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이혼 후 재혼자 성사생활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8 ㅣ No.831

이혼 후 재혼자 성사생활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교회법위원회 세미나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와 교회법위원회(위원장 황철수 주교)가 5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마련한 세미나에서는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현실과 신앙생활의 한계’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과 사목적 배려’를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 제1발제 - 신정숙 수녀
▲ 제2발제 - 김길민 신부

“성사적 ‘한계’만이 아니라,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바탕으로 ‘희망’과 ‘가능성’, ‘기회’를 이야기하자.”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사목적 배려와 관련해 최근 가정사목과 교회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강조하는 바다. 교회가 지닌 모든 구원의 방법을 ‘이혼 후 재혼한 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 세미나는 다양한 상황 진단을 비롯해 교회법적 관점에서 고려될 수 있는 해결책,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적 어려움 등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피고 구체적인 방안을 공유하는 장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와 교회법위원회(위원장 황철수 주교)가 5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이 세미나에서는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현실과 신앙생활의 한계’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과 사목적 배려’를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발제는 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대전가톨릭대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 교수)와 김길민 신부(수원교구 광주본당 주임·교회법 박사)가, 논평은 안세환 신부(광주가톨릭대), 김순미 교수(충남대), 정재호 신부(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 차장), 이종환 신부(서울 명동본당 부주임)가 맡았다.


가정의 소명과 사명

최근 보편교회의 관심과 지원은 가정에 대한 사목적 도전들에 집중돼 있다. 오는 10월에 여는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주제도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이다. 이렇게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가정에 대해 다루는 이유는 가정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문제는 이미 1980년 제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그만큼 사목적으로 교회 안에서 지속돼온 어려움임을 방증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1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헌으로 「가정 공동체」를 발표, “이혼한 사람들이 교회의 혼인 예식이 없는 재혼을 지향함으로써 점점 많은 가톨릭신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주교들은 드러내놓고 지체 없이 이 문제를 다뤄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열린 제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 보고서는 “별거, 이혼, 재혼한 이들의 문제와 관련해 단일한 해결책이나 양자택일의 논리에서 나오는 해결책만을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상처 입은 모든 가정을 위한 대화가 지역 교회 안에서 ‘존중과 사랑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고, 배우자에게 부당하게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배려, 차별적 태도의 극복, 어린이들의 보호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현황

‘이혼 후 (사회)재혼자’는 교회가 인정하는 유효한 혼인을 한 후 사회적으로 이혼을 하고 나서 사회적인 재혼을 했지만, 아직 첫 혼인에 대한 무효 선언을 받지 못해 교회에서 인정받는 유효한 혼인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이들은 세례를 받은 이들로서 교회 생활에 참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완전한 그리스도교 증거를 요구하는 봉사, 예를 들어 전례 봉사와 독서직, 교리교사, 대부모 서는 일 등도 할 수 없다. 단 혼인 무효 소송을 통해 무효 선언을 받거나 혼인이 해소되면, 이들은 정상적인 ‘이혼 후 재혼자’가 되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 자료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이혼율과 재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신자들의 이혼 및 재혼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로선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을 위한 사목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렵다.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처지를 감추려는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교회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 예비문서 설문에 답변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별거 부부 혹은 이혼자는 혼인 장애가 아닌 한 신앙생활을 계속한다. 하지만 재혼으로 혼인 장애에 해당돼 성사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죄의식 속에서 생활하다 점차 교회를 멀리하게 된다. 극히 일부는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희망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대부분은 소외된 상태에서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재혼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혼인의 유효성 판단에 있어서 교회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를 금지하는 것이 성사의 기본 정신에 맞는가?’

지난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앞두고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가정 복음’에서 제시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자연혼(비신자들 사이)이든 성사혼(세례자들 사이)든, 모든 혼인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이라는 본질적 특징을 갖는다. 특히 ‘성립된 혼인이면서 동시에 완결된 혼인은 사망 이외에는 어떠한 인간 권력으로나 어떠한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다. 따라서 이전의 유효한 혼인 유대에 매여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민법상 재혼해 ‘부부처럼’ 살고 있는 재혼자들은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처지’에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650항.)

교회는 이혼 후 재혼한 사람들에게 화해의 성사와 영성체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재혼자와 성행위를 하지 않고 남매처럼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른 신자들에게 악한 표양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는 성사생활이 가능하다는게 현 교도권의 입장이지만, 이러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사실혼이나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 ‘교회 예식 없이 사회혼만 거행한 신자들’, ‘혼인생활의 파경에 책임이 있고 민법상 이혼한 신자들’도 영성체를 할 수 없다.

반면 결혼을 한 후 별거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이혼하고 재혼하지 않은 이들은 성사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지만, 첫 혼인이 무효 선언을 받았거나 해소가 되어서 교회 안에서 재혼이 유효한 경우도 성사생활에 장애가 없다.


사목적 배려들

혼인 무효 소송은 혼인한 사람의 자격이나 혼인 합의 혹은 형식 등에서 결함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선언하는 교회의 사법 절차다. 무효가 선언되면 그 혼인의 유대는 처음부터 없었으므로, 당사자는 자유롭게 새로운 혼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혼인 무효 소송 절차는 최대 1년가량 소요되는 기간과 2번의 판결이 동일해야 확정판결로 인정되는 절차상의 까다로움 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소송 절차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없애고 소송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전문가들이 논의 중이다.

혼인 무효 소송의 결과가 무효 불가일 때에는 현실적으로 해소 방법을 찾기가 녹록찮다. 이러한 경우 ‘내적 법정’을 통한 해결 방법 등이 제시될 수 있다. ‘성립된 완결혼’이 해소될 수 없는 경우에도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이 교회의 자비를 느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할 것이다.

가정사목과 교회법 전문가들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을 향한 사목행위를 그저 단순히 성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축소시켜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이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혼전 교육 강화라고 강조한다. 또 새로운 문화와 그리스도교 문화가 충돌할 때 국가 정책과 교육 등에 올바른 사랑의 문화가 적용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고 전한다. 특히 한국교회 내에서는 법원을 운영할 교회법 전문가들을 더욱 많이 양성하고, 선교지역의 특성을 살려 한국교회 상황에 맞는 특전을 제공받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서는 무엇보다 자비와 진리 안에서 인간적이고 영적인 자세로 동행하는 태도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 또한 교회는 “혼인과 가정을 복음화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우리가 해야 할 몫은 그들의 삶 안에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여주고, 그들이 하느님의 계획을 충만히 이루도록 돕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가톨릭신문, 2015년 6월 7일,
주정아 기자]



2,06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