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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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정 안에서 신앙을 이어주는 문화 만들기: 가족을 위해 생미사와 연미사 봉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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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03 ㅣ No.1336

[가정 안에서 신앙을 이어주는 문화 만들기] 가족을 위해 생미사와 연미사 봉헌하기

 

 

자녀에게 받은 용돈 봉투를 고이 들고 오셔서 자녀와 손자녀들을 위해 미사 지향을 올리시는 할머니의 얼굴이 꽃처럼 환합니다. 아마도 자녀들이 할머니 자신을 위해 드시고 싶으신 것, 필요하신 것 사시는 데 쓰시라고 건넸을 용돈이었을텐데, 할머니의 마음은 당신보다도 자녀와 손자녀를 향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이 익숙하게 가족의 기일에는 연미사를 올리고, 가족의 생일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었을 때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병환 중일 때 생미사를 올리십니다. 그런데 자녀들에게는 이것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마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익혀 해왔던 것이지 그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회법은 “사제는 산 이들이거나 죽은 이들이거나 누구를 위하여서든지 미사를 바쳐 줄 자유가 있다”(교회법 901조)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미사가 바쳐지는 것을 ‘미사 지향’이라고 합니다. 미사 지향에는 교회 공동체, 세계 평화, 모든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등과 같은 ‘일반적 지향’과 세상을 떠난 특정한 사람을 기억하거나(연미사) 개인의 감사나 기원 등을 기억하며(생미사) 청하는 ‘개별적 지향’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청하고 싶은 지향이 있다면 신부님께 특별한 지향을 위해 봉헌해달라고 청하며 개별적 지향을 담아 미사예물을 올리고 생미사나 연미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본당의 사무실에서는 교중미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에서 신자들의 개별적 지향을 접수합니다. (교중미사에서 개별적 지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교중미사가 본당 사목구 주임이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백성들을 위한 일반적 지향으로 미사를 바치도록 규정된 미사이기 때문입니다.)

 

미사예물과 함께 개별적 지향을 신청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양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본당 사무실을 방문하셔서 각 본당에 비치된 미사예물 봉투에 봉헌금을 넣고 봉투 겉면에 지향과 신청자의 정보를 써서 제출하면 지향이 접수되며, 해당 미사에서 사제는 미사에 참석한 이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그 지향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합니다.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미사예물은 빵, 곡싱 등과 같은 현물로 이루어졌으며 미사가 끝난 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후 박해시대를 지나 신자가 늘어나면서 현물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봉헌 행렬 때 빵 대신 돈을 봉헌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봉헌된 예물은 교회의 운영과 성직자들의 생계 지원,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미사예물은 “교회의 선익에 기여하는 한편 이 예물 제공으로써 교회의 교역자들과 사업을 지원하는 교회의 배려에 참여”(교회법 946조)하는 의미로 봉헌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사예물을 봉헌하고 미사 지향을 올리는 것은 우리가 교회의 봉헌에 참여하고 미사에 더욱 깊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사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하여 구원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모든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한”(미사경본총지침, 79항) 것이므로, 예물을 봉헌하고 개별적 지향을 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미사의 은총을 얻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자녀와 함께 가족의 특별한 지향을 두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더욱 정성된 마음으로 미사를 올리고 교회의 활동을 위한 사랑의 실천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잘 알고, 다음 세대에도 그 의미와 방법을 알려주며 초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순간에 정성을 다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우리가 더욱 마음과 정성을 더하여 특별한 것은 특별하게, 가치 있는 것은 가치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이를 위해 가족이 함께 기념해야 하는 특별한 날에 연미사 혹은 생미사를 봉헌하고, 함께 영성체에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역시 함께 하는 것이지요. 가족 구성원의 생일이나 축일에 생미사를, 세상을 떠난 가족의 기일이나 축일에 연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을 가족의 문화로 만들어 보십시오.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을 통해 서로의 탄생과 존재를 더욱 감사히 여기게 되고, 세상을 떠난 가족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병환 중이거나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중요한 시험이나 관문을 앞두고 있을 때, 또는 함께 축하할 경사가 있을 때에도 가족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아 올려드리는 미사의 은총 안에서 그 어떤 격려보다 더욱 큰 힘으로 서로를 지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잔치보다 더욱 뜻깊게 서로를 축복하고 감사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3년 7/8월호, 햇살사목센터(천진아 미카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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