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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예화ㅣ우화

[스승] 걱정말고 잠을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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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13

걱정말고 잠을 자요

 

 

1980년 6월 25일. 이날은 내게 있어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미국에서 3년 동안의 박사과정 공부를 마무리짓고, 최종 논문심사를 받았던 날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마지막 심사에서 떨어진다면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날을 앞두고 나는 며칠 전부터 무척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심사 전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자정이 되도록 통 잠이 오질 않았다. 술 한잔 먹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위스키 두어 잔을 따라 마셨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다. 어쩌면 한국에서 오는 전화이지 싶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미국인 지도교수였다. 내가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고 있을 것 같아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성실하게 노력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잠을 자도록 하라는 얘기와, 또 내일 아침엔 자기가 데리러 갈테니 나는 운전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놀라웠다.

 

드디어 아침이 되었다. 지도교수는 간밤에 약속한 대로 아침 9시에 나를 데리러 왔다. 논문 심사는 정각 10시에 시작되기에, 우리는 학교에 도착해서 한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지도교수는 나를 데리고 학교 근처의 간이 식당에서 커피도 사주고 빵 한쪽도 사주었다.

 

10시 정각. 드디어 논문 심사가 시작되었다. 지도교수, 심사위원교수 5명, 대학원장, 그리고 초청된 방청객 50명 앞에 나는 긴장하며 앉았다. 심사위원장이 심사 시작을 선언하였고 뒤이어 지도교수에게 오늘 심사 받을 학생을 소개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일어나서 한국말로 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분. 오늘 최종 논문심사를 받는 이성호 박사후보생을 소개합니다. 이성호는 대한민국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고 …"

 

약 5분 간 지속된 그의 서투른 한국말 소개, 그리고 통역된 영어 소개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웃겼다.

 

심사가 다 끝난 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했냐고, 그러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를 편안하게 해주고 너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가르치는 학생을 위해 선생으로서 베풀었던 참으로 사려 깊은 배려, 오늘 우리 학교 현장에도 선생님들의 그런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이성호, 연대교수].

 

[http://www.dasom.com/story/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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