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미술ㅣ교회건축

건축칼럼: 성당의 천장은 하늘나라 중의 하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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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11 ㅣ No.880

[건축칼럼] 성당의 천장은 하늘나라 중의 하늘나라

 

 

우리는 발로 바닥을 딛고 걸을 수 있으며 벽에 몸을 기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장은 우리 몸 저쪽 위에 떠 있습니다. 바쁠 때는 바닥을 밟으며 빨리 움직이고, 일하며 집중할 때는 벽을 마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천장은 일을 멈추고 조용히 나를 성찰할 때 비로소 크게 나타납니다. 천장은 나를 넘어서 저 위에 있고 나를 내려다보며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천장을 영어로 ‘ceiling’이라 합니다. 덮는다, 가린다는 뜻인데 라틴어 ‘caelum(천국, 하늘)’에서 나왔습니다. 방 안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는 것은 결국 하늘과 천국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말도 하늘(天)을 가린다(障)고 천장을 한자로 ‘天障’이라고 씁니다. 천장이 하늘을 가리니 하늘을 대신한다는 뜻인데, 이는 영어나 우리말이나 똑같습니다. 이렇듯 사람이 사는 집에서 천장을 올려다 보는 것은 하늘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집인 성당의 천장은 어떠해야 할까요?

 

성당은 오랫동안 돌로 만들어져 왔으므로 사각형의 벽으로 둘러싸인 구조 위에 둥근 돔이나 볼트가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둥근 돔과 사각형의 벽이나 기둥은 건축적으로 필요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도 둥근 돔은 하늘나라를, 벽으로 둘러싸인 밑부분은 땅을 나타낸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중앙 돔이나 천장에는 만물의 주재자를 뜻하는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를 크게 그렸습니다. 그리스도의 권능이 온 누리에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푸르게 칠한 천장 위에 천상의 예루살렘을 비추는 수많은 별과 천사들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이런 천장은 빛을 받는 낮에도 아름다운 하늘나라를 표상했지만, 밤에 촛불을 켜고 밝힐 때는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성당 안을 덮어 주었습니다.

 

587년에 시리아에 지어진 에데싸(Edessa) 성당을 묘사한 찬미가가 전해집니다. 아주 작은 성당이었는데도 “둥근 볼트는 하늘나라처럼 확장되고 모자이크와 함께 별들처럼 비치고 있으며, 솟아오르는 돔은 하느님께서 계신 하늘나라 중의 하늘나라이고, 돔을 받치는 네 개의 기둥은 세상의 네 방향”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하늘과 땅, 사도들, 예언자들, 순교자들 그리고 참으로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건축의 구조가 하늘나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과 하느님까지도 나타낸다는 말입니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전에는 반원 제단 위에 그리스도가 앉아 계시고, 예수 승천 돔, 예언자 돔, 성령 강림 돔 등 몇 개의 돔이 상하좌우로 연속해 있습니다. 이런 천장과 벽으로 구성된 성당의 내부는 모두 금박으로 덮여 있습니다. 돔 안에도, 돔 아래와 아치 사이에도 그리고 아치의 밑면에도 모자이크로 그린 수많은 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그 자리에 멈춰서서 언제나 나를 넘어 있는 저 하늘나라를 바라보라고 말해줍니다.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7면,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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