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나의 기도가 응답 받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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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03 ㅣ No.1790

[빛과 소금] 나의 기도가 응답 받고 있습니까?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본당에 있을 때 신자 몇 분과 공구 상가에 갔었습니다. 수리할 것을 맡기고 필요한 것들을 샀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아는 신자 분이 하시는 가게가 있어서 들렀습니다. 폐업한 식당 같은 데서 물건을 사다가 파시는 분이었는데요. 물건을 구경하다 보니, 신자 분들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수납장, 탁자같이 구매하기에 적당한 것들이 보입니다. 그러면 사다가 필요한 곳에 두곤 했는데요. 만약 신자 분들이 저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말을 듣고 난 뒤에는 일종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언젠가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 해결 방법을 만났을 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와 같은 일이 성경에도 나와 있었습니다. 라자로가 죽었을 때 두 자매는 예수님에게 사람을 보내어 그 사실을 알립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즉시 그에게로 가시지 않죠. 칠일이 지난 뒤에야 그를 찾아가 살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소식을 듣고 칠일 뒤에 움직이셨지만, 들은 그 순간부터 타이머는 작동을 시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적당한 때와 장소에서 전해 들은 그 일을 해결해 주십니다. 만약 예수님께 말을 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살았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말을 전했다면 일단은 안심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타이머가 작동되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그 말씀의 성취를 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뢰고 청한다면 언젠가 하느님이 원하시는 시기와 장소에서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응답이 없다면 다음의 네 가지를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나는 기도하고 있는가’입니다. 야고보서 4장 2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씀대로 기도의 응답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기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매일 꾸준히 기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루카 복음 18장을 보면 어떻습니까? 줄곧 졸라대던 과부가 재판관의 마음을 움직이죠. 우리도 하느님을 믿고 끈질기게 밤낮으로 기도한다면 응답 받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이기적인 기도를 바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야고보서 4장 3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에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느님이 나의 이기적인 기도에 모두 응답해 주셨다면, 나는 ‘나 중심적이고 근시안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겠죠. 아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영적인 성숙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느님은 나를 위해 나의 이기적인 기도를 드물게 또는 들어주지 않으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번째로 죄를 씻고 관계를 회복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웃집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빌리러 가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매일 시끄럽게 짖어대는 그 집 강아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홧김에 그 강아지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강아지 주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 빌리려던 물건을 계속 빌려야 할까요? 아니면 그와의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할까요? 강아지를 왜 발로 찼는지 해명하는 게 먼저겠죠.

 

마찬가지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면, 무언가를 청하기 전에 먼저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사야서 59장 2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느님 사이를 갈라놓았고 너희의 죄가 너희에게서 그분의 얼굴을 가리어 그분께서 듣지 않으신 것이다.”

 

말씀대로 우리 죄가 기도의 응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죄를 씻을 수 있는 참회와 고해성사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현 세례자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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