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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응급 피임약 부작용 - 사회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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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5 ㅣ No.1316

[긴급진단-응급 피임약을 반대한다] (4) 응급 피임약 부작용 - 사회적 측면


성 교육과 인식, 피임 아닌 생명 중심으로의 전환 시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된 응급 피임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는 약사법 제2조 9항과 10항에 나와 있다.

 

제2조 

 

9항. “일반 의약품”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가. 오용ㆍ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정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나. 질병 치료를 위하여 의사나 치과의사의 전문 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다. 의약품 제형(劑型)과 약리 작용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

 

10항. “전문 의약품”이란 일반 의약품이 아닌 의약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약사법에 따르면 응급 피임약은 절대로 일반 의약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미 응급 피임약 오ㆍ남용 사례가 심각한 데다, 부작용 또한 여성 몸을 해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급 피임약은 질병 치료를 위한 것도 아니다. 호르몬 용량이 일반 먹는 피임약의 10배나 돼 반드시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 지도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김찬주(아가타)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법에 나온 일반 의약품 조항 어느 곳을 봐도 응급 피임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할 근거는 없다”면서 “응급 피임약을 누구나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약으로 전환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 피임약이 얼마나 위험한 약인지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응급 피임약을 찾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첫 성관계 나이 평균 13.2세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이들의 성관계 시작 평균 나이는 13.2세다. 남학생은 13.1세, 여학생 13.5세로 나타났다. 

 

배정순(에스텔) 프로라이프 여성회 회장은 “첫 성경험 나이가 어려진 것에 놀라는 건 어른들뿐”이라며 “정작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문제는 이들이 성을 배우는 데가 집이나 학교가 아니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야동(야한 동영상의 줄임말)이나 음란물을 통해, 여학생들은 팬픽(fan과 fiction의 합성어,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나 럽실소(러브실화소설 줄임말, 10대들이 실제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소설) 에서 성을 접한다는 것이다. 

 

야동이나 음란물은 말할 것도 없고 팬픽이나 럽실소에 표현된 성(性)은 대부분 왜곡돼 있다. 폭력적이거나 아니면 쾌락적이다. 남성은 성관계를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존재로 묘사돼 있다. 여성은 거부해도 결국엔 몸을 허락하는 식이다. 

 

배 회장은 “이렇게 학생들이 접하는 성엔 생명이나 책임과 같은 건강한 개념이 전혀 없다”면서 “이들에게 임신은 조심해야 하고, 피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먹는 피임약 광고 2006년부터 시작

 

요즘 극장은 물론 케이블 방송에선 먹는 피임약 광고가 빠지지 않는다. 경구 피임약 ‘마이보라’는 대중 인지도가 높은 가수 홍진영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날이 그날이라도 원한다면’이라는 광고 문구에는 언제든지 ‘원하면’ 피임약을 먹고 자유롭게 지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피임약으론 처음으로 2006년 TV 광고를 시작한 머시론은 ‘스무 살, 사랑에 빠지다’라는 자막과 함께 남녀가 서로 포옹하는 장면으로 광고를 구성했다. 성관계 때 꼭 피임약을 챙겨 먹으라는 것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김혜정(베로니카) 한국 틴스타 교사는 “스무 살이 되면, 또 연인이 되면 성관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런 광고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응급 피임약이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응급 피임약도 이렇게 매체 광고를 할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배정순 회장은 “피임약 광고는 철저하게 10대를 대상으로 한 광고”라면서 “약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광고가 아니라 웃기거나 환상을 심어주는 내용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또 “그동안 피임약 광고 모델은 일반인이나 인지도가 없는 이들이 했는데, 홍진영처럼 잘 알려진 연예인이 나오면 아이들은 피임약이 대중적인 것이고 먹어도 괜찮다고 믿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피임이 아닌 생명 교육 전개해야

 

가톨릭 교회 생명 운동가들은 응급 피임약의 일반 약 전환 반대만이 아니라 올바른 생명 교육을 통한 생명 문화 보급이 시급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한 쾌락주의, 자유주의, 물질만능주의 사이에서 생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 시대에 생명이 지닌 온전한 가치를 알고 지키는 곳은 결국 가톨릭 교회뿐이라는 데 공감했다.  

 

김혜정 교사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응급 피임약이 왜 낙태약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성과 생명이 하나라는 것을 가르쳐 주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고 말한다”면서 “피임 위주의 성교육에서 탈피해 생명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희제(토마스)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장은 “제약회사가 피임약 광고를 하면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교회도 피임약 반대 광고를 해야 한다. 점잖게 ‘성명’만 내는 것으론 부족하다”며 가톨릭 교회의 적극적 행동을 주문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는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 내용에도 성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이 수두룩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가톨릭 교회가 말하는 생명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15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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