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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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삶의 동반자, 부부: 고부간의 갈등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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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3 ㅣ No.583

[삶의 동반자, 부부] 고부간의 갈등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는?

 

 

(전화벨 소리) 따르르릉~~~

며느리 : 여보세요!

강 도 : 시어머니를 납치했다. 오백만 원을 주지 않으면 시어머니를 돌려보내지 않겠다.

며느리 : (약간 망설인 뒤) 한 푼도 못 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강 도 : 몸값을 주지 않으면 시어머니를 집으로 돌려보내겠다!

며느리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통장 번호 알려주세요.

 

 

남편은 무조건 아내의 편을 들어야 한다

 

결혼한 여자들은 시금치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댁, 시어머니, 시누이처럼 ‘시’자로 시작하는 말이기 때문이라는군요. 고부간의 갈등은 부부관계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풀기 힘든 퍼즐 같은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무리 풀려고 발버둥을 쳐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고부간의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금껏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들이 제시하고 있는 한결같은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남편이 무조건 아내의 편을 드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남편 분들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우리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부모가 아닌 아내의 편이 되어야 하고, 그것도 ‘무조건’ 아내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 거북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아내는 다시 구하면 되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어머니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성경에서 혼인의 본질에 대한 내용은 총 세 번 나옵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마태 19,5; 에페 5,31 참조).

 

이 말씀 안에 고부간의 갈등에 대처하는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자녀는 부모를 떠나 독립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독립까지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의 최우선 순위를 부모가 아닌 배우자에게 두며 살아가야 합니다.

 

사실 고부갈등은 시어머니의 부부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시어머니가 자신의 남편, 곧 시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면 시어머니는 이러한 결핍된 애정과 감정적인 보상을 자신의 아들로부터 찾으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나치면 아들이 결혼을 해도 심리적인 탯줄을 자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속적 갈등을 인정하라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며느리 편을 드는 아들을 결국에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무조건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경청하고 어머니의 섭섭한 마음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해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사실 남편이 아무리 아내의 편을 들어주더라도 단시일에 좀처럼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고부간의 갈등은 좀처럼 풀기 힘든 ‘영속적 갈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부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갈등의 31%는 풀기 쉬운 갈등인 반면, 69%는 어지간해선 잘 풀리지 않는 영속적 갈등이라고 합니다. 풀기 쉬운 갈등이란 대부분 상황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깊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지 않아서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말합니다. 반면 영속적 갈등은 아무리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를 말합니다.

 

영속적 갈등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배우자가 특정 문제만 거론하면 비난받고 거부당하며 이해 못 받는 기분이 들어서 억울하고 불쾌하고 슬프고 화가 납니다. 특정 문제에 대해서 아무리 싸워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각자 자신의 입장만 고수한 채 서로에게 좌절감과 상처만 남깁니다. 영속적 갈등은 각자의 유전자, 가정환경, 성장과정 등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근본적인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빚어집니다.

 

또한 서로 다른 생활방식에 따른 근원적인 욕구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영속적 갈등의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그 문제가 당사자에게는 남다른 깊은 의미, 과거의 경험, 상처 등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말라

 

그렇다면 이러한 영속적 갈등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절대 억지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안 됩니다. 둘째,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은 영속적 갈등을 억지로 풀려고 하기보다는 유머, 호감, 존중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갑니다. 곧, 서로가 꽉 맞물려 정체된 상태의 문제를 대화로 이끌어나갈 줄 압니다. 배우자에게 변화를 요청할 때도 근본적으로 배우자의 모습을 인정한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대표적인 영속적 갈등의 주제가 바로 ‘고부간의 갈등’입니다. 결국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고부간의 갈등을 아무리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고부간의 갈등을 억지로 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절대 억지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서로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사람은 상대가 진정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변화를 시작합니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변화시키는 것은 힘들지만 상대방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관점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장점만 가지고 있는 시어머니는 없지만, 단점만 가지고 있는 시어머니도 없습니다. 장점만 가지고 있는 며느리는 없지만, 단점만 가지고 있는 며느리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좀 더 따뜻한 얼굴로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처럼…. 

 

 

현명한 시어머니 수칙

 

1) 며느리의 생일을 기억할 것.

2) 혼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말 것.

3)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말 것.

4) 젊은 세대를 이해할 것.

5) 며느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캐묻지 말 것.

6) 칭찬을 아끼지 말 것.

7) 며느리의 위신을 세워줄 것.

8) 남에게 며느리 험담을 하지 말 것.

 

 

현명한 며느리 수칙

 

1) 검소한 생활을 할 것.

2) 대답과 인사는 상냥하게 할 것.

3) 좋든 싫든 즉석에서 화를 내거나 말대꾸를 하지 말 것.

4) 시부모님 생신과 어버이날을 뜻 깊게 지낼 것.

5) 외출과 쇼핑을 함께 하면서 의식적으로 정을 붙일 것.

6) 시부모 옆에서 남편에게 투정하거나 부부싸움을 하지 말 것.

7) 친정식구에게 시댁 험담을 삼가고 시어머니의 좋은 점을 칭찬할 것.

8)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생각할 것.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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