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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56: WYD(세계청소년대회) 여정에서 배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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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05 ㅣ No.250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청소년 사목의 설계도)] (55) WYD(세계청소년대회) 여정에서 배운다 ③


대 문명으로의 순례였던 덴버WYD(세계청년대회)



폴란드 쳉스토호바에서 열린 네 번째 WYD(세계 청소년 대회) 행사 이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이처럼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교회 일치를 체험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보다 체계화되기를, 또한 그만큼 더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홍보되기를 바랐다. 이에 그는 제8차 세계 청소년의 날 기념이자 WYD로는 다섯 번째가 되는 1993년 대회를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덴버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의 유서 깊은 가톨릭 순례지도 아니요, 남미 대륙처럼 인구의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곳도 아닌, 신앙이나 종교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20세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콘과도 같은 미국 - 그 안에서도 성지나 순례지가 아닌 서부의 한 도시 덴버에서의 가톨릭 젊은이 신앙 대회. 물론 WYD 행사 운영의 효율화, 체계화 및 국제적인 홍보를 위한 미디어 활용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었지만, ‘순례, 신앙 여정’에 초점을 두어 온 기존 WYD의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게다가 당시 덴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들은 미국 서부 지역의 거친 폭력성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시켰고, 덴버에서의 WYD에 대한 우려는 커져갔다. 덴버 WYD 개최 20주년을 기념했던 지난 2013년, 덴버 대회 준비위원회 및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행사 준비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그들 스스로도 WYD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처럼 가톨릭 전통과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순례’라는 개념은 생소할 것이며, 70세가 넘은 노인 교황의 메시지에 응답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으리라고 봤던 것이다. WYD 참가 인원은 2~3만 명 정도면 많이 오는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덴버 WYD 등록이 시작되자, 젊은이들의 참가 신청은 예상을 뒤엎고 15만 명을 넘어섰다. 교황과 함께하는 미사 장소로 덴버 시내의 실내 미식축구 경기장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보았던 대회 실무진들은 부랴부랴 교외의 체리 크릭 주립 공원(Cherry Creek State Park)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덴버 대회 등록 마감 시 참가 신청 인원은 22만5000명, 파견 미사 참여 인원은 공식적으로 50만 명. 그러나 대회 등록 없이 모여든 사람들까지 추산하면 7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당시 실무진은 회상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이 의도한 대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인 미국 덴버에서의 WYD 프로그램은 조직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가톨릭 전통, 신앙, 교회에 관심 없는 듯 보이던 20세기 현대 사회의 젊은이 50만 명은 이 ‘신앙 대회’에 모여들어 “여러분이 바로 교회입니다. 세상을 복음화하는 주역이 되십시오!”라는 교황의 메시지에 열정적인 환호로 응답했고, 각종 미디어는 이러한 덴버 WYD의 모습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마치 록스타처럼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록 콘서트에 참여한 것처럼 열광하지만 술과 마약이 아닌 가톨릭교회와 신앙,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기쁨을 노래하는 젊은이들. 덴버 WYD는 그야말로 현대 도시 문명으로의 ‘순례’였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향한 이 교회의 여정에 기꺼이 함께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신앙과 종교에 회의적인 사회 안에서 힘을 잃어가던 가톨릭교회의 성인 신자들에게도 젊음의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이 대회를 치러낸 미국 가톨릭교회 또한 놀라운 쇄신을 맞았다. 낮은 기대로 인해 제대로 행사를 준비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곳곳에서 실수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한 경험은 당시 사목자들에게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체험을 선물했고, 이들은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 가톨릭 청소년·청년 사목의 발전을 견인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함께 하고 있다. 당시 WYD 경험 때문에 사제·수도 성소를 택한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고, 이들 또한 지금까지 미국 가톨릭교회의 성장에 기여해 오고 있다.

덴버 WYD 총 책임자였던 슈너 대주교(Archbishop Schnurr)의 말대로, “덴버 WYD는 미국 교회가 어떻게 젊은이들을 사목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우리를 완전히 새롭게 변모시켜 주었다.”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5월 3일,
조재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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