루카 - 서울대교구 신부. 1999년 사제품을 받고, 독일 뮌헨 예수회철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을 지내고 지금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

[경향잡지, 2013년 8월호, 허석훈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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