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의 자세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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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4-04 ㅣ No.279

[기도, 한 걸음 더] 기도의 자세와 태도

 

 

기도의 목표

 

기도의 목표가 무엇일까요? 누구나 한결같이 말하는 기도의 목표는 바로 하느님과 일치 또는 합일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기도는 하느님과 일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치라는 말을 쓸 때, 내 말을 듣고 따라준다는 의미의 일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독재이기 때문입니다. 일치란 내 생각은 가지고 있되 내려놓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상대방도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 알아듣는 것과 내 생각대로 알아듣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의 일치란 내 생각을 내려놓음으로써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곧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체를 건강하게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을 통해 신체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처음에 2km도 못 걷던 사람이 운동을 해서 5km도 쉽게 걷게 되는 것이고, 10kg밖에 못 들던 사람이 운동을 해서 20-30kg도 쉽게 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면에서도 튼튼해지려면 기도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영적인 면에서 튼튼하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찾고 발견”(이냐시오의 영신수련, 1번)하는 것이 쉬워지는 만큼 영적으로 튼튼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잘 찾고 발견하려면 바로 영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 하느님의 뜻을 잘 찾고 발견하고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또는 태도에는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귀중한 시간을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하나 - 귀중한 시간을 내어놓으라

 

헌금 이야기를 할 때 십일조를 말합니다. 그러나 십일조를 내는 신자가 얼마나 됩니까? 재물의 십일조가 아까워서 못 낸다 하더라도 ‘시간의 십일조’는 하느님께 바쳐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넉넉히 잠자는 시간 9시간을 빼더라도 15시간의 십일조인 한 시간 반쯤은 하느님께 내어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스승은 보톨도 지오바니입니다. 보톨도의 문하생이 된 것은 미켈란젤로가 14살이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보톨도는 미켈란젤로의 놀라운 재능을 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위대한 조각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미켈란젤로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더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스승은 “그보다 너의 기술을 무엇을 위하여 쓸 것인가를 먼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데리고 나가서 두 곳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처음 데려간 곳은 술집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스승님, 술집 입구에 아름다운 조각이 있어요.” 하고 말하자, 스승은 “이 조각은 아름답지만 조각가는 술집을 위해서 이 조각을 사용했단다.” 하였습니다. 스승은 다시 미켈란젤로를 데리고 아주 큰 교회로 가서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너는 이 아름다운 예배당의 조각상이 마음에 드느냐, 아니면 저 술집 입구에 있는 조각상이 마음에 드느냐? 똑같은 조각이지만 하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또 하나는 술 마시는 이들의 쾌락을 위해서 세워졌단다. 너는 네 기술과 재능을 무엇을 위해서 쓰기를 원하느냐?” 스승의 물음에 어린 미켈란젤로는 큰 도전을 받고 “하느님을 위하여 쓰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시간을 쾌락을 위해서 쓸 수도 있고, 하느님을 위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위한 시간을 내놓지 못한다면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기에 하느님과의 일치는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바쁠수록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기도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나의 귀중한 시간을 주님께 드리는 결단 속에서 두 번째의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도할 때 내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기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문제까지도 내려놓고 하느님의 말씀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둘 - 생각을 내려놓으라

 

요즘 ‘생각대로 티’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목이 마르면 냉장고 열면 되고, 고등어 보면 구워먹으면 되고….” 이렇게 우리는 생각대로 되어가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독재라도 내 생각대로만 되어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대로 다 된다고 그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일까요?

 

나에게는 행복일지 몰라도 상대방에게는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입니다. 더 행복한 세상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아닐까요? “목이 마르면 냉장고 열어 물 마시면 되고”라는 광고 내용처럼 이렇게 생각대로 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때 마실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지금까지 내 생각대로만 살아왔던 사람은 화가 날 것이고, 내 생각을 내려놓는 사람은 물이 냉장고에 없어도 기꺼이 가게에 가서 물을 사가지고 와도 아무 불편함을 모를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생각대로만 되는 세상’에 살 것인가, 아니면 ‘내 생각대로 되면 되는 대로 좋고, 내 생각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세상’에 살 것이냐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삶을 원합니까? 전자를 원한다면 기도할 필요 없이 여러분 생각대로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후자를 원한다면 생각을 내려놓는 기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생각대로 되는 것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생각대로 되지 못할 상황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대로만 하려는 마음이 하느님과 일치를 방해합니다. 하느님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는 꼭두각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게 생각나는 대로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일치를 방해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의 독재성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이러한 독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이 독재성을 없애려면 우리의 태도가 올바르게 서있어야 합니다. 기도할 때 하느님과 일치를 방해하는 생각대로 하려는 독재성을 없애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곧 생각을 내려놓는 자세인 ‘불편심(不偏心, indifference)’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편심이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마음입니다. 곧, 우리는 살아가면서 건강, 부귀, 명예 그리고 장수를 원하는데, 불편심이란 “질병보다 건강을, 빈곤보다 부귀를, 업신여김보다는 명예를, 단명보다 장수를 원하지 않는 마음”(이냐시오의 영신수련, 23번)으로, 내 생각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라면 둘 중의 어느 것이든 하나를 기꺼이 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신수련에서 이러한 불편심을 가지란 말은 바로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을 뜻합니다. 기도할 때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이 불편심은 기도를 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기도의 자세이며 태도’입니다. 우리 안에 이 불편심이 있을 때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무엇인가를 하실 수 있는 것이지, 이러한 마음이 없을 때에는 하느님 대신에 내 생각대로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사랑과 의지와 이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모든 영신 사정에서는 더욱 진보할 것”(이냐시오의 영신수련, 189번)이라고 하였듯이 자기 사랑, 의지, 그리고 이권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독재성을 놓아버리는 것, 곧 내 생각대로 하려는 것을 내려놓는 불편심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영신 사정이 더욱 진보하여 하느님과 일치는 가까워질 것입니다.

 

* 정규한 레오나르도 - 예수회 신부. 이냐시오 영성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2월호, 정규한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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