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통일사목] 평화가 한반도와 함께: 참회와 속죄의 기도운동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3 ㅣ No.688

[정전 60주년 특집] 평화가 한반도와 함께 - 참회와 속죄의 기도운동

‘기도’ 디딤돌 삼아 민족 화해 · 일치의 문 열어야



-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참회하고 화해를 위한 밑거름을 다져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큰 도구는 ‘기도’이다. 사진은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매주 토요일 봉헌되는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묵주기도’ 모습.

 

 

종전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이 시대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장 큰 시대적 징표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교회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은 일회성 행사, 이벤트성 활동 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기도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신자들조차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희생은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분단의 고통에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었다.

진정한 통일은 평화를 지향하고, 평화를 도구로 삼아야 가능하다. 이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기도’를 디딤돌 삼아 회개해야 한다.

우리 민족 우리 이웃을 용서하고 용서받을 때, 이에 앞서 하느님과 화해할 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문을 열 수 있다.


기도를 통한 회개

전쟁 중이다. 입은 같은 민족, 형제자매라고 말하지만, 손은 언제든 서로가 서로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총부리 위에 얹어두고 있다.

지난 60년간 전쟁의 불안함은 늘 우리 곁에 머물렀다. 60년 동안 세계의 모습은 급격한 변화를 이뤘지만, 한반도 분단의 역사만은 갇힌 물과 같이 고여 있는 것이다.

반면 이 시기 동안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실천 노력은 들쭉날쭉 모양새를 보였다. 든든한 디딤돌 없이 ‘통일’의 결실만을 향해 나아가다 힘이 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 될 기도운동에도 매해 6월이 되어서야 힘을 싣는 모습이다.

해마다 6월 17~25일, 한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를 봉헌한다. 이 기도는 한국교회 사목지침서에도 명시, 전 신자들이 함께 봉헌한다. 하지만 상설 기도회와 미사 봉헌 등은 일부 교구에서만 이어지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우리 교회가 참회해야할 일이 바로 민족 화해를 비롯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바쳐야할 기도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남과 북이 될 수 있도록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기도드리자”고 당부한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참회하고 화해를 위한 밑거름을 다져야 한다. 힘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평화가 이뤄질 수 없으며, 통일은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의 하나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연스럽게 평화와 통일에 무관심한 모습에 대한 반성도 요청된다. 통일을 논하는 자리에서 용서와 화해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큰 도구는 ‘기도’이다.

“기도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마르 9,29)


독일 통일의 원동력, 기도

매주 월요일 5시면 독일(구 동독) 성 니콜라이 교회에 촛불이 밝혀진다. 1982년부터 이어져온 월요기도회의 시작이다. 지금도 매주 열리는 기도회에서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반목과 다툼이 사라지고 인류가 화해할 수 있도록 전구하는 기도들이 봉헌된다.

1982년 들어서 독일인들은 매주 니콜라이 교회에 모여 서구의 군비증강에 항의하고, 세계의 가난과 질병, 파괴되는 환경, 전쟁과 핵무기로부터 인류를 구해내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바쳤다. 방문객들은 교회 입구에 기도제목을 적어놓은 노란 종이와 불 밝힌 초를 두곤 했다. 교회 안을 촛불로 밝힌 이들은 밖으로 행진을 하면서 평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힘을 실었다. 기도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이들은 이 기도회를 통해 참회와 회개의 뜻을 확산하고, 통일을 위한 실천 방법도 복음말씀에 빗대어 고민하고 의논했다. 이에 따라 이 기도회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단초가 된 월요데모의 장을 제공할 수 있었다.

성 니콜라이 교회의 ‘월요기도회’는 지금도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기도회가 동·서독 통일의 원동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과 한국의 분단 배경과 통일 현실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일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면 월요기도회가 자주 언급된다.

특히 월요기도회는 개신교도들뿐 아니라 가톨릭과 여타 그리스도교인들이 한데 모여 기도하는 장이자,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지붕으로도 관심을 모아왔다. 전쟁의 위험 등 사회적 이슈와 갈등에 대한 도덕과 윤리를 일깨우고, 실천을 이끌어내는 구심점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니콜라이 교회에서는 매주 월요일 평화 기도회가 열린다. 또한 이 기도회에서는 종파와 종교를 넘어서 평화를 향한 뜻이 먼저 일치를 이루고 있다.


기도가 실천의 디딤돌

한국교회는 지난 1992년 이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바꿔 지내고 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딛고 일어서 갈라진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통해 하나 될 수 있도록 봉헌하는 ‘기도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노력이었다. 특히 이 기도는 우리 민족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참회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촉매가 됐다.

서울대교구는 1995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 이후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미사를 마련해왔다. 이 미사 끝에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봉헌한다. 이 기도는 북한 평양교구 장충본당 신자들과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뜻으로 봉헌하기로 약속한데 따라 진행된다.

특히 올해 3월부터는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매주 토요일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묵주기도가 봉헌된다. 또 마산교구는 지난 4월부터 경남 평화시국회의와 함께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한 미사를, 인천교구는 각 본당별로 매 미사 전, 후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신자들은 각 미사와 기도회 등이 민족화해위원회 후원회원들만이 참례하는 장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갈구하는 교회 또한 지속적인 기도운동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작은 규모라도 기도운동을 지속해, 인식과 공감대가 보다 폭넓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신부는 “우리 사회에서 평화에 대한 목소리가 줄어들었다고 교회까지 전쟁 실태를 외면해선 안 된다”며 “각 교구마다 의미나 상징성을 지닌 장소를 정해, 상설화된 기도회 혹은 미사를 봉헌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연구원 김영윤 이사장은 “한국에서 ‘기도운동’이 지속되고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기도로써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형제적 나눔에는 소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교회는 각 지역사회 안에서 평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대화와 소통을 먼저 실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계명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가르침은 온전한 ‘나눔’을 실천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기도를 바탕으로 온전한 나눔의 힘을 실천할 때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다.


“민족 화해 · 일치 위한 기도 함께해요”

가톨릭기도서에 실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등을 참고해 지향을 두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는 해마다 6월 17~25일에 봉헌한다. 9일 기도 지향은 포스터 등을 통해 공지된다.

특히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94에 위치한 ‘참회와 속죄의 성당’(031-941-2766)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묵주기도가 봉헌된다. 관심있는 이들 누구나 참례할 수 있으며, 평일(09:00~17:00)에는 각 단체별로도 자유롭게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성당을 개방한다.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평일미사가 ‘화해의 미사’를 지향으로 봉헌된다.

또 대구 성모당에서는 매월 넷째 토요일 오전 10시30분 묵주기도와 미사가, 원주 명륜동성당에서는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6시30분, 충북 청원 문의성당에서는 매월 둘째 월요일 오후 7시30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으로 미사가 각각 봉헌된다.

[가톨릭신문, 2013년 7월 28일, 주정아 기자]



2,05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