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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1: 시작하며 - 가정 현실과 교회의 사목 대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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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6 ㅣ No.829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 (1) 시작하며 - 가정 현실과 교회의 사목 대안을 찾아서


돌아보자, 위기의 가정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전 세계 주교들을 로마로 불러 모았다. 세계주교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라 불리는 이 회의에서 교황이 내놓은 주제는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의 가정’이었다. 이 자리에는 가정 운동에 투신해 온 세계 각국의 전문가, 부부들도 초대돼 생생한 현실과 실질적 고민을 주교들 앞에서 풀어놨다. 논의는 폭넓었고, 논쟁은 뜨거웠다. 가정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에 대한 진단과 현실 파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이혼한 뒤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허용, 동성애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등 이제껏 금기시됐던 문제들도 공개적으로 다뤄졌다.

교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임시 총회였으니, 최종 결론을 내리는 정기 총회는 2015년 10월 다시 열겠다고 했다. 전 세계 주교들을 같은 주제로 2년 연속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이례적이고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만큼 가정 문제가 심각하고, 이에 대한 사목 방안이 시급하다는 교황의 판단이다. 교황은 주교들에게 각 지역 교회로 돌아가 정기 총회 전까지 임시 총회 논의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가정 사목의 대안들을 찾아보기를 권고했다.

오는 10월 4~25일 로마에서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정기 총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시노드 임시 총회 이후 한국 교회 내에서도 가정을 주제로 한 크고 작은 논의들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은 2015년 사제 연례연수를 ‘가정 교회’를 주제로 열었고,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는 공동으로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관해 논의했다. 대전가톨릭대는 ‘몸 신학 국제학술대회’를 마련하고 가정 사목과 현안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본지는 세계주교시노드 정기 총회 전까지 격주로 한국 사회의 가정 현실과 교회의 사목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정의 첫 출발을 이루는 혼인에서부터 출산과 자녀 신앙 교육 문제 등을 차례로 짚어볼 것이다. 이와 함께 이혼과 별거와 같이 위기에 처한 가정 문제를 다루며 한국 교회가 위기의 가정에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

기획을 시작하며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조환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를 만나 한국 사회 가정 현실과 교회의 사목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 대주교 역시 날로 심각해지는 가정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조 대주교는 “현재 가정의 위기는 한 개인이나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가정 문제의 원인을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그릇된 세태에서 찾았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는 한 가정 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에 가톨릭 교회가 더 위기 의식을 가지고 가정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 조 대주교는 “사람들이 가정 안에서, 가족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가정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했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재 한국 사회 가정은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낙태율과 자살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같은 말들은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

“다양한 지표들은 가정 공동체에 닥친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 문제는 인류의 미래, 교회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세계주교시노드를 2년 연속 소집하신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정 문제는 물질만능주의, 경쟁 위주의 세태, 생명 경시 풍조, 국가 정책과 교육 환경 등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낸 위기다. 그렇기에 한 개인이, 한 가정이 바르게 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가톨릭 교회는 꾸준히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혼인과 출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지만, 사람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사람들은 현실은 현실이고, 교회 가르침은 교회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서로 별개로 여기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가정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지만, 변화의 방향이 옳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물질적으로 타락했고 모두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 공동체보다는 내가 우선이다. 아이 한 명을 낳으면 얼마가 든다는 식으로 출산을 돈으로 따지는 것도 크게 잘못됐다.

생명을 선물로 여기고, 가정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는 교회가 올바른 가르침을 좀더 적극적으로 알리며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세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신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자주 만나는 본당 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당 신부가 가정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 본당 신부의 역할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교구마다 약혼자 주말, M.E. 혼인강좌, 피정 등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런 프로그램에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줘야 한다. 또 가정 상담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체 사목 지도도 중요하지만 개인 상담도 중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문제를 신앙적으로 들어주고 조언해 줘야 한다. 주보에 상담 시간을 공지해 신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조 대주교는 지난달 2일 청년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20~30대 청년들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조 대주교의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젊은이들과 허물없이 만난 조 대주교는 “청년들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교회가 당장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 청년들을 삼포 세대라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삼포에 더해 인간관계와 집 장만까지 포기한 오포 세대, 오포에 더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 취직도 잘 안 되는 데다, 취직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격차가 너무 크다. 교회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안타깝다. 치열한 경쟁 위주의 사회가 젊은이들을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로 내모는 것 같다.

자꾸 자기 자신만 행복해지려 하고 가정을 꾸려 행복을 찾으려는 생각을 못 한다. 혼인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이 행복임을 알아야 한다. 가정 안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면 빗나가게 돼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혼인과 출산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나 혼자 산다고 해서 당장은 편하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나이 들어 가족 없이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해 봐라.”


- 어떤 가정을 꾸려야 하나.

그리스도를 믿는 가정이라면 무엇보다 기도하는 가정이 돼야 한다.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기도하지 않는 가정은 그리스도인 가정이라 말할 수 없다. 특히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해야 한다. 그런 가정은 결코 헤어지거나 파탄에 이르지 않는다. 사실 부부라고는 하지만 서로 얼마나 많이 다른가. 그런 다름을 기도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

또 부부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끊어져선 안 된다. 성가정으로 이끄는 길이 바로 대화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가정이 돼야 한다. 아이를 낳겠다 안 낳겠다, 낳으면 몇 명을 낳겠다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 요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다. 온 나라가 입시에 매달리며 입시가 인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여긴다. 개인적으론 학원을 모두 다 없앴으면 좋겠다.(웃음) 결국 부모들이 문제다. 아이가 성당에 안 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학원에 빠지면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혼낸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학원에 빠졌다고 잘못했다고 고해성사를 보겠는가. 돈에 앞서 신앙을 물려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 자녀가 생명의 선물인 것처럼 신앙도 선물이다. 부모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7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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