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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미국 시카고: 주님 안에서 우리 마음이 기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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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6-23 ㅣ No.176

[해외 한인 공동체 소식] 미국 시카고 - “주님 안에서 우리 마음이 기뻐하리라”

 

 

시카고의 북부 교외에 위치한 우리 시카고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St. Paul Chong Ha Sang Korean Catholic Mission, 주임 차호찬 시메온 신부)에는 활기와 밝은 웃음이 가득하다.

 

주일미사 후 재잘거리며 교실로 향하는 200여 명의 주일학교 꼬마들, 복도에서 반갑게 정담을 나누는 교우들, 신심단체 모임방에서 들리는 기도소리, 체육관에서 들려오는 공 튀는 소리 등이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음식냄새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우리 성당은 친정집 같아요.” 마냥 편안한 엄마의 품이 그리워 찾는 그 친정집처럼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삶에 지쳐 사랑의 허기를 느낄 때 찾아오고 싶은 곳이 본당이라는 고백을 자주 듣는다. 이래서 우리는 주중이나 주일이나 상관없이 본당을 찾는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곳은 또한 위로받고 위로해 주는 곳, 서로 기도해 주는 곳, 곧 재충전의 성소이다.

 

 

공동체의 탄생

 

우리 공동체의 25주년 축하미사에서 시카고 대교구의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이 강조하였듯이, “25주년이라는 시점은 우리들의 삶이 예수님의 사도로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성장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또한 주임신부님의 각오대로 “25주년이라는 시점은 우리들이 주님을 잘 만날 수 있도록 더욱더 영성생활에 노력해야 하는 도약의 기폭제”이다.

 

50여 세대로 시작한 우리 공동체가 700세대(2,000여 명)에 이르는 오늘의 공동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주님의 안배 속에서 많은 신부님들과 교우들의 투철한 소명감과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1984년에 출발한 우리 공동체는 모체인 시카고 한인 성당(한국 순교자 성당)이 멀어 인근 성당에 다니며 시카고 북부 지역에 또 하나의 한인 공동체를 꿈꾸던 교우들의 열매이다.

 

시카고 대교구에 속한 스코키 성 베드로 본당(당시 주임 크로닌 신부)의 도움으로 수원교구 조원길 신부를 보좌신부로 모시고 1984년 12월 9일, 50여 가족이 모여 한국어로 첫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긴 여정 끝에 오늘에 이르러 아직 한인 성당이 없는 지역의 3개 공소에도 우리 신부님께서 정기적으로 방문하신다.

 

 

초기 공동체 생활 모습

 

초기에는 봉사자들의 자동차 트렁크가 성당 사무용품 창고이고, 봉사자의 집이나 사무실이 성당 사무실이자 회합 장소이기도 했다. 낡은 집을 임대하여 사제관 겸 교우 활동 중심지로 사용하다가, 집 한 채를 구입해 평일미사와 주일 아침미사를 본격적으로 드리게 되었다.

 

레지오 마리애 회합과 모든 공동체 활동의 본거지가 된 사제관은 늘 교우들로 붐볐고, 주차 문제가 심각해져 인근 주민들의 진정으로 지역 행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미국 성당의 지하실에서 평일미사를, 친교실에서 주일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마음으로 힘을 합쳤던 그 시절, 이민자로서의 영적 갈증은 오히려 한인 공동체를 살찌우고 성숙시켰다. 한국 고유의 장례 문화, 추석 예절과 연도는 교우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영혼의 위로자였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었다.

 

 

즐겁고 유익한 단체 활동

 

우리 공동체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중심으로 신심단체, 전례단체, 교육단체, 연령별 단체, 취미 동우회가 있어서, 영성활동뿐 아니라 함께 배우고 봉사하며,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평협 산하의 교육부에서는 좀 더 새로운 차원의 발돋움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하여 신심과 교육 증진을 위해 기도하며 연구하고 있다.

 

주일학교에서는 유치반부터 8학년까지 주일미사 후 신앙교육을 하고, 하상한국학교에서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매주 토요일 한국의 언어, 역사, 문화, 사회와 교양과목인 미술,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하상종합문화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음악, 미술, 한국무용, 대입시험 준비를 위한 ACT(American College Test)를 가르치고, 성인들에게는 골프, 컴퓨터, 영어, 라인 댄스, 스포츠 댄스, 한국무용 등 교양과 생활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이민 사회의 은퇴인구가 증가하면서 연장자들에게 활력소를 제공하고자 2010년에는 60세 이상의 남녀 교우, 그리고 일반 한인들을 위하여 하상은총학교를 개설해 봄학기와 가을학기제로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는 체조, 미사, 특강과 노래 부르기 시간이 있고, 점심시간 후에는 컴퓨터, 골프, 뜨개질, 성경공부, 바둑, 사진, 일본어, 동양화, 서양화, 한국무용, 라인 댄스, 종이접기 교실이 있다. 개신교 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소개하는 계기도 되어 일석이조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주님 안에서 모두 함께하는 행사들

 

우리 공동체에는 어린아이부터 80대 교우에 이르기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뜻 깊고 즐거운 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야외미사, 일일찻집 등을 비롯해 14개의 행사를 통하여 모든 신자들이 주님 안에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은총시장은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현실로 옮긴 행사이다. 해마다 사순시기에 열리는 이 시장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하여 교우들이 많은 물품을 봉헌해 아주 싸게 값을 매겨 팔고 사는 행사이다.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물건들을 서로 양보하여 꼭 필요한 교우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나눔과 베풂으로 시작된 이 은총시장은 풍성한 먹을거리 장터로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건강의 날은 1994년, 우리 공동체를 찾는 유학생들과 방문객들,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는 교우들을 위해 단순히 독감 예방접종 봉사로 시작하였는데, 햇수가 지남에 따라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여 전립선암 검사를 포함한 각종 기본적인 검사도 한다. 해마다 500명가량의 교우가 실비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약사와 9-10개 분야의료 전문가들에게 무료 상담을 받고 있다.

 

터키 보울(Turkey Bowl)은 3개 성당 고등부 축구시합으로서, 가을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연습을 시작해 미국 추수감사절에 친선경기를 한다. 시카고 지역 3개 한인 성당의 고등학생들이 시작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왼쪽 사진). 경기가 벌어지는 날, 학부모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는 응원으로 열기를 띄운다.

 

 

마감 글

 

“주님 안에서 우리 마음이 기뻐하리라”(시편 33,21). 이 말씀은 우리 공동체 가족의 영성생활 지침이다. 또한 우리 공동체는 25주년 기념집에서 차호찬 신부님께서 다짐하셨던 말씀을 되새기며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 안에 담아주신 기쁨을 발견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선물입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도전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그 자체로 내 생애 최고의 날이 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 아름다운 성 정하상 바오로 식구들과 함께 신명 나고 위로와 사랑 넘치는 주님의 은총을 맛깔스럽게 담아서 서로서로 나눠 먹고 이웃에게도 전하는 시간을 열어봅시다.” 아멘!

 

* 이 레지나 - 미국 시카고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신자. 꾸르실료 운동의 한 열매인 밀레제수선교회의 재속 가족이기도 하다(Miles Jesu는 라틴어로 ‘예수님의 군인’이라는 뜻. www.milesjesu.com 참조)

 

[경향잡지, 2011년 6월호, 이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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