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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다문화 가정 자녀들: 이방인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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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30 ㅣ No.567

[이민의 날 특집] 다문화 가정 자녀들


이방인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한 가족'

 

 

행정안전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결혼이주민은 18만1671명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의 16%에 달한다. 또 10년 전 4%가 채 안 됐던 국제결혼 비율은 2009년 현재 11%(3만3300건)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도 계속 증가해 2010년 현재 12만 명을 넘어섰다. 또 취학 연령에 해당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는 4만2000여 명이지만 이들 가운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3만5000명으로 재학률은 82%에 불과하다. 재학률이 95%를 상회하는 한국학생들과 10%P 이상 차이가 난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 태어난 자녀 △ 중간입국 자녀(이주민이 결혼 전 낳고 한국으로 데려온 자녀) △ 한국인이 이주민과 결혼 전 낳은 자녀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특히 중간입국 자녀의 재학률이 무척 낮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ㆍ교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사진은 대전교구 이주사목부가 창단한 '모이세 다문화 가족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모습.

 

 

다문화가정 자녀 정규교육 탈락률 높아

 

지난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실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입국 자녀(총 982명)의 재학률은 초등학교 60%, 중학교 56%, 고등학교는 31%에 불과하다.

 

한국인과 결혼이주민 자녀의 재학률도 초등학교 85%, 중학교 84%, 고등학교 71%로 전체 재학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이유로는 언어문제가 가장 많이 꼽힌다. 서울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곽정남 수녀는 "한국어, 한글이 서툰 이주민 엄마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언어 습득 속도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곽 수녀는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언어능력마저 떨어지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중간입국 자녀들은 어려움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대표 김혜성 의원)이 중간입국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어 사용 능력조사 결과를 보면 중간입국 학생 4명 중 1명(24%)만이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잘 듣고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어로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말하고 발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21%가, '교과서나 참고서를 포함하여 읽기교재를 잘 이해하느냐'는 질문에는 1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정규교육과정에서 중도 탈락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생활하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이른 나이에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다문화가정 자녀의 연령은 초등학생 이하가 85% 정도로 어린 편이다. 아직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 부적응, 중도 탈락의 후유증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이들이 성인이 되는 8~10년 후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게 이주사목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사회ㆍ정책적 배려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교회와 사회에서 특별한 관심 기울여야

 

대구대교구 이주사목부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신앙 교육과 학교 공부를 돕는 '다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다솜 학교에서 교리 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은 아이들과 이상해 담당 신부 모습.

 

 

교회에서는 교구 이주사목 담당자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사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본당 차원에서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전교구에서 운영하는 '모이세 꿈터 신앙공부방'과 대구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다솜학교' 등은 교회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문을 여는 다솜학교에서는 교리를 가르치는 신앙학교를 비롯해 미사, 언어치료, 한문수업, 전ㆍ현직 초ㆍ중등 교사가 가르치는 학과 보충수업, 화가가 지도하는 미술수업 등이 진행된다.

 

전문 언어치료사가 강사로 나서는 언어치료 수업은 말과 어휘 구사가 또래에 비해 늦거나 발음에 문제가 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또 다문화를 널리 알릴 목적으로 올해 다문화가정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을 창단해 한 달에 두 차례씩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대전교구가 지난해 천안에 문을 연 '모이세 꿈터 공부방'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 공부와 신앙 교육을 돕고 있다. 주일마다 천안 복자여고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공부를 지도해주고 전문 강사들이 미술 신앙학교, 오카리나 교실 등을 열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다문화가정 어머니와 자녀로 이뤄진 '모이세 다문화 가족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교회 밖에도 눈여겨볼 만한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이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는 언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4살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방문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선이다.

 

언어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교회와 사회에서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아이들을 모두 돌보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또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수많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나 대책도 현재로서는 미흡한 상황이다.

 

 

함께 어우려져 사는 세상이 목표

 

지난 3월 열린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2011년도 상반기 전국 실무자 연수에서 한 참석자는 "교회에서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흥식 주교는 "이주사목위원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 한국사회에서 더불어 살고, 같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자연스럽게 공동체 일원이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만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곽 수녀는 "대안학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어우러져 사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 안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관한 문제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대책 마련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구체적 계획과 실질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회도 이제 교구뿐 아니라 본당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담당 맹상학 신부는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 문제는 머지않아 곧 지역 본당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며 "본당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사목방안을 찾고 있다면 각 교구 이주사목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델로 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1년 5월 1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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