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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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복음을 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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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17 ㅣ No.1477

[사회교리 아카데미] 복음을 전하라

사회교리 없는 선교는 팥소 없는 찐빵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교회는 전교주일을 통해 교회 본연의 사명인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신자들에게 가르칩니다. 전교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저는 현대사회에서 선교의 핵심열쇠는 바로 사회교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힘을 주어 말하면, 사회교리 없이는 현대사회에서 선교란 불가능하고, 교회의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교주일을 맞이하는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말씀이 사회교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바로 교회 공동체가 사회교리를 배우고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도록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매달 200만 원씩을 저축한다고 생각해봅시다. 1년이면 2400만 원, 5년이 걸리면 1억2000만 원입니다. 그렇게 10년을 모으면 2억4000만 원입니다. 수도권에서 한 가정이 살아갈 수 있는 집 한 채를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매달 200만 원씩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는 젊은이는 거의 없습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한들 매달 200만 원씩을 자녀의 미래를 위해 모아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요?

자녀의 집 마련과 교육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가계부채는 늘어만 갑니다. 20, 30대의 평균 임금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합니다. 미래를 장담할 수도 없으니 그저 즐기자 하고, 그런 젊은이들의 돈을 노린 자본주의 세력은 그들의 구매욕과 쾌락에 대한 욕구를 공략합니다. 더욱 자극적이고, 쾌락주의 일변도로 흐르는 죽음의 문화를 양산해 갑니다.

가정을 이루지 않는, 한편으로는 이룰 수 없는 젊은이들, 그나마 있는 것마저 나누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 소비하게 만드는 문화, 가계부채와 소통의 단절로 다투는 가정이 늘어갑니다. 정작 나누어야 할 사람들은 나누지 않고, 어려운 서민의 살을 도려내어 젊은이들을 살리겠다는 허울뿐인 ‘임금피크제’로 인해 노년의 삶은 더욱 불확실해집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일자리 몇 개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예수님의 말씀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누가 성당에 나와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요? 교회의 길은 인간입니다. 인간의 구원입니다. 사회교리는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어야, 자신의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교리를 외면한 선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우리의 선교는 어떠한지 돌아보는 한 주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복음화가 모든 인간의 권리와 의무, 인간의 성장과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정생활, 사회생활, 국제 관계, 평화, 정의, 개발 등에 관한 명시적인 메시지, 특히 오늘날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해방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복자 교황 바오로 6세 「현대의 복음 선교」 제29항)

* 김성수 신부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0월 18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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