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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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평화나눔학교1: 한반도 평화 담론 - 한반도 평화, 오늘 나부터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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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8 ㅣ No.830

[평화나눔학교 강의 지상 중계] (1) 한반도 평화 담론 - 한반도 평화, 오늘 나부터 실천



평화신문은 이번 호부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에서 개최하는 평화나눔학교 2기 강의 내용을 7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군대 가면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군대는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한반도에서 그 적은 우리의 북녘 형제이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분단 현실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진짜 사나이의 인기는 우리가 분단체제라는 비정상의 세계에 너무나도 익숙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한민족 생태계가 파괴된 병리적 세상에서 살고 있다.

분단의 극명한 비극인 6·25전쟁으로 북녘 형제는 우리의 안녕을 위협하는 적으로 각인되었다. 지금도 북한은 우리에게 거의 매일같이 무력 도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분단은 우리 안에 대립적 갈등 구조라는 비정상성을 잉태시켰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며 이에 따른 사회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한국의 사회 갈등은 분단 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 논리의 틀에 갇혀 있다.

생태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DMZ는 분단 체제 한반도의 현실을 상징한다. 남북 최대 4㎞, 동서 248㎞ 길이의 DMZ는 기이한 생태계이다. DMZ 안의 나무들은 일정한 높이까지 가지가 없으며, 수풀은 주기적으로 불태워진다. 적진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손 때 묻지 않은 자연인가? 그 안에는 200만 발의 지뢰가 숨어 있다. 새와 물고기를 제외한 동물들은 절대로 DMZ 영역을 벗어날 수 없으며, 철조망 너머의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 천혜의 원시림이자 자연의 보고라는 것은 환상이다. 우린 허상 속에 살고 있다.

독일 통일은 우리가 배워야 할 교과서다. 독일은 나치즘이 발붙이지 못하게 자정하라는 승전국의 요구를 내면화시켰으며, 성찰을 통해 훌륭한 나라로 거듭났다. 서독은 자신들의 잘못을 진정하게 뉘우쳤으며, 같은 동족이라 해도 나치 전범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 처벌했다. 이런 독일이 통일한다고 했을 때 전쟁의 피해자였던 소련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반대할 수 없었다. 독일은 깨끗하게 스스로 성찰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75년부터 통일 직전까지 연 2조 원 이상의 대 동독 지원을 했다. 동독의 정치범 3만 3000명 이상을 대가를 치르고 서독으로 이주시켰으며, 서독 교회가 동독 교회에 지원한 액수만 매년 7000만 마르크에 달했다. 동독 정부는 이 돈으로 정권을 강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동독 주민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존재가 동독이 아닌 서독이라는 걸 확인한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년간 동독은 자신들의 체제를 포기하고 스스로 서독을 선택했다.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서 바로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이 우리를 신뢰하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엄연히 북한은 다른 나라다. 지난 몇 년간 북한 주민의 대남 적개심은 커지고 있다. 몇 년 전 조사이기는 하지만 가장 많은 북한 주민이 급변 사태 시 중국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통일을 할 수 있다.

통일은 그저 다가올 미래가 아니다. 노력을 통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일이며, 우리는 통일의 객체가 아니라 당당한 주체여야 한다.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노력이다. 통일되면 우리의 청년들은 형제들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미래의 꿈을 좇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컨테이너 트럭들이 만주 벌판을 질주하고 부산발 화물 열차가 유럽으로 직행하게 될 것이다. 방학이면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베리아 자작나무숲을 달려갈 것이다. 우리 안에 내재한 분단의 비정상성을 제거하고 성찰을 통해 통일의 여정을 걸어가야 할 때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7일,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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