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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평신도의 사도적 소명을 일깨우는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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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10 ㅣ No.534

[봉헌 생활의 영성] 평신도의 사도적 소명을 일깨우는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선교사 없이 평신도에 의해 시작된 교회 역사상 유래가 없는 자랑스러운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교회의 모습은 불행하게도 철저히 성직자 중심의 교회가 되었다. 그래서 일부 평신도들 안에서는 ‘평신도’가 아니라 ‘병신도’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평신도」 잡지 안에서도 이 난은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살아가는 평신도 재속회들을 소개하는 난으로 알고 있다. 재속회의 시작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로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따라 살아가려는 평신도 단체며, 그 후 많은 수도회들의 재속회가 설립되었다. 그 이름이 ‘재속3회’, ‘봉헌자회’, ‘협력자회’ 등 뭐라 불리든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신앙생활을 좀 더 깊고 충실하게 하려는 평신도들의 단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는 다른 수도회들의 재속회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보통 재속회는 수도회가 먼저 생기고 그 뒤에 수도회의 영적 보화를 나누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the Union of Catholic Apostolate)는 연합회가 먼저 생기고 뒤에 연합회의 심장 역할을 하도록 ‘천주교 사도직회’라는 남자 수도회와 ‘천주교 사도직 수녀회’라는 수녀회가 설립되었다.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수호성인인 빈센트 팔로티 성인에 의해 1835년 4월 4일 설립되어 그해 7월 11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의 칙서를 통해 교황청의 인가를 받았다. 성인은 1835년 1월 9일 미사 후에 “세례 받은 모든 이를 나의 사도로 만들라.”는 예수님의 결정적인 계시를 받고 평신도, 교구 사제, 수도자로 구성된 평신도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를 설립했다. 연합회의 목적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믿음을 쇄신하고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이 다시 타오르게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 살아가도록 일깨우는 데 있다.

빈센트 팔로티 성인이 살았던 시대(1795~1850)의 교회는 철저히 교계제도 중심, 성직자 중심의 교회였다. 그 당시의 평신도들은 교회의 전례와 성사에 참여하여 구원의 은총을 받은 것이 전부인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 시대에 팔로티 성인은 평신도들도 이미 세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가 됐고, 사도로 파견 받았으니 자신의 신분과 직업이 무엇이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사도로서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사명을 수행하는 방법은 사제와 수도자처럼 평신도도 직접적인 선교활동에 참여하는 방법, 선교사업을 위해 물질적인 후원을 하거나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봉헌하는 방법, 기도와 자신의 고통을 선교를 위해 봉헌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가르쳤다.

빈센트 팔로티 성인의 영성이 1세기 이상 시대를 앞서 갔기에 교회가 그의 은사와 영성, 그가 설립한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가 선종하고 난 뒤에 교황청은 평신도를 주교에게만 유보된 ‘사도’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연합회와 수도회의 이름에서 ‘사도’라는 명칭을 1947년까지 약 100년간 쓰지 못하게 했을 정도다.

제2 성령강림으로 불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교계제도만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교회의 본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됐다. 그 결과 평신도의 사도적 소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서 1963년 1월 20일에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130여 년 앞서 실천하신 빈센트 팔로티를 시성하시면서 “오늘의 성인이요, 이 시대의 성인이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신 것이다.

교회 안에 있는 많은 재속회들이 평신도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재속회원들도 수도회 설립자와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세상 안에서 복음적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재속회들은 재속회원들인 평신도들이 수도자처럼 성무일도를 바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재속회원들도 수도자들처럼 성무일도 바치는 것을 특전이 아닌 자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마치 평신도들이 세상 안에서 평신도로서의 고유한 사도적 소명을 살아가며 세상을 복음화하는 활동을 하는 것보다 평신도보다 영적으로 더 우월한 것처럼 여겨지는 수도자를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영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 안에는 다른 재속회들과는 달리 평신도를 주축(현재 연합회의 세계 평의회 의장도 여성 평신도)으로, 여러 남녀 수도회와, 신심 단체(연합회 안에는 개인회원뿐만 아니라 단체회원도 있다), 교구 사제들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각자의 사도적 소명에 따라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 살아가도록 일깨우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빈센트 팔로티 성인이 살아 계실 당시에는 로마에 있던 34개의 수도회들이 연합회에 가입해 함께 활동을 했었다. 연합회의 활동은 어떤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대와 교회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다양한 사도직 활동에 참여한다.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 살아가도록 양성하는 일, 직접적인 선교활동, 선교사들을 기도와 물적으로 후원하는 활동, 인간 생명과 가정의 가치 수호를 위한 활동,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대해 헌신하기, 가난한 이들과 소외당하는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억압받는 이들과 연대하기,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 종교 간의 대화 격려,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현재 70개국에서 연합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천주교 사도직 연합회원을 양성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회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나 함께하실 수 있다.

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한국지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429번길 12-9 우편번호 463-832
전화 : 031. 707. 4450 팩스 : 031. 707. 4474

[평신도, 2015년 여름호(VOL.48), 안 프란치스코 신부(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한국지부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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