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의 주교좌 성당: 대전 지역 가톨릭의 아이콘,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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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7 ㅣ No.870

한국의 주교좌 성당 (6) 대전 지역 가톨릭의 아이콘,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고 있는 형상의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大興洞) 성당(주보 : 노동자의 성 요셉)은 대전교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고딕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종탑과 거대한 성당 내부를 기둥 없이 구성한 철근 콘크리트구조 및 절판구조의 캔틸레버 캐노피에 의한 정면 주 출입구 디자인 등 1960년대 초기 건축으로는 높은 기술적 성취를 이룬 한국 모더니즘 성당의 사례1)로 인정받아 2014년 10월 30일 국가등록문화재 제643호로 지정되었다.

 

1948년 대전과 충남 지역이 서울 대목구 소속의 독립 포교지(지목구)로 설정된 대전교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침체 상태에 빠졌다가 전후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1958년 대전 대목구로 승격되었다. 이어 1962년 3월 10일 한국 교계제도가 설정되면서 정식 교구로 승격됨과 동시에 서울 · 춘천 · 인천 등과 함께 서울 관구를 형성하였다.

 

대흥동 본당은 1919년 11월 대전시 목동(牧洞)에 설립된 대전 본당을 전신으로 한다. 1944년 10월 제9대 주임으로 부임한 오기선(吳基先, 요셉) 신부가 해방 후 1945년 10월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유의 현 소재지로 이전하면서 대흥동 본당으로 개칭되었다. 1948년 5월 8일 라리보(A. Larribeau, 元亨根) 주교가 초대 지목구장 서리로 임명되고, 대흥동 본당은 충남 지역의 포교 중심지가 되었다.2) 1959년 1월 11일 라리보 주교의 초대 대목구장 착좌식과 1962년 7월 24일 초대 교구장 착좌식이 대흥동 성당에서 거행되었다.

 

1960년대 들어 신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서면서 새 성당을 신축하기로 하고 1960년 3월 10일 기공식을 거행하였으나, 아직 사회가 안정되지 않고 신자들의 생활도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라 완공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1960년 여름 기초공사는 끝났지만 시공업자와의 갈등으로 1962년 3월에야 공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3) 그해 9월 8일 상량식을 하고 12월 31일 준공하였다.4) 연면적 1,731m2(523.7평), 길이 82m, 폭 22m, 종탑 40m로,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화제가 됐던 대흥동 성당은 당시 대전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랜드마크였다.

 

적벽돌구조가 주를 이루던 당시 교회 건축물과 달리 시멘트 벽돌로 마감한 현대적 디자인은 기존의 개념을 탈피하였을 뿐 아니라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큰 건축물이었다. 성당 설계는 이창근(요한 보스코), 시공은 서울 공영건업주식회사(사장 김인상 요한)가 담당하였다. 거대한 공간에 기둥 하나 없는 건물을 처음 설계해 본 건축가와 현장을 감독한 오기선 신부는 건축 기간 내내 노심초사하며 기도했고, 무사히 공정을 마치자 오 신부는 위아래층을 오르내리며 “됐다, 됐다.”를 외쳤다고 한다.5) 규모와 건축 양식에서 이처럼 화제가 되었던 대흥동 성당의 설계도와 투시도는 로마 인류복음화성에까지 보내졌다.

 

2022년 3월 25일 신임 대전교구장 김종수(金宗壽,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착좌식이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거행되었다. 2021년 6월 11일 제4대 교구장 유흥식(兪興植, 라자로) 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후 2022년 2월 26일 제5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종수 주교는 세종시 교구청에서 대전교구의 새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다.6) 대흥동 성당 또한 대전 원도심의 중심에 서서 대전 지역 가톨릭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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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전 대흥동 성당’, 『국가문화유산포털(www.heritage.go.kr)』 참조.

2) 『한국가톨릭대사전』 3권, 1681-1684쪽.

3) 『대흥동 본당 85년』, 2004 참조.

4) 『대흥동 본당 백년사 : 1919-2019』(한국교회사연구소 감수), 2019, 참조.

5) 「대전 대흥동 본당 <상>」, 『가톨릭평화신문』, 2002년 12월 8일 자 참조.

6) 대전교구는 1948년 대전 지목구 설정부터 사용해 온 대흥동 교구청사(현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 자리) 시대를 끝내고, 1991년부터 30년간 사용해 온 용전동 교구청사(대전 동구 송촌남로11번길)에 이어, 2020년 12월 26일 세종시 교구청(세종시 반곡동 국책연구원 5로 11)로 이전하고 새 시대를 열었다(「대전교구 ‘세종시 교구청’ 새 시대 열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월 24일 자 참조).

 

[교회와 역사, 2022년 6월호, 이오주은 미카엘라(한국교회사연구소 미디어콘텐츠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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