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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왜 교구 사제들이 해외선교에 나서야 하는가: 피데이 도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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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21 ㅣ No.268

왜 교구 사제들이 해외선교에 나서야 하는가 - 피데이 도눔(Fidei donum)


해외선교, 교회 쇄신 기폭제ㆍ국내 선교 자극제

 

 

주교회의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가 지난 3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 교구 사제들의 해외선교지 파견을 골자로 하는 해외선교 활성화 방안을 제출하면서 '피데이 도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오른쪽 상자기사 참조)은 '믿음의 선물'이란 뜻으로,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교구 사제를 파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교회 피데이 도눔 현황을 살펴본다.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6월 현재 해외 선교지에 파견된 교구 소속 사제는 88명이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15개 교구 사제들이 6개 대륙 21개 나라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교포사목 사제들을 제외한 숫자다.

 

이 가운데 대구대교구가 가장 많은 사제(21명)를 파견했다. 그 뒤를 서울(13명)ㆍ의정부(12명)ㆍ대전교구(11명)가 잇고 있다. 전체 사제 수 대비 해외선교 사제 비율은 의정부(6.35%)ㆍ대구(4.84%) 순으로 높다. 

 

 

대구 21명, 의정부 6.35% 최고

 

한국교회 전체로 확대해 보면 교구사제 3900여 명 중 2.25%가 파견돼 있다. 교구 사제 100명 중 2명이 해외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가 회칙 「피데이 도눔」을 선포한 지 55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우리 교구' 밖으로 눈길을 과감하게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에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가 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제출한 해외선교 활성화 방안에는 △ 선교사 파견 방법 △ 선교회를 통한 협력ㆍ지원 사제 파견 △ 선교사 요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는 해외선교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해외선교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의식 고취를 들었다. 또 △ 교구별 해외선교 담당사제 임명 △ 지속적 선교사 지원 교육ㆍ프로그램 및 영성지원 △ 해외선교 파견 전 선교ㆍ현지 문화ㆍ언어 교육 이수 등을 구체적 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검토한 주교들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한국교회는 하느님께 받은 풍성한 축복을 기억하고 해외선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총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사제성소가 풍부한 한국교회가 사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제는 해외선교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교구들이 사목에 집중하느라 해외선교에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교구 사제들이 해외선교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복음화율이 10%(2010년 기준)에 불과하고, 지금도 사제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교구가 있는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피데이 도눔'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송영호(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 총무) 신부는 "한국교회보다 수십 배 더 열악한 지역교회가 세계 곳곳에 있다"며 "우리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 선물'을 나누려고 노력하면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칠레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송 신부는 "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사목하던 교구 사제들이 해외 선교지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면 하느님 은총과 영적 기쁨을 더 느끼게 된다"며 "해외선교는 한국교회 쇄신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신학교에서 해외선교에 대한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철 주교는 "외국 선교사들 도움으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이제 '주는 교회'로서 역할을 할 시기가 됐다. 국내 선교사목에만 집중하다 보면 교회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해외선교는 국내선교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피데이 도눔에 대한 교구 관심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정부교구는 교구 설정 6년 만인 2009년 이미 10명 넘는 사제를 해외 선교지로 보냈다. 대구대교구는 중국과 볼리비아에 20명이 넘는 사제를 파견했다. 수원교구 사제 3명도 남수단 룸벡교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 하반기 사제 6명 파견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해외선교위원회를 설립하고 올 2월 정기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사제 6명을 해외선교로 발령했다. 서울대교구는 준비과정을 거쳐 신희준 신부를 비롯한 사제 6명을 올 하반기 아시아와 유럽, 남미에 각각 2명씩 파견할 계획이다.

 

교구 사제들이 해외선교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199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해외선교사교육'과 한국외방선교회가 지난 3월 시작한 '해외선교사 학교'가 있다.

 

 

 피데이 도눔(Fidei donum)

 

교황 비오 12세가 1957년 반포한 선교에 관한 회칙 제목으로 '믿음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비오 12세는 회칙을 통해 사제 수가 비교적 많은 교구 주교들이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교구 사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회칙 반포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수도회와 선교회가 선교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했다. 해외선교에 뜻이 있는 사제들은 소속 교구를 떠나 선교회 등에 입적해야 했지만 회칙 반포 후 소속 교구를 변경하지 않고 선교활동에 투신할 수 있게 됐다.

 

피데이 도눔은 △ 친교를 나누는 교회 △ 주교단의 연대성 △ 교구 사제의 선교지역 파견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회칙은 선교활동에 대한 교구 소속 사제들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교구 사제들에게 선교 열정을 불어넣어 주고, 사제들이 지역적 한계를 넘어 보편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칙 반포 후 많은 교구 사제들이 보편적 선교사명을 깨닫고 소속 교구를 일시적으로 떠나 해외 선교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교황 비오 12세 호소에 응답해 파견된 선교사를 '피데이 도눔 선교사'라고 부른다.

 

한국교회 최초 피데이 도눔 선교사는 1985년 남미 페루로 파견된 전주교구 정승현 신부다. 이에 앞서 1981년 연제식(청주교구) 신부를 비롯한 교구사제 4명이 파푸아 뉴기니로 파견됐지만 이들은 피데이 도눔이 아닌 한국외방선교회 준회원 자격이었다.

 

[평화신문, 2012년 4월 15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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