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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혼인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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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22 ㅣ No.815

[가정 - 사랑의 공동체] 혼인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건강한 가정이 되는 데 무엇부터 필요할까?” 가정사목을 담당하는 사제로서 고민이 많다.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역시 가정의 기초는 부부 관계이다. 주변에서 배우자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부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열렬히 사랑하던 마음을 왜 잃어버렸을까?

사실 우리는 부부 관계에 대하여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아는 것이라고는 부모님의 부부 관계가 전부인지라 무의식중에 부모님의 모습을 따라 부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더욱 성장하고 평안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부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마음을 연 대화와 소통으로 더 큰 신뢰와 사랑을 이루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정에서의 관계 회복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오히려 예비부부에게 실시하는 부부 관계에 대한 사전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기에 혼인 전 교육은 강제적 의무가 아니라 혼인 이후의 부부 관계에 도움을 주려는 교회의 배려인 셈이다.


짧지만 강렬한 지구별 혼인교리

서울대교구 지구별 혼인교리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세계생명대회에 참석하신 뒤, 한국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취지로 지구별 낙태의 폐해와 자연적인 가족계획 방법 등의 생명교육을 중심으로 하면서 1990년 시작되었다.

가정사목부에서는 2000년 기존 생명중심의 혼인교리에서 부부 관계, 혼인법, 생명과 가정교육 등의 가정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담은 혼인교리 교재 「혼인할 준비가 됐습니까」를 발간하였지만, 교육 내용과 방법이 예비부부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그 사용이 저조하였다.

2010년 부부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발간된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교재는 강의 중심의 교육을 동영상, 봉사자 부부의 체험담과 예비부부의 대화와 나눔으로 진행하는 등 젊은 예비부부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또한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 부부의 의사소통 방법과 혼인성사의 의미 등을 구성하여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18군데의 지구 내 혼인 담당 성당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달이 640여 쌍이 교리를 받는다.

사실 지구별 혼인교리의 참가자 대부분은 혼인 면담의 필수 서류인 ‘혼인 이수증’을 발급받으려 마지못해 참석하는 실정이기에 교육 전 참가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참가자의 4분의 1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며, 냉담교우들도 많다. 그래서 혼인교리 참여 문제로 서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막상 교육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수강생들은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에 대해 들으면서 호감을 갖고, 부부간의 의사소통법을 배우며 진지한 눈빛으로 대화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부부로서 살고자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쓰면서 마음이 열린다. 그저 놀랍기만 하다.

물질적인 혼인 준비에 치중하느라 소홀했던 관계를 되돌아보며 다시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특히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사랑의 축복예식’을 통해 혼인 준비로 주고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용서의 체험으로 냉담을 풀기도 한다.


이상적 혼인 전 교육, 가톨릭 약혼자 주말

서울대교구 가톨릭 약혼자 주말은 “결혼식은 하루, 혼인은 평생”을 모토로 예비부부와 혼인한 지 1년 미만의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부부 관계 프로그램이다. 수강생들은 2박 3일간 배우자와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혼인생활에서 직면하게 될 주요한 주제에 대해 준비하게 된다.

가톨릭 약혼자 주말은 1996년 한국메리지엔카운터(한국 M.E.)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당시 한국 M.E.팀 교육분과 대표였던 김종수 신부, M.E. 한국 대표부부인 박상일 · 남총자 부부와 김경완 · 박덕근 부부 등 4쌍의 수강생들이 참여하여 1997년 6월 27-29일에 시작되었다.

그 뒤 2003년 서울 M.E.가 지역권으로 분할하면서 교구에 약혼자 주말의 운영을 이관 요청하여, 사목국 가정사목부가 이를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 가톨릭 약혼자 주말은 수원 · 의정부 · 마산 · 인천 · 전주교구로 확산되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올해 15회의 약혼자 주말을 실시할 계획이다. 3개월 전부터 가톨릭 약혼자 주말 홈페이지(www.ceekorea.or.kr)에서 신청받으며, 인기가 많아 대부분 당일이면 신청이 마감된다.

약혼자 주말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은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가운데 사랑받고 있다고 깨닫기 때문이다.

약혼자 주말은 비타민과 같다. 결혼 준비로 갈등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수강생들이 이 기간 동안 모두 잊고, 오로지 배우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미소, 사랑으로 마주잡은 손에 친밀함과 활력이 넘쳐흐르며 주위를 전염시킨다.

약혼자 주말은 돋보기와 같다. 돋보기가 작고 흐릿한 것을 크고 선명하게 보여주듯 약혼자 주말은 수강생들이 혼인한 뒤 부딪힐 일들을 미리 직면하게 해준다. 아직은 막연한 주제들을 미리 생각해보고 대화하며 함께 결정하면서 현실적으로 준비시키는 것이다.

특히 혼인을 앞두고 막상 그 선택에 확신이 없던 이들이 약혼자 주말에 참여하여 배우자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는 소감은 담당사제에게 큰 감동이다.

약혼자 주말은 스펀지와 같다. 약혼자 주말은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는 ‘있는 그대로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자세’, ‘배우자에게 생명을 주는 태도’, ‘일치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부부’라는 가치관을 심어준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해 머금고 있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약혼자 주말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으며, 그 가치관을 실천하고자 결심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약혼자 주말은 예방주사와 같다. 혼인 뒤 사랑의 감정은 갈등과 다툼으로 서서히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예방주사로 몸에 면역력을 향상시키듯 약혼자 주말은 ‘공명정대하게 부부가 싸우는 법’, ‘위험을 무릅쓰고 마음의 문을 연 대화’, ‘결심으로의 사랑’, ‘혼인생활에서의 용서’ 등을 가르쳐 부부 관계의 갈등과 환멸을 넘어 더 큰 기쁨을 맛보도록 준비시킨다.


서울대교구 혼인 전 교육의 과제

지구별 혼인교리의 과제는 가정사목부와 혼인교리를 실시하는 본당 간의 교류이다. 가정사목부는 혼인교리의 기획, 연구, 교육, 관리 등의 총괄을 맡고, 혼인교리 실시 본당은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그 역할이 구분된다. 이러한 명확한 구분은 자칫 가정사목부와 혼인교리를 실시하는 본당과의 괴리를 가져올 수 있다.

가정사목부는 혼인교리 현장의 의견과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고, 혼인교리 실시 본당은 가정사목부의 지침에 따르도록 서로 협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예비부부들의 수요와 눈높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에서 가지고 있는 혼인교리를 받는 예비부부에 대한 기초자료는 2000년 ‘서울대교구 신자들의 가정사목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와 2006년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식의 혼인교재 시범운영 설문’의 두 차례 조사자료뿐이다.

2015년을 맞아 혼인교리를 받는 수강생들의 의식과 수요, 현 혼인교리 교재의 효과를 진단하고자 예비부부의 혼인 의식, 성과 생명윤리 의식, 혼인 후 계획에 대한 조사와 혼인교리 효과에 대한 만족도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문하고 있다. 이 설문은 혼인교리 담당 사제와 봉사자를 위한 연수자료, 향후 혼인교리 재개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톨릭 약혼자 주말의 첫 번째 과제는 담당 사제와 봉사자의 양성이다. 현재 선배 부부와 담당 사제의 부족으로 약혼자 주말 차수의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 예비부부에 대한 애정을 지닌 사제와 M.E.를 수강한 혼인 10년차 이상의 부부 봉사자의 확충이 시급하다. 또 후배 부부도 한두 차례 약혼자 주말 봉사를 한 뒤 임신과 출산으로 약혼자 주말 공동체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두 번째 과제는 약혼자 주말의 후속으로 심화 주말의 개발이다. 약혼자 주말 수강 후 이들은 대부분 1-2년 내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새로운 가정환경에 부딪히게 된다. 혼인 2-4년차 부부들이 원(原)가족과 자녀와의 관계를 직면하고 약혼자 주말의 가치관에 따라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1박 2일의 심화 주말이 필요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혼인을 하지만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혼인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짧은 여행을 떠나도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는데 하물며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와의 가정생활을 위해 부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예비부부들이 교회의 혼인 전 교육을 통해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성가정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박수환 치릴로 - 서울대교구 신부. 2005년에 사제품을 받고, 현재 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차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4월호, 박수환 치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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