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가톨릭 교리

신학 산책64: 세례만 받으면 모두 다 천당 가나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31 ㅣ No.1646

신학 산책 (64) 세례만 받으면 모두 다 천당 가나요?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오직 예수님 믿고 천국 가세요~~”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앞을 지나갈 때면, 위와 같이 적힌 피켓을 들고 다니며 큰 소리로 외치는 개신교 신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끄러미 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살아도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님께서는 ‘믿음’을 ‘세례’와 연결하여 가르쳐 주셨다.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 16,16). 그러므로 ‘믿는다는 것’은 단지 입으로 믿음을 고백하거나, 또 일부 개신교에서 주장하듯이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세례는 물로 깨끗이 씻는 예식(정화 : 淨化)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뜻하는데, 세례를 통한 이 씻음(정화)이 죄의 용서를 의미한다. “우리를 정화하는 세례를 받으면서, 우리가 처음 신앙 고백을 할 때에 받는 용서는 아주 충만하고 전적인 것이어서, 원죄나 우리 자신의 의지로 지은 죄나 또 그 죄들을 속죄하기 위해 받아야 할 어떤 벌도 남지 않게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978항).

그런데 교회는 세례가 죄의 용서를 위한 첫째가는 성사임을 명백히 밝히면서도, 세례성사만이 죄를 용서하는 유일한 성사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세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악으로 이끌어 가는 사욕의 충동에 따라 유혹에 걸려 넘어져 죄와 잘못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978항 참조). 세례를 받은 인간이 나약한 본성 때문에 죄와 잘못을 범하고 이 죄의 상처에 아파할 수밖에 없다면, 교회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고 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안아 주어야 한다. 즉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 받은 하늘나라의 열쇠를 사용하는 일에서 세례 이외의 다른 방법이 더 필요하다. 교회는 회개하는 모든 사람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죄를 지어온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죄를 용서해 줄 능력이 있어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979항).

세례 이외에 죄를 용서하는 방법, 바로 이것이 고해성사이다. 교회는 항상 구원의 관점에서 ‘세례’와 ‘고해’를 함께 이해해 왔으며, “세례 받은 사람은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할 수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980항)고 가르치고 있다. “세례가 아직 새로 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처럼, 고해성사는 세례를 받은 후 죄에 떨어진 사람들의 구원에 필요하다”(트리엔트 공의회, 고해성사에 대한 교리, 1551년).

세례성사와 고해성사! 이 두 성사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하느님 나라에 초대하시는 사랑의 성사이다. 즉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향한 구원 여정을 시작한 것이면, 고해성사는 이 구원 여정 길을 걸으면서 유혹에 빠지거나 지치거나 걸려 넘어졌을 때, 우리를 용서해 주시고 다시 일어나 그 길을 다시 힘차게 내딛을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는 성사인 것이다. 세례를 통해 시작된 믿음은 각자의 삶에서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려는 노력(실천)을 통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7월 31일 연중 제18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5,57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