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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한국 교회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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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08 ㅣ No.1328

한국 교회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왔나?


세계 최초 아토피 치료제 임상시험 성공

 

 

- 인간 초기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한국 교회는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고 있다. 사진은 7월 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생명 대행진에서 인간 생명 수호를 호소하며 행진하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성체줄기세포 연구

 

보건복지부는 최근 차의대가 신청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승인했다. 2005년 연구논문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같은 연구 방법이다.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계기로 교회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성체줄기세포를 지지하는 한국 교회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알아본다.

 

한국 교회가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 황우석 박사 사태가 계기가 됐다. 황 박사 사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닌 문제점과 반(反)생명성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2005년 10월, 당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이러한 생명 경시 풍조에 맞서 생명 운동의 기수가 될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설립하면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에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치료제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세웠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명실공히 우리나라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가톨릭대 서울성모ㆍ여의도성모ㆍ부천성모병원 등 8개 부속 병원을 둔 세계적 수준의 가톨릭중앙의료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상 연구용 세포 치료제 생산과 공급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세포생산시설(GMP)을 갖춘 세포치료단은 2014년 임상 적용이 가능한 성체줄기세포인 가톨릭마스터세포(Catholic MASTER Cell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전신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가톨릭마스터세포를 기반으로 뇌종양과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쏜 것이다.

 

- 2005년 설립된 가톨릭중앙의료원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은 한국 교회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치료제 개발의 중심 연구기관이다. 사진은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의 연구 장면. 가톨릭중앙의료원 제공.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간 조직 재생도 지난해 가을 가톨릭대 의대 세포ㆍ조직공학연구소장 전흥재 교수팀에 의해 이뤄졌다.

 

체외에서 간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적은 있지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간세포 결합으로 간 조직의 최소 단위인 다세포집합체 배양에 성공한 것은 국내 처음이었다. 전 교수팀의 연구는 향후 임상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21세기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김태윤(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최근 강경선(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과 함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로 중증 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에서 성공하기는 세계 최초다. 임상 결과는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스템 셀」(Stem Cells)에 실렸다.

 

이번에 사용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단 한 차례 투여로 증상이 개선되는 현상이 3개월간 지속했는데, 이는 효과가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결과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아토피 환자들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치료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전신수(다미아노)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장은 “배아줄기세포가 성체줄기세포보다 분화 능력이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배아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서 실제 임상 적용은 성체줄기세포가 훨씬 더 활발하다”며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국가나 기업이 아닌 한 의료기관이 100억 원(서울대교구 생명 기금)을 바탕으로 난치병 치료를 위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면서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접목함으로써 생명 존중을 실현하는 가톨릭 의료기관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7일, 남정률 기자]

 


기적의 세포…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

 

 

뇌졸중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심지어 걸을 수 없었던 환자가 일어나 걷는다? 

 

기적이 아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가 일군 성과다. 이 대학 스타인버그 박사가 뇌졸중 환자 18명에게 골수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7명에게서 운동ㆍ언어ㆍ시각ㆍ일상생활 기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다. 물론 초기 임상 시험 단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줄기세포의 효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엄마 세포와 같다. 예를 들어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도 새 꼬리가 다시 자라고, 꽃가지를 잘라내도 또 다른 줄기가 돋아나는 것은 바로 이 엄마 세포가 새로운 세포를 다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가 수많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피해를 당한 물리학자들이 하나둘씩 죽어갈 때 정상인의 골수를 이식했더니 완전히 망가진 물리학자들의 골수가 되살아났다. 이때부터 ‘재생’ 작용을 할 수 있는 세포를 줄기세포(stem cell)라고 부르게 됐다.

 

 

▲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이 둘은 태생 과정이 전혀 다르다. 먼저 배아줄기세포부터 살펴보자.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인간 생명의 초기 단계인 배아가 형성되고 주머니 모양의 배반포 상태가 된다. 배반포는 자궁에 착상되는 태아의 초기 단계. 배반포 안에 있는 내괴세포가 장차 태아를 형성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이 내괴세포를 추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세포다. 내괴세포를 추출한다는 것은 곧 배아를 파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초기 인간 생명(배아)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세포가 배아줄기세포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과거 폐기물로 버려지던 탯줄 혈액이나 성숙한 사람의 골수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다. 배아가 아니라 다 자란 인체조직에서 얻을 수 있기에 성체줄기세포라고 부른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어떤 생명도 희생할 필요가 없다.

 

 

▲ 가톨릭 교회 입장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당연히 반대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기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교회는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 이에 관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인간 배아는 임신 수정된 후 인간 생명의 초기 단계를 의미합니다. 최근 인간 배아에 대해 행해지는 조작들은 불가피하게 이러한 배아에 대한 살해를 수반합니다. 인간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지닌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가 됩니다. 배아들도 출생한 아기들과 같이 존중되어야 합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 63항).

 

 

▲ 전망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치료는 혁명적이긴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다만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지닌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많은 임상 시험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실용성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7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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