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5일 (금)
(녹)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예수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의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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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02 ㅣ No.699

[레지오 영성] 레지오의 봉사

 

 

레지오는 ‘참된 신심’을 실천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서 다른 신심 단체와 달리 단원들에게 개인적 접촉을 원칙으로 하는 활동을 의무로 부과합니다. 그런데 이 활동 의무가 부담이 되어 레지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활동을 기도로 대체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레지오가 실천한 사도직 활동이 사회의 변화와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지속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반영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당연히 신앙생활의 양상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체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본질이 바뀐다면 그 단체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게 됩니다. 교회의 역사에 많은 단체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으며, 평신도 단체의 경우 그 수명이 50년을 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가 교회 안에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단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비록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융성하기도 하고 침체하기도 하는 과정을 겪게 되겠지만, 레지오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성모님의 수족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레지오의 사도직은 성모님이 하시는 일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어머니 역할이 사라진다면 가톨릭 신앙도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레지오가 성모님의 손발이 되어 봉사하는 단체라는 본질은 사도직 활동을 완화하거나 기도로 대체하게 될 때 변질하고 말 것입니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가 평신도 사도직 단체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교본을 집필할 때 레지오의 사도직이나 신심보다 먼저 레지오의 봉사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레지오는 성모님께 봉사하려는 활동을 계기로 탄생하였고, 초기 단원들은 이 봉사활동을 통해 ‘참된 신심’을 실천하였습니다. 그들은 최초의 회합이 성모님의 초대로 이루어졌음을 깨달았고, 모든 활동이 성모님에 의해 준비되고 인도됨을 느꼈습니다. 합리적인 가능성보다 무모한 모험이 성공하고 예상치 못한 기적을 일으키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레지오 활동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시려는 기적에 협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이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시고 또 일꾼들이 따랐던 것처럼 레지오도 성모님의 지시를 받아 예수님의 기적에 봉사합니다. 레지오의 활동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요를 찾아서 충족시켜주려는 자발적인 봉사의 측면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자원봉사는 자기 지향적, 레지오의 봉사는 하느님을 향하기에 타인 지향적

 

레지오의 봉사는 지금도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표면상 자원봉사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에게 의무로 부과하고 있으니 자발적인 봉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명을 복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도 일정한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데, 그 때문에 자발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레지오의 봉사와 사회복지의 자원봉사는 외적인 형태나 자발성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향점이 다릅니다. 자원봉사는 자기 지향적이지만, 레지오의 봉사는 자기를 넘어서 하느님을 향하기 때문에 타인 지향적입니다.

 

사회복지 자원봉사 이론에 따르면 자원봉사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으며, 그 가운데 특별히 자아실현을 강조합니다.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스스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자원봉사는 만족감과 자아실현감을 줍니다. 이런 가치가 물질적인 개입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자원봉사자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금지합니다. 그런데 자원봉사자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더라도 만족감이 떨어지면 지속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결국 자원봉사가 자기 자신을 지향하는 이기적인 한계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레지오 봉사는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자원봉사를 초월합니다. 레지오의 봉사를 자발성이 아니라 의무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실현하는 순명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순명은 기도가 동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도와 활동, 곧 레지오의 신심과 사도직은 레지오의 봉사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레지오는 봉사를 통해 자신을 초월하는 성화의 길로 나아가는 단체이기 때문에 교본은 레지오의 봉사를 신심이나 사도직보다 먼저 다룹니다. 레지오의 봉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레지오의 봉사는 한계를 두지 않고 아낌없이 해야

 

교본은 레지오 봉사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제시하는데, 십자가의 제물로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 예수님의 다섯 가지 상처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무기,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산 제물, 노고와 고통을 받아들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 끝까지 달리기 등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 중요한 개념을 선택하고 제시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레지오 마리애는 로마 군단을 표본으로 조직된 성모님의 군단으로 악의 무리와 싸우는 그리스도의 전투에 참여하는 만큼 하느님께서 주시는 무기로 완전무장 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신앙에 대한 확신이 가장 중요한 봉사의 첫 번째 요건입니다.

그리고 레지오의 봉사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을 지향하며, 봉사에 주님의 모습이 반영되도록 자신을 산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자신을 제물로 바친다는 것은 봉사에 따른 어려움을 달게 참아 내고 끝까지 버티어 나가는 것이며, 벗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그런 사랑의 경지에 접근하기 위해 노고와 고통을 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를 모두 바치려는 마음가짐을 봉사활동의 알맹이로 삼을 때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 같은 사랑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레지오의 봉사는 한계를 두지 않고 아낌없이 해야 하며, 지속적인 봉사 그 자체를 은총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은총은 신앙심의 힘을 드러내며, 레지오의 봉사에 따른 노력과 투지가 신앙심을 강화합니다.

 

그동안 레지오는 활동을 단원의 의무로 강조하면서 사도직 활동이 자발적인 봉사를 본질로 한다는 사실은 간과하였습니다. 신심 단체로서 기도와 순명을 강조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은 레지오의 활동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심어주었습니다. 의무로 부과되는 활동은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가 아니라 신앙과 관련하여 받은 지시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오해로 활동 목록을 만드는 어려움도 발생시켰습니다.

 

외환위기로 위축된 레지오 활동은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로 위축되는 것은 레지오가 이전에 해 오던 활동이지 앞으로 새롭게 찾아낼 활동은 아닙니다. 혼인 잔치로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성모님이 알아채듯이 단원들도 성모님의 마음으로 자발적인 봉사의 자세를 갖춘다면 변화된 사회 안에서도 더 많은 새로운 활동 대상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활동이 어려워 기도로 대체하려는 생각이 든다면 주변을 돌아보며 성모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8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상주 가르멜 여자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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