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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13: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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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24 ㅣ No.522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13)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식당에서 일하는 이웃집 ‘작은 자매’가 수녀래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일하는 곳에서 작은 자매들이 함께 일한다. 세라피나 작은 자매가 지역 여성들과 수공예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한 수녀원

부천의 한 주택가.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찾아 나선 길에 점점 의구심이 들 무렵이었다.

‘다른 수녀원이랑 많이 달라서 찾아오시기 힘들 거예요.’

섭외하면서 통화했던 수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한적한 동네에 유럽풍 단독주택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곳은 번잡한 도심의 주택가.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끝이 보이지 않는 동네였다.

‘정말 이런 곳에 수녀원이 있을까?’ 번지수를 따라간 곳에는 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있었다. 한 지붕 아래 예닐곱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옆집에 가서 닿을 정도로 빽빽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3층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환한 미소를 띤 세 명의 수녀가 낯선 손님을 반겼다. 방 두 개에 부엌, 화장실 한 칸이 전부인 열 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왜 굳이 이렇게 불편한 곳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걸까. 자리에 앉자마자 수녀들에게 물었다.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사는 것이 우리의 사도직이에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거나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친구가 되어 삶을 나누는 것이죠.”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머릿수건을 쓰거나 수녀복을 입지 않는 날이 더 많고, ‘수녀’라는 호칭 대신 ‘작은 자매’를 사용하고, 서로를 부를 때는 나이와 관계없이 ‘언니’라고 부르는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녀회의 개념을 벗어나는 곳이었다. 가난한 이들과 동등한 삶을 살며 하느님을 체험한다는 수녀들은 일상 생활을 통해 관상생활(하느님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사랑하는 행위)을 하고 있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과 함께


-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의 한 작은 자매가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수녀회 제공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3~4명 정도의 작은 공동체가 그 시대, 그 지역의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똑같이 산다. 부천 공동체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고자 이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지난해 둥지를 틀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려면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 작은 자매들은 노동은 다른 곳에서 하되 최대한 많은 시간을 이주민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라피나 작은 자매(부천공동체 책임자)는 “지금 아랫집에는 카메룬에서 온 청년이 살고 있고, 그전에는 미얀마에서 온 친구가 살았다”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오라고 현관문을 항상 열어놓는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 또 일상 생활에서 선주민(그 지역에서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이주민들도 작은 자매들에게는 편하게 찾아온다. 휴대전화가 고장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고향에 돈을 보내야 하는데 은행에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 선뜻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작은 자매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 이주민들은 평소 자신의 집에 작은 자매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거나 함께 차를 마시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노동’을 강조한다. 부천 공동체도 데레사 작은 자매는 식당에서, 엘리사벳 작은 자매는 분식집에서 일한다. 엘리사벳 작은 자매는 “우리가 노동하는 이유는 스스로 평범한 삶을 선택하고 나자렛에서 노동 생활을 하셨던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삶의 무게가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예수님이 가셨던 길이기에 기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자매들은 말한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죠. 저희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숫자이지만 사람들 가운데 있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가운데 말이죠.”

 

 

샤를 드 푸코 신부.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1939년 마들렌 작은 자매가 샤를 드 푸코 신부<사진>의 정신을 본받아 사하라의 루그르트에서 창립하면서 시작됐다. 1889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마들렌 작은 자매는 튀니지에서 군의관으로 일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프리카와 아랍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마들렌 작은 자매는 특히 사막의 유목민들을 동경하여 자주 천막을 쳐놓고 그곳에서 놀곤 했다.

1914년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건강이 많이 악화된 마들렌 작은 자매는 “불구자가 되지 않으려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으로 가서 살라”는 처방을 받고 사하라의 알제리, 이슬람 땅을 다니며 무료진료와 급식, 이웃 방문 등에 투신했다.

마들렌 작은 자매는 1938년 ‘사하라 사막의 성자’로 불리던 샤를 드 푸코의 무덤을 순례하다가 사하라 교구장 누에 주교를 만나 수녀로서 사하라 사막에 올 것을 제안받는다. 사하라의 유목민 가운데서 시작된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1946년 전 세계에 진출해 1964년에는 교황청 직속 수도회로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는 1955년 6월 1일 경북 왜관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마을에서 시작했다. 작은 자매들은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이웃들과 같은 방법으로 사십시오”라고 한 마들렌 작은 자매의 말을 따라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그들과 같은 집에서 살며 공장이나 식당, 파출부 일을 하며 산다.

한국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수도회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지부(지부책임자 예수의 마리아 영희 작은 자매)는 서울 신사동(은평구), 목포, 대구, 문산, 조치원, 부천, 부산 7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우정을 나누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24일,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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