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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18: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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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18 ㅣ No.535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18)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마음의 병 가진 이들 돌보는 까만 수도복의 천사들



정종훈 신부가 원목실을 방문한 환자와 면담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7월 22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녹음이 우거진 정원으로 단란한 모습의 가족이 지나간다.

“며칠 전에 민우(가명) 돌잔치를 했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

“그래?”

“아빠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진 많이 찍어왔으니까 들어가서 봐요.”

무더운 날씨에 바깥까지 가족을 마중 나온 중년 사내가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가족이 들어간 곳은 ‘성 안드레아 병원’. 푸른 녹지에 피정의 집처럼 생긴 곳이 바로 정신병원이었다.


환자를 예수님처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원장 김선규 수사)은 우리나라 최초의 개방형 정신병원이다.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가 설치돼 있고 CCTV 하나 없이 직원들이 모든 환우를 보살핀다. 환우들은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있다.

성 안드레아 병원 홍보실장 박준현 신부는 “환우들을 예수 그리스도로 대하는 것이 우리 병원의 특징”이라며 “마음이 병들어 이곳에 온 환우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데에 가장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안드레아 병원에 들어오는 환자들은 상태에 따라 안전병동(폐쇄병동), 반개방병동, 개방병동에 입원한다. 환자들은 환자복 바지에 윗옷은 자유롭게 입고 다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외부인과 구분이 잘 안 된다.

개방병동 3층에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공간이 있다. 환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원목실이다. 원목실에는 사제가 상주하면서 환자들을 면담한다.

원목실 정종훈 신부는 “환우들을 진료하고 약을 주는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어디가 아픈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사들의 발씻김 예식에 환자가 울먹이고 있다. 수도회 제공


하루 일찍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성 안드레아 병원에는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 중독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입원한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300여 명의 환자가 각자에게 맞는 재활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사회복지과 지강원 수사는 “우리 병원의 설립 목적 자체가 환우 분들이 건강을 빨리 회복해 퇴원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개별 면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 음악, 도예, 요리 등 환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만 50가지. 도예나 요리 등 손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만성환자들에게 권한다고 한다.

지 수사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환우 분들에게는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직접 토스트와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 ‘오~예스’도 열었다. 카페 이름은 개방병동의 이름 ‘5S’와 ‘Yes’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환자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수간호사 김미옥(모니카)씨는 “카페를 시작하면서 환우들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협력하면서 사회성과 자존감을 키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만나는 수사님

성 안드레아 병원에는 168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자원봉사자도 70명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수사를 만난다. 발끝까지 오는 까만 수도복을 입은 수사가 처음에 낯설기도 했지만, 이제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자원봉사자 이미애(소피아)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수도자들을 보며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이씨는 “(사도직 활동에)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는 신부님과 수사님을 보면 진정 예수님의 모습으로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부님들과 가까이에서 일하다 보니 그분들처럼 예수님의 모습을 닮기 위해 저도 더 노력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순교복자회가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이유는 한국 순교자들의 복음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그 시대의 가장 가난한 이였던 순교자들이 모진 박해를 이겨내고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증거했듯이, 이 시대 가장 가난한 이들인 정신질환 환자들을 도우며 그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를 세상에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수사들은 병원에서 수도복을 입는다. 특히 남자수도자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병원에서 만나는 수사들은 더 특별하다. 현재 사제 3명과 수사 3명이 병원 사목에 투신하며 수도회의 영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총원장 황석모 신부)는 1953년 10월 30일 방유룡(1900~1986, 사진) 신부가 창설한 한국 최초의 본토인(자생) 남자 수도회다.

1957년부터 한국 교회의 대표 순교 사적지인 새남터성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서울에 복자 사랑 피정의 집, 인천에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 등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돕는 피정의 집도 운영하고 있다. 순교자의 영성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더불어 창설자 영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순교복자회가 1990년 9월 개원한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은 인권의 사각지대로 알려진 정신병원의 치료 문화를 환자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만든 병원이다. 수도회는 개방형 정신병원, 환경 치료 정신병원, 인권 존중 병원을 지향한다.

병원은 2002년 서울대학교병원과 모자협력을 체결했고, 2006년 정신병원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위한 병동을 개설했으며 2013년부터는 정신장애 환자의 보호자 교육을 하고 있다.

순교복자회는 현재 종신서원자 74명(사제 47명 포함), 유기서원자 15명, 수련자 3명 등 121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마카오에 한국순교복자수도회를 설립해 현지 사목을 하고 있으며, 필리핀에 아시아권 성소자를 양성하는 양성소를 운영하는 등 해외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16일,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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