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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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04 ㅣ No.697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상)


그리스도를 섬기듯 가난한 이들 섬겨

 

 

- 창립자인 성 빈첸시오 드 폴 신부(왼쪽)와 성 루도비카 드 마리약 수녀.

 

 

“여러분이 하루에 열 번 가난한 사람을 방문하면 거기서 열 번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성 빈첸시오 드 폴(빈첸시오 아 바오로) 신부는 “우리의 주인이며 스승”이라고 여기던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빈첸시오 신부는 성 루도비카 드 마리약(루이즈 드 마리약) 수녀를 만나 그 영성을 구현해나갈 수도회를 공동으로 창립했다. 바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다.

 

빈첸시오 신부가 태어난 16세기 후반 프랑스는 종교적,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1562~1598년 사이에 벌어진 8차례의 종교 전쟁은 경제·사회 전반의 많은 것들을 파괴했지만, 귀족들은 막대한 세금을 걷어 여전히 부귀를 누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민중들의 삶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거리엔 거지들이 들끓었고, 농부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교회는 부유한 이들의 편에 서 있어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빈첸시오 신부 역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사제가 됐다. 빈첸시오 신부는 폴빌에서 가난한 노인의 병자성사를 통해 영적 빈곤에 놓인 가난한 이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1617년 자신의 삶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헌하겠다는 서원을 했다.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체계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봉사단체를 설립했다.

 

빈첸시오 신부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활동하던 중 프랑스 전역에 전염병이 퍼져 병자와 고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때 남편이 죽은 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던 루도비카 수녀에게 신심 깊은 여성들을 모으라고 부탁했고, 1633년 수도회를 설립했다.

 

루도비카 수녀는 귀족가문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익힌 지식을 활용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투신했다. 회원들과 함께 프랑스 전역에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한 병원, 고아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해나갔고, 빈첸시오 성인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조직들이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활동을 통해 루도비카 수녀가 선종할 당시에는 프랑스 내에 이미 40개의 분원이 있었고, 가난한 이와 병자를 돌보는 구호소는 수없이 많았다.

 

수도회 설립자인 두 성인은 평생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늘 그리스도를 향해 있었다. 루도비카 수녀는 생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봉사하고,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그대가 섬기는 이는 곧 그리스도”라고 강조했다.

 

평생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며 살아간 빈첸시오 신부와 루도비카 수녀는 1660년 같은 해에 선종했다. 빈첸시오 신부는 1737년 시성됐고, 1885년에는 모든 자선 단체의 수호성인이자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로 선포됐다. 루도비카 수녀는 1934년 시성돼 1960년에 모든 그리스도인 사회사업가들의 주보성인으로 선포됐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2월 4일, 이승훈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중)


수도원 담장 허물고 세상에 다가가

 

 

- 공동체 저녁기도 모습.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제공.

 

 

“(회원들은)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신뢰와 그들의 전존재와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의 그들의 섬김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 외에 다른 서원을 하지 않습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초대원장이자 공동창립자 성 루도비카 드 마리약 수녀(루이즈 수녀)는 ‘사랑의 헌장’을 통해 회원들이 수도자 그 이상으로 하느님께 투신해 살도록 초대했다.

 

수도회의 영성은 수도회 공동창립자 성 빈첸시오 드 폴 신부(빈첸시오 아 바오로 신부)의 모범을 따라 모든 자선의 모델이며 근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공경하며 영적, 물적으로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섬기는 것이다.

 

수도회는 빈첸시오 성인과 루도비카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스도를 섬긴다. 바로 성부를 흠숭하는 분이시며, 성부의 사랑 계획에 ‘종’이신 분이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시는 분인 그리스도를 따른다. 이를 위해 겸손, 소박, 사랑의 복음정신으로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

수도회가 이 영성을 구현하기 위해 한 일은 ‘담장’을 허무는 일이었다.

 

1633년 수도회가 설립될 당시 ‘수녀’란 수도원 안에서 엄격한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수도회는 수도원 담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 세상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경계인’의 삶을 살아갔다. 바로 기도와 공동체 생활이라는 수도원 안의 삶과 사도직이라는 수도원 밖의 삶이라는 경계가 균형을 이루는 삶이다.

 

‘경계인’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회는 다른 수도회와 다른 방식으로 ‘서원’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도회들은 정결, 가난, 순명을 서원하지만, 사랑의 딸회는 여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섬김’을 더해 4가지를 서원한다.

 

‘종신 서원’도 없다. 사랑의 딸회는 수련기를 포함해 5~7년 사이에 첫 서원을 하고, 첫 서원 후에는 모든 회원이 해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서원을 갱신한다. 이를 통해 수도회는 매년 쇄신하면서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통해, 시대적 표징을 통해 그리고 교회를 통해 끊임없이 호소하시는 하느님의 초대에 지속적으로 응답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도 수도회 영성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루도비카 수녀는 이 세상에 생명을 주기 위해 하느님께 선택된 여인인 마리아에게서 겸손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루도비카 수녀의 첫 서원일이자 해마다 수녀들이 서원을 갱신하는 날이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인 것도 하느님 아들의 육화를 경축하고 주님께 대한 마리아의 전적인 증여를 경축하는 축일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1830년 ‘기적의 메달’로 유명한 성모 발현이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수도회 본원 성당에서 일어났다. 수도회 회원이었던 성 가타리나 라부레 수녀는 성당에서 기도하던 중 3번의 성모 발현을 겪었고 이때 모습과 메시지가 ‘기적의 메달’에 담겼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2월 11일, 이승훈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하)


가장 가난한 이 찾아가 전인적 돌봄

 

 

-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수녀.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제공.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는 이 시대의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 그들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수도회가 처음으로 찾은 우리나라의 가난한 이들은 바로 한센인들이었다. 수도회는 1978년 성 라자로 마을 원장 고(故) 이경재(알렉산데르) 신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바로 한국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수도회는 가난한 이들, 한센병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수도회는 한국과 가까운 일본관구에서 수녀들을 파견해 한센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수녀들은 성 라자로 마을에 거주 중인 한센인들을 치료하다 인근 경기도 군포에 수녀원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국내 곳곳에 퍼져있는 한센인들을 찾아서 경기 이남과 이북에 자리한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다니며 이동치료 활동을 펼쳤다.

 

또 지역사회 안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실현하기 위해 안산시에서 본오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이 위치한 지역은 안산 끝자락의 도농복합 도시변두리다. 인구유입과 이동이 잦을 뿐 아니라, 저소득 맞벌이가정, 장애가정,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기초생활보장 수급가정의 수가 안산 내에서도 높아 빈곤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이다.

 

복지관은 특별히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복지를 증진하고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의 영성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내 육체적·정신적으로 가난하며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따듯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복지관은 아동·청소년, 어르신, 다문화 등 특별히 다가가야 할 이들을 위한 사업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복지관 분관으로 반월복지센터와 사동복지센터를 함께 운영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지역 안에 더 깊숙이 들어가도록 애쓰고 있다.

 

어린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 수도회는 군포에 수리동어린이집을 운영, 어린이들이 성장과 발달 안에서 신앙이 자연스럽게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인적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회는 교구 밖에서도 무의탁 어르신을 위한 보금자리인 노인요양원 ‘성 빈첸시오 집’을, 어려움에 처한 이주여성들을 위한 ‘성 루이즈의 집’을 운영하며 사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의 효성스런 자녀, 친정엄마, 자매로 살아가며 그들의 삶과 동반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사목현장에서 수녀들의 지침이 되는 것은 설립자의 영성이다. 빈첸시오 성인은 수녀들에게 훈화할 때 늘 밝은 미소를 지을 것을 강조했다. 또 가난한 이들을 돌볼 때는 따듯한 자세로 섬세하게 돌보고, 그들의 어려움이 나아지면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2월 18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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