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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16: 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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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3 ㅣ No.531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16) 성심수녀회

“우리 선생님은 예수 성심의 사랑이 가득한 수녀님”



성심수녀회 채현주 수녀가 6월 26일 성심여중 1학년 모란반에서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만나는 수녀님

6월 26일 오후 2시. 중학교 2학년 장미반의 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자, 오늘이 시험 전 마지막 수업이지? 시험 범위 안에서 질문받을 테니까 궁금한 거 물어봐. 오늘 말하는 내용 중에 시험 문제 나올지도 모르니 집중하고!”

“와~ 오늘 자습하지 말고 계속 수업해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교사에게로 향한다. 한 손에는 마이크, 한 손에는 분필을 들고 있는 교사.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기만 한 교사가 사실은 수녀다. 수도복과 머릿수건 대신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무장한 성심수녀회(관구장 김영애 수녀)다.

서울 원효로에 있는 성심여자중학교는 1956년 한국에 진출한 성심수녀회가 이듬해에 설립한 학교다. 바로 옆에 있는 성심여자고등학교도 1960년 성심수녀회에서 설립했다. 현재 성심여중ㆍ고에는 성심여고 교장을 포함해 수녀 14명이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수녀들은 성심여중ㆍ고에서 “세상을 바꾸는 수단은 교육”이라는 창립자의 정신대로 예수 성심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자신을 투신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디딤돌, 커피동물원

성심수녀회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사도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이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머물며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쉼터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는 쉼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카페도 만들었다. 경기도 부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 마련한 ‘커피동물원’이다.

커피동물원을 담당하는 김정미 수녀는 “그동안 포기하는 게 일상이던 청소년들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무엇인가 성취하는 경험을 하면서 큰 변화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쉼터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가정이 해체되고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며 “부모의 울타리 없이 거친 세상에서 살던 아이들이 커피동물원을 디딤돌 삼아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심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모퉁이 쉼터, 성심 디딤돌의 청소년 자립 공간이던 커피동물원은 현재 다른 쉼터나 보호관찰소의 청소년들도 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그동안 주유소나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아르바이트하던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 수녀는 카페를 만들 때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는 “카페를 열기 전에 메뉴와 인테리어, 분위기를 정하기 위해 수없이 아이들과 현장 답사를 다녔다”며 “시장조사부터 커피 맛을 내는 것까지 아이들이 직접 해보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신앙에 기초한 정의 교육

1800년 설립된 성심수녀회는 수도회의 쇄신을 요청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봉쇄 제도와 수도복이 폐지되고 수녀회 자체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더욱 가까워질 것을 결정한 것이다.

관구장 김영애 수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며 학교 교육뿐 아니라 비형식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특히 2008년 세계총회를 거치면서는 정의ㆍ평화ㆍ창조계 보전(JPIC) 활동에 수녀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심수녀회 수녀들은 성심여중ㆍ고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세워진 용산 화상경마장과 관련해 2013년부터 집회를 계속해오고 있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과 주일에는 화상경마장 앞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교사와 학생 중 원하는 사람들은 함께 하고 있다.

6월 26일 금요일 ‘화상 경마 도박장 추방을 위한 미사’에 참례한 장경아(성심여중 2학년 장미반 담임) 수녀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교사이자 성심수녀회 수녀로서의 의무라고 했다.

장 수녀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불의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한다”면서 “우리의 행동으로 무엇인가 바뀌지 않더라도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목소리를 내고 이를 바꾸려는 움직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담당 과목이 영어인 장 수녀는 수업 참고자료로 시사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를 활용하거나 직접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 했던 시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장 수녀는 “화상경마장 반대 집회 때 수녀들이 경찰과 무력 충돌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 ‘저희가 가서 혼내주겠다’며 대신 열을 올리곤 한다”며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듣고 때로는 함께 행동하며 스스로 생각해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말했다.


성심수녀회

성심수녀회는 1800년 프랑스 파리에서 마들렌 소피이 바라(1779~1865, 아래 그림) 성녀에 의해 창립됐다. 예수님의 마음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하여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진 성심수녀회는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일하며, 특히 청소년 교육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는 1956년에 진출하여 과거 용산신학교 부지와 건물을 인수해 1957년 성심여자중학교를, 1960년에는 성심여자고등학교를 각각 개교해 가톨릭 정신에 따른 여성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성심여자중ㆍ고등학교,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목실, 청소년 쉼터, 공부방, 피정의 집 등에서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드러내고 있으며, 수녀 61명이 각자 소임지에서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전 세계 41개국에 22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12일,
글·사진=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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