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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19: 착한목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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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3 ㅣ No.538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19) 착한목자수녀회

몸도 마음도 멍든 여성들에게 ‘따뜻한 손길’ 내밀어



강원도 춘천 1366 센터에서 김진희 수녀가 폭력 피해 여성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김유리 기자


“혹시 제 전화번호가 뜨나요?”

6일 오전. 1366 강원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은 자신의 전화번호가 전화기에 뜨는지부터 물었다.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일부러 연고가 없는 강원도 센터로 전화한 터였다. 김진희 수녀는 우선 상담자를 안심시켰다.

“전화 주신 분의 번호도 뜨고 통화 내용이 녹음되지만, 이는 모두 상담자분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 수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긴급전화 1366 센터

강원 춘천시에는 하루 24시간 365일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전화할 수 있는 센터가 있다. 착한목자수녀회가 1998년부터 강원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여성 긴급전화 1366 센터다.

센터에서 가족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숙 수녀는 1366 강원센터를 “여성폭력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폭력을 당한 여성이 가장 처음 도착하는 곳이 바로 1366 센터이기 때문이다.

김 수녀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하고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그분들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를 하다 보면 격해졌던 감정도 가라앉고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1366 센터는 폭력 현장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당장 갈 곳이 없는 여성들을 위해 긴급 피난처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최장 일주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김 수녀는 “여름에는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감정이 격앙되는 경우가 많아 평소보다 센터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춘천 마리아의 집에서 수녀들이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안고 있다.


마리아의 집

착한목자수녀회는 미혼모, 가출 소녀, 폭력 피해 여성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미혼모를 위한 ‘마리아의 집’이다. 1979년 춘천에 문을 연 마리아의 집은 10~40대 미혼모가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든든한 보금자리가 돼주고 있다.

마리아의 집 시설장 공성애 수녀는 “아이가 태어나면 입양 보낼 생각을 하고 들어왔던 엄마들이 이곳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100일이 지나면 이곳을 떠나야 하기에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엄마들에게 교육과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의 집에서는 분유, 기저귀, 옷 등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과 숙식비가 무료다. 중ㆍ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은 여성은 방문 교사들에게 위탁 교육을 받아 학교를 마칠 수 있고, 간호조무사나 보육교사 등 직업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지금은 미혼모 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았다. 미혼모를 돌보는 수녀들의 활동이 교회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신자들도 있었다. 혼인도 하지 않은 여성이 성관계를 맺어 아이가 생긴 것인데 왜 교회에서 돌봐 주느냐는 식이었다.

수녀들은 그때마다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수녀회의 정신을 되새기며 미혼모들을 위한 사도직을 계속해왔다. 공 수녀는 “배 속에 있는 생명에도 하느님의 손길이 닿아 있는데 혼인 관계에서 임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기 엄마와 아기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힘없고 불쌍한 양일수록 더 큰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창립자의 정신을 잇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회고했다.

수녀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아기를 출산한 여성들은 마리아의 집을 친정이라고 생각하며 찾아온다. 이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것이다.


착한목자수녀회

착한목자수녀회는 성 마리 유프라시아(1796~1868, 사진) 수녀가 성 요한 에우데스(1601~1680) 신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프랑스에서 설립한 수녀회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1814년 ‘애덕성모수녀회’에 입회해 상처받은 소녀와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투신했다. 애덕성모수녀회는 에우데스 성인이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1641년 설립한 수도회다.

프랑스 혁명으로 수녀원이 문들 닫게 되었지만, 성녀는 계속해서 에우데스 성인의 영성을 따라 ‘착한목자 애덕성모수녀회’를 만들어 사도직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애덕성모수녀회와 착한목자수녀회로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두 수도회는 오랜 식별 끝에 지난해 7월 하나의 수도회로 합병했다.

한국에는 1966년 진출해 혼혈아, 여성 노동자, 미혼모를 위한 활동을 펼쳤으며 1990년대부터는 가출 소녀를 위한 ‘착한 목자의 집’과 10대 소녀들을 위한 보금자리 ‘유프라시아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5년에는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 틴스타를 도입해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성교육을 시작하면서 청소년들이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간음하다 잡힌 여자와 일곱 마귀가 들린 여자를 사랑했듯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는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에 힘을 쏟고 있다. 미혼모를 위한 마리아의 집뿐 아니라 낙태한 여성들이 상처를 치유하며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화해 피정도 연다.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4000여 명의 수녀가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과 춘천ㆍ전주ㆍ제주교구에서 50여 명의 수녀가 사도직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23일,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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