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미술칼럼: 고요한 성상이 신앙의 길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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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20 ㅣ No.877

[미술칼럼] 고요한 성상이 신앙의 길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십자가의 길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김미영 수녀, 2012년, 상도4동성당).

 

 

성당 정원이나 내부에 모셔진 성상은 사람들을 신앙의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김미영(마리비타, 1945-2021) 수녀는 수도자면서 조각가로 전국 여러 곳의 성당과 수도원에 성상을 제작했습니다. 그는 국내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하였으며 밀라노 누오바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습니다.

 

김미영 수녀에게 수도 생활과 조각가 생활은 별개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앙 안에서 하나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작품에는 수도자로서의 깊은 영성과 미술가로서의 뛰어난 예술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요한 가운데서도 신앙의 세계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신앙의 가르침을 잘 전달하기 위해 때로는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핵심 내용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십자고상과 성모자상, 성인상과 십자가의 길을 주로 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수서동성당(주보: 성가정) 외부의 <성가정상>(1995년)은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나자렛에서 성가정을 꾸미며 살았던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요셉이 한자리에 있습니다. 성가정의 보호자인 성 요셉은 뒤에서 가족을 한결같이 보살피며,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무릎에 올려놓고 사랑으로 돌봅니다. 성가족이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 안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성상에 잘 담겨 있습니다.

 

종로성당 외부에 있는 <성인 김대건 신부상>(1995년)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김 신부님이 옥중에서 커다란 목칼 형틀을 차고 양손을 들어 축복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과 사람들을 향한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줍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갇혔던 좌포도청이 종로성당 부근에 있어서 교회는 이곳을 좌.우 포도청에서 치명한 수많은 순교자를 기리는 순례지 성당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제가 종로에서 첫 본당 신부로 사목할 때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건립한 성상이라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서울대교구에는 독산동성당, 상도동성당, 상도4동성당, 세종로성당, 수서동성당, 종로성당에서 김미영 수녀의 교회 미술품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교회 미술품을 빚어 사람들 마음 안에 신앙을 깊이 심어주고, 작년 말에 우리보다 앞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기셨습니다.

 

[2022년 8월 21일(다해) 연중 제21주일 서울주보 6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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