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안동교구 퇴강성당: 경북 북부지역 천주교 요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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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06 ㅣ No.885

[함께 걷기 – 안동교구 퇴강성당] 경북 북부지역 천주교 요람지

 

 

- 퇴강성당.

  

 

100년 역사를 간직한 안동교구 퇴강성당(주임신부 최형규 미카엘)을 찾았다.

 

도로에서 성당으로 들어오는 입구 큰 바위에는 ‘경상북도 북부지역 천주교 요람지’라고 적혀 있고, 2007년 5월7일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520호로 지정된 퇴강성당이 언덕에 우뚝 서 있다. ‘퇴강(退江)’은 강물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으로 옛 이름은 ‘물미’였는데, 낙동강이 마을 앞으로 흐른다.

 

군암산 아래 붉은 벽돌 건물로 이루어진 퇴강성당은 높은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깃든 고딕양식의 건축물로, 1958년(1956년)에 건축된 신 성당이다. 옛 대건안드레아보통학교 자리다. 언덕을 더 오르면 구 성당(물미천주교회)과 사제관, 강당의 터가 남아있는데 지금은 풀이 무성한 공터로 남아서 공덕비만이 그 자취를 말해준다.

 

성당 마당의 ‘天主敎奉道傳敎百周年記念碑(천주교봉도전교백주년기념비)’에는 가톨릭 신앙이 뿌리내린 사연으로 가득하다. ‘봉도(奉道)’에는 ‘첫째, 동네 주민이 자발적으로 천주교 신자들을 만나서 책을 구해 읽고 스스로 종교를 받아들인 곳, 둘째, 성당을 자발적으로 건축한 곳. 셋째, 사제와 수도자를 45명 배출한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김해 김씨 20세손 김현영(베드로)이 문경지역 신자들과 교류하다 천주교를 알게 되고 입교를 준비했으나 병인박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박해가 끝난 후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후손에게 입교를 권면하여 1899년 김운배(호노리오), 김종록(클레멘스), 최면집(마르티노)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신앙공동체가 탄생하였다. 집성촌 마을이어서 복음은 급속히 전파되어 1903년 물미공소가 탄생하였고, 1922년 9월23일 물미본당으로 승격하였다. 1968년 9월 안동교구 함창교회 퇴강공소가 되었다가, 2003년 7월11일 사벌과 합하여 준 본당이 되었다.

 

마을입구 표지석(좌)과 천주교봉도전교백주년기념비(우)

 

 

2018년 사벌성당 재건축과 함께 ‘십오처길’도 봉헌

 

아치형 입구로 들어서니 문에는 성화가 청동으로 새겨져 있고, 한반도 옷을 입은 성모님의 춤추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1층 유리창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열두 사도가, 이층에는 성모님의 일생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겼다. 동절기 미사를 시작할 때면 아침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하여 제대에는 성모님의 모습이 비치고 미사가 끝날 때면 성체 앞 성모님 위에 그 빛이 멈춘다고 한다. 참으로 신비하다.

 

퇴강성당 뒷산에는 성모바위가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 기도하면 더 잘 들어주신다고 믿고 예로부터 5, 6월 가뭄이 심할 때면 성모님께 기도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1920년에 조직된 성모회 회원이었던 김 율리아 할머니가 영적 부름을 받아 뒷산에 올라가 성모님께 특별히 기도드리면서 바위 주변 땅을 파면 물이 나왔고, 여러 차례 혼절하여 3일 만에 깨어날 때마다 이마와 손에 검은 못자국이 나타나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성모님께 기도하였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여기에 성모상을 모시지 못하고 13처 밑에 위치한 경영정보윤리연구소의 뜰에 성모 말가리다 동산을 마련하였다.

 

- 좌측부터 춤추는 한반도 성모님, 성모님 스테인드글라스, 성모 말가리다 동산.

 

 

성당 마당에서 시작하여 마을로 올라가는 십오처길은 도자기 공예가 김기조 교수의 작품을 받아 김영건 알랙스 형제님에 의해 조성되었다. 루르드 성지의 ‘오르막 십자가의 길’에서 착상하였고, 2018년 사벌성당이 재건축되어 봉헌될 때 십오처길이 함께 봉헌되었다. 제1처는 성당 마당 입구에서 시작된다.

 

“제1처 사형 선고를 받으심.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 세상을 좇는 일과 다름을 되새기며 성당 문을 나섭니다. 이제 십자가를 지신 수난의 예수님과 함께 언덕길을 오릅니다. 제2처 십자가 지심. 뜨거운 햇살 아래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바라봅니다. 제3처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 땀방울에 젖은 농부들의 어깨와 굽은 등이 보입니다. 제4처 성모님을 만나심. 지극한 슬픔을 겪으신 성모님이 우리를 위로하십니다.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움.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제6처 베로니카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 예수님 수난의 피땀을 증거하겠습니다. 제7처 두 번째 넘어지심.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아픈 이들의 마음을 봉헌합니다. 제8처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질병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겠습니다. 제9처 세 번째 넘어지심. 삶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겠습니다. 제10처 옷 벗김 당하심. 또다시 죄짓지 않기를 결심합니다. 제11처 십자가에 못박히심. 예수님의 수난으로 우리가 구원되었음을 믿습니다. 제12처 십자가에서 돌아가심. 죽어가는 생명들을 가엾게 여기겠습니다. 성모바위로 가는 좁은 숲길로 들어가자 큰 십자가와 함께 13처가 있었다. 제13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십자가 앞에 놓인 돌에 앉아 죽음을 묵상합니다. 제14처 무덤에 묻히심.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 십자가의 길 5처와 15처, 예수성심부활상과 김영건 알렉스 형제님.

 

 

제15처에 다다랐다. 십자가의 고난을 견디고 이기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됨을 굳게 믿는 우리에게는 부활의 기쁨이 있다. 두 팔을 벌리신 예수 성심 부활상은 퇴강성당제대 쪽을 향하여 축복하고 있고, 길을 오르는 순례객들을 기쁘게 맞이한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이 기도를 많이 하고 영육간의 건강을 회복하고 가기를 바라고 또 바라신다.

 

십자가의 길을 걷다 보면 마을의 집과 돌담, 빈터와 풀밭, 숲과 산이 보인다. 농작물들, 나무와 열매, 꽃과 풀들이 함께 자연을 이루는 곳에 100년의 신앙을 지켜온 사람들이 살아온 것이다. 9월25일 퇴강성당 100주년 감사미사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앞에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았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0월호, 배효심 베로니카(안동 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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