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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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18 ㅣ No.806

[가정 - 사랑의 공동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고자



“우리는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러 왔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저희 형제들을 불러놓고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이제는 제가 혼인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혼인을 통해 이제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수강생들은 ‘창조’라는 말 때문인지, ‘애를 많이 낳으라는 말인가 보다.’라고 곧잘 알아듣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시고 그의 거들 짝으로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존재를 더 잘 알아보도록 반쪽인 배우자 하와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갓난아기로 지으신 것이 아니라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성인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사목에서는, 혼인을 시작하는 청춘 남녀들이 사목의 중심에 자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비부부들이 바로 하느님의 창조업적을 이루는 당사자들로서, 사목의 시발점이 됩니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에덴동산에 새로운 부부가 그 첫발을 디디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혼인 전 교리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 이후의 삶이 주고받는 사랑의 관계로 풍요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마산교구에서 이루어지는 가나혼인강좌와 약혼자주말강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가나혼인강좌

1강 - 왜 사랑을 열정이라 부르는가?

사랑은 언제나 나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자극하고 감동을 주며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첫 강의는 혼인을 준비하는 부부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성장하고 느끼고 있는지를 객관화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사랑을 느끼는 내적 순간부터 외적인 행위에 이를 때,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모습 또한 새롭게 보이며 황홀경에 빠질 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남녀 사랑의 체험은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고 느끼게 하며 아름답게 합니다.

사랑은 한 인간의 어떤 감성이나 이성을 넘어선 그 무엇의 작용입니다. 사랑-열정은 끌어당기는 매력입니다. 정말 묘한 어떤 힘이 나를 매혹시킵니다.

사랑은 나를 선으로 이끌고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은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변화시키고 다시 하느님께 되돌아가면서 완성됩니다. 남녀 사랑이 하느님으로부터 왔고 하느님 안에서 완성되는 혼인의 성사성을 잘 드러내 줍니다.

2강 - 통합된 사랑 : 감성과 이성

사랑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안으로 들어온 ‘너’의 현존이고, 이 현존은 그 자체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본능을 흔들어 놓고 갈망을 낳습니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간의 상호적 관계이기에 감정적, 정서적 반응만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만일 사랑을 감정의 흐름에만 놓아둔다면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위를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의 역할을 필요로 합니다. 2강에서는 남녀 심리의 차이점과 다름과 대화방식을 소개하며, 정서와 감정을 잘 전달하는 대화기법을 알려줍니다.

3강 - 자연가족계획(NFP)

교회에서 요구하는 자연가족계획은, 혼인이 부부사랑 증진과 자녀출산이라는 생명에로 열려있음을 가르칩니다. “나는 전적으로 당신과 하나가 되고, 당신과 출산의 선을 즐거워할 가능성을 받아들이기를 소망합니다.”라는 부부행위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기본적인 생리주기 패턴을 인지하도록 교육하고, 그 배우자에게는 여성의 생식력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배우자의 성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서로 존중하도록 알려줍니다.

더 나아가, 빌링스 점액관찰법으로 자녀를 준비하고, 또 자녀의 터울을 조절하여 자녀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부부는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의 원천인 생식력을 자각하고, 부부행위를 통해 나누는 사랑의 증진과 출산과 육아의 과정들이 하나의 거룩한 신비의 체험이며, 사랑의 기쁨임을 알게 합니다. 부부사랑이 곧 그 자녀들에게 소중한 안정감과 행복을 가져다주며, 미래에 건강한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근본임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약혼자주말강좌

약혼자주말(Engaged Encounter)은 2박 3일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혼자주말의 전체적인 내용은 혼인 전부터 시작하여, 아기를 기다리고 낳고 기르는 2-3년의 시간을 주제로 하여 진행됩니다. 그리고 결혼기간 5년 미만인 주니어 부부와 15년 이상인 시니어 부부와 사제가 봉사자로 참여합니다.

먼저, 기혼부부들이 경험담을 들려주고, 수강커플들은 짝꿍과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합니다. 혼수 준비부터 혼인예식, 신혼여행, 다툼과 화해, 시댁과의 관계, 친정과의 관계, 부부사랑인 부부행위, 자연가족계획(NFP)을 통한 자녀출산, 출산의 기쁨과 환희, 자녀 성장의 신비감 체험, 육아의 상호협력과 가사분담, 자녀 교육과 재정 문제, 환멸과 로맨스 등등 1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주말 교육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수강자들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수강자 1 - 사람마다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그 대안은 그들 각각의 나이, 가치관, 가정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근엄하든 그렇지 않든, 부유하든 그렇지 않든)이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마음을 합쳐 풀어가기도 함을 알게 되었다.

수강자 2 - 자연가족계획(NFP)을 통해 부부 두 사람이 사랑의 매개체임을 알게 되었다. 봉사자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용기를 내어 그 동안 담아두었던 속얘기를 할 수 있었으며, 한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에 대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수강자 3 -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주제들을 봉사자 부부들의 경험담을 통해 접할 수 있었으며, 용서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할 수 있었다. 배우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감동적이었다.
 
수강자 4 - 그동안 ‘혼인예식은 하루, 혼인은 평생’이라는 것을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교육을 통해 혼인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처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수강자 5 - 교육 내내 모든 것이 새로웠다.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고, 배우자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다 보니, 평소 몰랐던 부분까지도 알게 되었다. 배우자가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지 몰랐는데,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감동적이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강자 6 - 결혼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일치’임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일치’하고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먼저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헌신을 하면 따라오는 것이 ‘행복’임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선택하는 방식이나 자신에게도 생명을 주고, 나의 소중한 배우자에게도 생명을 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깨어 있길 하느님께 기도드려야겠다.

사실 자신의 잘한 점을 드러내기는 쉽지만, 부족한 점을 열어놓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인데, 솔직하게 경험을 나누어주신 선배부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가족을 계획하고 서약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위의 개별 소감들에서 볼 수 있듯 봉사자 부부들의 경험담을 매개로 대화의 주제가 건네지고, 그 주제에 대해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봉사자 부부들이 자신들의 환멸과 기쁨의 시간들을 용기 있게 나누어줌으로써 참가한 커플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평소 다루기 어려운 부분까지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이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다. 프로그램 중에 서로 다투기도 하고, 옆 커플이 서로에게 더 잘 배려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기 짝꿍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참가자와 봉사자가 함께 이루는 교육의 시간이다. 그래서 봉사자들도 수강생 커플들의 순수함과 열정에 감동을 받고, 수강생들도 봉사자는 물론 또 다른 수강자 커플들의 사랑 방식을 보고 배우게 된다.


혼인교육의 내실화를 위하여

하나의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을 이루고 그 습관이 성격을 이루듯이, 연애시기와 결혼시기 초기가 일생을 방향 짓는다. 아버지다움과 어머니다움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보고 배운다.

따라서 더 넓은 의미의 가정 공동체인 본당은 또 다른 형태의 건강한 모델링이 되어주어야 한다. 본당 자체의 문화가 건강하게 조성될 때, 개별 가정이 생활로써 혼인생활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교구는, 혼인교육이 혼인예식을 위한 수료증이 아닌, 진정 두 사람이 사랑이 되어 서로에게 헌신하도록 돕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부부 두 사람이 함께해야 변화가 있기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약혼자주말이 혼인교육의 중심에 자리하길 바란다.

* 강형섭 미카엘 - 마산교구 신부. 2000년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교구 가정사목국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3월호, 글 강형섭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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