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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인간 이성 중심으로 세계 설명하는 계몽주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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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6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인간 이성 중심으로 세계 설명하는 계몽주의 철학


근대에 이르러 유럽 철학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띠게 된다. 그 이전 동아시아는 성리학과 도가의 철학, 불교적 세계관이 어우러져 있던 다원적인 세계였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과 계몽주의 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술문명과 개인의 자유 및 권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유럽의 부흥을 정신사적으로 해명하는 작업은 평생 독일의 조그마한 마을을 떠난 적이 없었던 칸트(I. Kant)의 철학에 의해 이루어진다. 칸트는 18세기 이래 새롭게 전개되는 유럽의 문명사적 전환을 계몽주의라는 철학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통해 유럽은 기술과 자본주의 문명에서뿐 아니라, 정신적이며 학문적인 체계에서도 그 이후의 세계에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계몽주의 철학은 인간의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체계이다. 1789년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혁명은 곧 유럽 전체로 퍼져가면서 서구 근대를 형성하는 체계로 발전하게 된다. 개인의 고유한 권리와 자유, 평등과 보편적 사랑 등의 개념과 함께 역사의 진보를 신봉하는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후 계몽주의는 유럽 전체로 확산돼 오늘날 우리가 보는 문화를 가능하게 했던, 실로 놀라운 정신의 혁명을 이룩했다. 계몽주의는 이러한 세계사적이며 문명사적 전환을 이성의 원리에 따라 체계화시켜 해명한 철학이다.

칸트에 의하면 계몽이란 “자신에서 비롯된 미성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계몽은 인간에게 주어진 이성이라는 고귀한 능력을 자기 스스로 실현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정신적 체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더 이상 온갖 외적인 권위와 원칙을 반성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이성에 입각하여 세계를 이해하고 또 그렇게 실천적으로 행동하라고 명령한다. 인간은 이 이성을 스스로 실현하는 존재이다. 자율적이며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고유한 권리와 가치가 깃들여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존엄하며, 이성을 지닌 인간에 의해 세계와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해가리라고 생각했다.

이성은 과학과 민주적 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이며, 세계를 이루어가는 원리이기도 하다. 칸트에 따르면 철학이란 이 이성을 올바르게 실현하고, 그 원리에 따라 사물을 인식하며 세계를 이끌어가는 실천적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철학은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학문적 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이며, 나아가 감각적 세계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 고유하게 설명하고 해명하는 체계이다.

이러한 철학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그 이상의 학문이다. 그래서 이 학문을 형이상학이라 부른다. 형이상학이란 말 그대로 감각적인 지각이나 형태를 띠고 있는 영역을 넘어 그 이상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는 철학이다. 고대 그리스 이래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철학은 곧 형이상학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초월적 존재이며, 이성을 지닌 자율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형이상학은 인간의 본질에 따른 학문이며, 우리 모두는 형이상학적 영역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11월 25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 가톨릭대 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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