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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통일 한반도를 대비한 선험적 모델, 동유럽의 난민문제 극복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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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7 ㅣ No.796

통일 한반도를 대비한 선험적 모델, 동유럽의 난민문제 극복방안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대박이다.”라고 한 이후 한반도 통일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실제 우리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지난 1월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민 통일인식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통일 찬성이 70.6%였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달리, 통일을 어떻게 슬기롭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 한반도를 대비한 여러 단계적 준비들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유로, 그 준비 또한 피상적이고 단순 예측에 그치고 있다.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한반도 통일의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독일의 통일 과정과 여파를 여러 차례 연구해 왔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과 동·서독 통일 과정이 유사한 것인지, 또 다른 모델은 없는 것인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글에선 사회주의 체제 붕괴를 경험했던 동유럽 사례를 기초로, 한반도 통일 대두 때 예측되는 여러 상황들 가운데 대량난민 문제를 중심으로, 그 해결점을 위한 선험적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급변사태 발생 때 대량난민 발생

헝가리 전 총리 줄러 호른(1932-2013년)은 1989년 외무장관 시절, 오스트리아로 향한 국경을 개방해 헝가리로 휴가온 동독 난민 수천 명을 서독으로 탈출하게 했다. 동유럽 대량난민 사태는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독 사회주의 정권의 소멸로 이어졌고, 이어 다른 동유럽 공산정권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를 낳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동유럽의 전략적 상황을 반추해 볼 때,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우리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한반도 전략 또한 북한과의 전면전보다 내부 붕괴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것은 곧 과거 동유럽의 난민문제 확대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듯, 한반도 내 커다란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의 강력한 통제 확대로 탈북자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역으로 북한정부가 난민문제 확대를 북한체제의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90년 한·러 수교 당시 소련 외무차관으로 주역을 맡았던 이고르 로가초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수교 당시 한국정부는 성급하게 통일할 생각이 없었으며, 그 배경중 하나에는 급격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약 100-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난민들이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몰려올 것을 크게 우려했었다.”고 언급했다.

한반도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대량난민의 발생은 이젠 대내외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량난민 문제에 대한 유엔난민기구의 대응

대량난민 문제가 동유럽 사회주의의 실질적 붕괴를 가져왔다면, 이러한 대량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모델 구축 또한,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민족분쟁과 내전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당시 약 3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발생했을 때,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들은 동유럽 난민 유입에 거부감이 있던 주변의 유럽연합(EU) 국가를 설득해가며, 난민문제 해결을 주도하고자 했다.

당시, 유럽연합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난민문제를 해결하며 다음과 같은 방향과 목적을 제시하였다.

첫째, 동유럽 난민사태처럼 외부에서 유입되는 대규모 난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둘째, 상이한 인종, 종교 등 이질적인 난민들의 역내 유입 통제를 위한 난민과 망명정책, 시민권 부여 기준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가? 셋째, 이미 유럽연합 내 합법적 거주민이 된 제3국인들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가? 이러한 내용은 북한 주민의 대량난민 발생 때, 그리고 이들의 한국 내 대량유입 요구 때 우리가 겪게 될 실질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동유럽에서 대량난민 문제가 발생하자,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유엔난민기구는 기존의 경직된 난민수용 원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응전략을 수립한다. 곧 대량난민의 역내 진입을 거부하던 유럽연합에게 ‘임시보호정책’을 제시하였고, 결국 합의점을 찾는다.

유엔난민기구는 문제 해결 접근방식 중 자신들과 국제사회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 ‘자발적 본국 귀환’을 기초로 한 ‘임시보호정책’을 수립했고, 이에 대해 유럽연합과 공조하여 성공적으로 난민문제를 해결해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유엔난민기구가 유럽연합에게 제시한 ‘임시보호정책’의 핵심 원칙은 과거 난민 정책과 달리, 내전 상황이 종료된 후, 난민들의 본국 송환을 약속하고, 난민이 비호하는 나라에 임시 체류하는 동안 난민들의 망명 신청을 결코 허용하지 않으며,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면 국경에서 일일이 자격심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입국절차를 간소화해 난민의 대규모 입국을 우선 허가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유엔난민기구는 체류기간 동안, 난민들이 비호하는 나라들로부터 기본적인 생활조건을 충족하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한반도에서 대량난민이 발생한다면

이를 기초로 했을 때, 우리는 한반도 통일과 함께 북한 대량난민 발생 때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과 인접국가로 유입될 대규모 북한 난민들을 어떻게 효과적, 효율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요청과 수용은 어디까지인지를 사전에 정립해야 한다. 둘째, 북한 난민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시민권 부여와 국적 부여 기준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인접국가로 넘어간 난민들의 난민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인접국가 내 북한 난민들의 인권정책을 국제사회, 유엔난민기구와 공조해 나간다.

더 나아가 이를 실천하는 방안에서, 우리는 과거 유고 지역과 보스니아 내전 당시 유엔난민기구가 취했던 난민문제 해결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난민문제 해결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자발적 본국 귀환’과 비호하는 나라에 영구정착하는 것, 그리고 제3국으로의 재정착 등이다.

이들 가운데, 인접국가의 난민정책을 고려할 때, 향후 우리 정부의 난민문제 해결방안으로는 ‘자발적 본국 귀환’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곧 대규모 북한 난민이 발생하면 이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고, 난민들의 자국 내 진입을 꺼리는 중국과 인접국가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기존의 난민정책과 합의(1951년 제네바 협약과 1967년 뉴욕 의정서)를 현실에 맞게 일부 수정 적용하여, 유고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유엔난민기구와 유럽연합이 합의한 난민정책인 ‘임시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분석해 보았을 때, 우리 정부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량난민이 발생하면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 한반도 긴급사태 해소 직후 난민들의 본국 송환을 약속하고, 대신 난민이 보호국가에 임시체류하는 동안 한국과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들의 망명 신청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인지시켜야 한다.

두 번째, ‘임시보호정책’을 근거로, 우리 정부는 중국과 인접국가에 북한 난민에 대한 입국절차를 간소화하여, 대규모 난민의 입국 허가와 기본적인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사전에 요청해 나가야 한다.

세 번째, 중국 등 인접국가를 설득하여 난민의 신원을 파악하고 공동 정보체계 구축을 위한 ‘(북한)난민정보센터’를 사전 설립한다.

네 번째, 조심스럽겠지만, 비공개적으로라도 중국 등 인접국가들과 난민을 위한 임시보호정책과 난민 신청, 난민 지위에 관한 공동기준을 사전에 협의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응하고자 주변국들과 공동재정을 확보하고, 적어도 우리만이라도 난민기금 확보를 사전에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동유럽의 변화처럼, 한반도 통일 또한 새아침을 맞이하듯 조용하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동유럽 사례를 통해 얻은 난민문제 해결정책과 선험적 경험들은 우리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우리에겐 향후 대두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 사태와 대량난민 발생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 김철민 - 세르비아 베오그라드국립대학교에서 동유럽 역사학(국제관계사)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아시아중동부유럽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과 통일 한국에 주는 의미」, 「국제난민 이야기」 등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5년 2월호,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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