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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수상작: 못난이 구역장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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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23 ㅣ No.108

[소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수상작] 못난이 구역장이 하는 일

 

 

저는 반장을 일 년 하다가 직장을 핑계로 도망쳤습니다. 성격상 반원들에게 전화하고 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반원들을 감당하기에 저는 너무도 소심하였고 상처를 많이 받아 정말 반장하기가 싫었었습니다. 직장에 다녀야한다는 이유로 다른 반원에게 반장을 인계하였습니다. 저는 이일 저일 만들며 지내고 있는 가운데 새 반장은 구역장이 되고 구역 총무가 되었습니다. 내심 누가 반장 시켰는지 정말 잘 한 거야. 저런 큰 일꾼을 몰라보다니 하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비오는 어느 날 총구역장과 구역 총무이자 내 반장직을 인수받은 구역장이 찾아와 자기는 총구역장이 되었으니 구역장직을 맡으라는 것입니다.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친구이며 대녀인 동업자의 지원과 배려에 구역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구역은 7개 반 250세대 정도가 사는 주택가입니다. 인계를 받고 보니 반장은 4명 뿐 이었고 그 중 한명은 그만 두려고 하였습니다. 7개 반 중 공석이 4개 반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이사를 가지 않는 한 핑계 대고 도망칠 길이 전혀 없었습니다.

 

성체 앞에 가 짜증과 신경질을 부렸지요. 제 성격을 좀 너불너불 붙임성 있게 만드시든지 좀 잘나서 남들이 나를 잘 따르게 해 주시고 일을 시키지, 성격은 옹졸하기 짝이 없고 숫기도 없어서 누가 좀 싫은 눈치라도 주면 다시는 그 사람과 눈도 못 맞추고 슬슬 피해 다니는 제게 정말 이러시기입니까.

 

어찌 할 바를 몰라서 우물쭈물 하다가 어느 날 교중 미사 시간에 임명장 이라는 것을 덜컥 받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남성 구역장을 오래 하기는 했지만 소극적인 나는 별로 남편이 하는 일을 눈여겨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외짝 교우가 반장일 경우 가끔씩 전화를 대신 걸어 달라는 부탁을 하곤 하였기에 외짝 교우가 반장을 하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막연히 하고 있었지만 막상 세대수는 많으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구역에서 반장을 뽑으려 하니 막막했습니다.

 

남편의 코치에 따라 전세대의 교적을 새로 발급 받아다 반별로 나누고 공석인 반의 반장을 임명 하려고 사람을 일일이 만나서 부탁 하여 보았지만 모두다 저에게 이유를 대며 어려워했습니다. 소심한 성격에 다시 상처를 받았고 기가 죽어 누구에게 부탁하기가 두려워졌습니다. 사실 저는 남 앞에 나서는 일도, 조리 있게 말 할 줄도 모르는 보기에 좀 어리어리한 모습이고 리더십도 전혀 없습니다.

 

얼마를 고민하다 기도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내가 왜 혼자서 하느님의 일을 하나 하느님 일인데 시간만 나면 묵주를 들고 반장이 없는 반의 골목을 돌아다니기 시작 했습니다. 반장은 나 같은 성격이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인사도 반가운 척도 잘못하니까요. 남편이 구역장이었을 때 보았듯이 외짝 교우는 안 될 것 같고, 잠깐 레지오도 해보았는데 레지오 단원 이라면 기도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새벽 미사를 나가기 시작 했고 구역에 사는 사람들 중 매일 미사에 나오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며 차마 말을 건네지 못하고 혼자서 생각하고 하느님께 말씀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저 사람은 구교 사람이고 말도 없고 그런데 나이가 좀 그렇지요?’

‘주님 저 사람은 할 만 한데 맘에 드세요? 어떻게 좀 해보세요.’

‘저분은 몸이 너무 아파서 안 되겠지요? 매일 미사는 오는데요.’

‘말 많고 설치는 저분은 부탁하면 들어 줄 것 같은데 주님 맘에는 드세요? 그런데 저까지 쥐고 흔들 것 같아 전 무서워요.’

 

제 마음이 내게도 만만하고 반원에게도 군림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을 고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날 미사 독서말씀에 교회에 감독 지도자의 기준이 나오는 거예요.

 

티모테오1서 3장 1절-13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내용을 요약하여 원칙을 정하고 기도했습니다.

 

① 매일 미사를 하는 사람 ② 외짝 교우가 아닌 사람 ③ 남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④ 수다스럽지 않고 온유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정해놓고 원칙에 가까운 ‘사람을 한 사람씩 찍어놓고 집중해서 기도하고 매일미사를 하며 주님 저 사람은 어떠세요. 마땅하다시면 제가 반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 했을 때 기쁘게 응답하거나 ‘글쎄요’ 라고 대답하게 해주십시오. 라고 졸랐어요.

 

그 외에 대답이나 핑계를 대는 사람에게는 두 번 권하지 않고 부탁을 거두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한반씩 반장을 임명하고 7개 반의 반장을 모두 임명하는데 1년의 시일이 걸렸지만 매일 미사 참례 하는 반장. / 외짝 교우 아닌 반장. / 온유해서 반원이 잘 따르는 반장들로 모두 임명되었습니다.

 

반장이 모두 임명되고 구역장은 반장들이 함께 협동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해도 구역은 탄탄해지고 반원들은 무슨 일이든 협조적이 되어서 선교구역상 연도대회 체육대회 성가대회 을 1등으로 장식하고는 하였습니다.

 

구역장 일 년차 때에 일입니다. 구역장 된지 일주일도 안 되어 구역에 연도가 났어요. 무엇을 어찌 하여야 하는지 모르고 쩔쩔매다가 묘지에 가는 음식을 맡아 해주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신없던 상주들과 교우가 아닌 가족들이 무한 감동을 하더라고요. ‘천주교에서는 이런 것도 해주네요.’ 하면서요. 저는 당연히 구역장이 하는 것 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고 ‘무엇을 도와줄까요?’ 하니까 사정을 이야기했던 것이고 구역장 경험이 없는 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인줄 알고 그냥 한 것인데 결과가 그리되었어요.

 

그 후 제가 구역장으로 있을 6년 동안은 구역의 당연한 일이 되었고 몇몇 구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구역장이 된 첫해에 13번의 연도가 구역 내에서 났고 그중 3분의 임종을 직접 보기도 했어요. 남편이 연령회봉사직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해인 구역장 2년차에는 선교 구역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가의 친인척들이 입교 영세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세례식이 있을 때도. 본당 행사에 참가 할 때도. 봉사를 할 때도. 우리구역 식구가 전체 대비 몇 퍼센트가 참가 했는지 계산 하는 습관이 생긴 겁니다. 11개 구역이므로 전체 10퍼센트에 못 미치면 자책을 합니다. 노력을 안 한 거야. 기도 생활에 게을렀던 거야. 등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실직한 가장이 있는 가정. 매 맞는 아내. 자녀의 등록금을 부모님 병원비에 써버린 걱정하는 자매. 가장이 아픈 가정. 홀로 사시는 할머니 자매. 죽은 아내의 장례비가 없는 형제. 친아빠에게 성폭력당한 엄마 없는 어린학생. 겨울에 냉방에서 지내는 정신박약아들을 둔 암에 걸린 어머니. 갑자기 소아 당뇨에 걸린 아이. 함께 울고 웃으며 이 수많은 사연에 엄마의 손길로, 언니의 다정함으로, 친정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오빠 아버지의 든든한 마음으로 다가와준 많은 사람들입니다. 지나고 보니 내 가슴에 귀를 대고 계신 듯이 측은지심만 가지고 인간적으로 해결 하려드는 내 마음에도 성령을 보내시어 필요한 이웃을 보내시어 함께 모든 사연을 어루만져 위로하게 하여주신 주님이 계셨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구역장으로 6년이 지나고 2010년 1월 총구역장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성당은요 1/4이 재개발로 이주하고 10개 구역이 남아있습니다. 구역장이 없는 구역도 있고 반장이 없는 반이 7개 반이 있습니다. 일 년 동안은 넘치는 성당 일에만 끌려 다녔습니다.

 

2010년 대림 첫 주부터 야무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단지의 구역장. 반장. 공석인 반장. 연로하신 구반장님들을. 지혜롭고, 열정적이고. 온유하고. 매일미사 참례하는. 외짝교우 아닌 당신 맘에 꼭 드는 반장으로 채워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의 기도가 일 년의 임기 안에 꼭 이루어져 차기 총구역장에게 실한 열매 같은 구역장 반장으로 구성하여 일임 될 것을 믿습니다. 아멘.

 

기도의 첫 열매는 1월 16일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한 구역의 구역장에 온유하고 열정과 사랑 넘치고 매일미사 참례하는 성가정의 온유한 자매님이 임명되어 반 나눔과 새 반장 입주를 기도와 성령의 도움을 청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 제 이야기도 해보려 합니다.

 

총구역장 이기도 하지만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하루 4시간씩 돌보는 가톨릭 요양보호사 2기 3년차 이면서 뇌경변 장애 시어머니와 다섯 식구를 돌보는 주부입니다. 이렇게 바쁜 저를 전농동의 총구역장으로 뽑으신 하느님, 신부님, 수녀님,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저 성격 6년 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인사 아주 잘 합니다. 누가 저를 정면에서 흉봐도 화 잘 안냅니다. 남이 곤란하게 해도 그럴 사정이 있었을 거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남의 말이 맞든 안 맞든 많이 듣습니다. 빨리 사과 합니다. 실수를 아주 잘하고 자주하니까요. 목소리 아주 커졌습니다. 저는 무식하고 용감합니다. 욕심도 아주 많습니다. 잘못한다. 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잘한다고 칭찬만 하면 불속으로라도 달려 들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소공동체길잡이, 2011년 7/8월호, 전농동 성당 김화연 가브리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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