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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평신도주일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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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11-15 ㅣ No.197

[교회상식 교리상식] (68) 평신도주일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 2000년 대희년 평신도 대회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평신도 주일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 안에서 절대다수를 이루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신원과 사명을 되새기며 그에 걸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고자 한국 주교회의가 1968년에 제정해 지내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의 고유한 특별 주일입니다. 평신도 주일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개방과 대화 또는 쇄신을 기치로 내건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는 평신도와 관련해서도 '획기적' 공의회였습니다. 공의회는 이전까지 교회 안에서 성직자나 수도자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던 평신도를 성직자나 수도자와 똑같이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를 지닌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하면서 교회 안에서는 물론 평신도 고유의 특성인 세속성을 통해 특히 사회 안에서 평신도사도직의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한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3년 만인 1968년 7월 우리나라에서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평신도사도직을 촉진하기 위한 전국기구인 한국 가톨릭평신도사도직중앙협의회가 창립했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한국평협)가 이렇게 해서 생겨났습니다.

 

한국평협은 출범 직후 주교회의에 평신도사도직의 활성화를 위해 매년 11월 하순 어느 주일을 평신도사도직의 날(오늘날 평신도 주일)로 제정해 줄 것을 건의했고, 주교회의는 그해 가을 정기총회에서 이를 받아들여 해마다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의 날로 지내도록 했습니다. 평신도의 날을 대림 제1주일로 지내기로 한 것은 시기적으로 이 때가 한국 천주교회 첫 세례자인 이승훈(베드로)이 1783년 동지사 일행을 따라 북경으로 들어가던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 천주교회는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와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믿음의 선조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세계 교회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의 날로 지내기로 한 데에는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믿음의 삶을 본받고 이어가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지요. 

 

더욱이 한국 천주교회가 전국적 평신도사도직 협의체인 한국평협을 출범시키고 평신도의 날을 제정한 것은 평신도와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지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이는 당시 교회 지도부가 평신도사도직의 중요성을 그만큼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신도의 날은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1970년부터 대림 제1주일이 아니라 연중 마지막 주일 전 주일로 옮겨 지내게 됩니다. 대림 제1주일이 교회력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때인 데다 그 바로 전 주일인 연중 마지막 주일 역시 세상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다시 오실 것을 기리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한국 천주교회는 해마다 평신도 주일을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며 교회와 특히 사회 안에서 평신도사도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하느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도록 평신도들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각 본당에서는 평신도가 미사 강론 때나 또는 다른 적절한 시간에 평신도사도직을 주제로 담화를 하도록 배려합니다. 또 이날 실시하는 특별헌금은 평신도사도직 활성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기자 견문이 짧아선지는 몰라도 아직도 적지 않은 신자들이 평신도 주일이 어떤 날인지 잘 모르고 있거나 '본당 회장이 강론을 하고 2차 헌금을 실시하는 날' 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지내는 평신도 주일이 이왕이면 그 의미를 잘 살려 뜻 있게 맞이하는 주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가지 방안으로 평신도 주일을 '평신도들의 영적 생일'로 지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할 수 있다면 본당에서는 작은 생일떡이라도 마련해 축하하고, 신자들이 서로 생일 축하 인사를 나누며 일상의 온갖 어려움을 형제적 신앙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덕담을 나눈다면 평신도 주일의 의미가 좀더 와닿지 않을까요.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 여러분, 생일 축하 드립니다.

 

[평화신문, 2007년 11월 1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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