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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이혼 후 사회 재혼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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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01 ㅣ No.886

[가정 - 사랑의 공동체] ‘이혼 후 사회 재혼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이혼하면 성당에 다닐 수 없는 것일까? 혼인 무효 소송을 하였지만 현재의 혼인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이들을 바라보는 교회의 눈길은 지난날과 전혀 변함이 없을까?

2014년의 제3차 임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와 올 10월 4-25일에 개최될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의 주제는 ‘가정’이다. 이 주교 시노드의 의제 개요에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이 담겨있다.

교회는 아픈 가정과 함께해야 한다는 동행에 관계된 단어가 40번 이상,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단어가 20번 이상 쓰였다. 그만큼 교회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동행’의 관점이 지배적이다.


전체적인 상황과 현실

현상황과 해결책

교회법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단일성)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불가 해소성)를 이루는 혼인서약을 법률상 자격 있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표명하고 사는 것을 ‘혼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동거하거나 사회혼만 한 신자는 성사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결혼한 뒤 별거하거나, 이혼했어도 재혼하지 않으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다. 재혼했지만 첫 혼인이 무효 선언을 받았거나 해소가 되어 교회 안에서 재혼이 유효한 사람에게는 성사생활의 장애가 없다.

‘이혼 후 재혼자’ 가운데에는, 유효한 혼인 이후 이혼하고 사회적인 재혼을 하였지만 가톨릭에서 유효한 혼인을 하지 못한 사람인 ‘무효 재혼자’(또는 이혼 후 사회 재혼자, 시민법에 따른 재혼자)가 있다.

이들은 교회생활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해성사나 영성체는 할 수 없다. 혼인 무효 소송으로 전의 혼인에 대해 무효 선언을 받거나, 해소가 되면 성사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무효 선언이나 해소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혼인 무효 소송에 관한 문제

혼인 무효 소송은 혼인한 사람의 자격이나 혼인 합의 또는 형식 등에서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여 선언하는 교회의 사법절차이다. 무효가 선언되면 그 혼인의 유대가 처음부터 없었으므로 당사자는 자유롭게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불가 해소성과 혼인의 해소 방법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한 번 잘 맺어진 혼인은 죽음 말고는 어떠한 인간 권력으로도 풀 수 없다는 것이 혼인의 불가 해소성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혼인을 해소할 권한을 베드로 사도를 통하여 로마 교황에게 수여했다. 해소는 그 혼인이 유효하지만 혼인의 그 끈을 끊는 것을 말한다. 세례 받은 사람 사이에 유효한 혼인을 하고, 성적 결합이 이루어진 ‘성립되고 완결된 혼인’ 말고는, 필요하다면 교황이 해소할 수 있다.

무효 재혼자의 신앙생활과 성사생활 문제

무효 재혼자는 교회생활에 제한이 있다. 이탈리아는 독서와 같은 전례봉사나 교리교사 그리고 대부모 등 교회 공동체에서 완전한 그리스도교적 증거가 필요한 봉사직무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회칙 「가정 공동체」 제84항에서, 무효 재혼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들의 상태와 생활 조건이 성체가 의미하고 결과하기도 하는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의 일치와 객관적으로 반대되기 때문에” 영성체와 고해성사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1993년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을 비롯한 독일의 세 교구장은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들이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사목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지만, 교황청의 신앙교리성은 이를 거부하였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2014년 특별추기경회의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각 사람의 상황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며, 무효불가의 판결을 받았거나 무효 선언을 받지 않고 싶을 때, 구체적인 경우에 관용이나 주교의 묵시적 동의 아래 고해와 영성체 허가를 희망하였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무효 재혼자의 성사생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론들이 제시되었다.

1)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구체적인 경우에도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2) 성경은 이상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3) 재혼하지 않고 살 때 생기는 악과 두 번째 혼인을 해서 나오는 악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클까?

4) 이들의 상황에 따라서 영성체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별 구분과 내적 법정

무효 재혼자는 상황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1) 혼인의 유대를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 2) 혼인을 파경으로 이끈 가해자. 3) 자신은 첫 번째 혼인을 무효라고 확신하지만 외적 법정에서 무효가 증명되지 못하는 충돌 상황. 4) 첫 혼인이 유효하고 현재의 혼인이 잘못임은 인식하지만, 자녀의 교육문제 등 여러 이유로 현재의 재혼 상태에 만족하거나 현 상태에서 살아야만 하는 윤리적으로 곤란한 상황.

교회가 예외적으로 내적 법정을 통하여 이들에게 성사를 허용하고 있는 경우는, 두 번째 혼인이 중대한 사유로 다시 헤어질 수 없고, 오누이처럼 살겠다는 약속을 하며, 성사의 허락이 다른 신자들에게 아무런 악한 표양이 되지 않을 때이다.


주교 시노드의 해결 문제

혼인 무효 소송에 관한 문제

임시 주교 시노드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여 이번 주교 시노드의 의제 개요는 소송이 무료 조언자를 배치하고, 되도록 소송비용을 무료화하자고 한다(유럽교회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현재 한국교회는 대부분을 교구청이 부담하고 법원은 꼭 필요한 부분만을 받음).

또한 항소의 가능성은 열어두면서 2심 절차를 없애고 1심의 판결만으로 끝내게 하며, 이미 무효임이 잘 알려진 경우에는 절차의 간소화를 제안한다. 법원 종사자 증원과 법원의 증설을 제안하면서 교구장의 책임 아래 행정적인 절차는 거부하고 있다.

금욕생활 중의 무효 이혼자와 동거자의 성사생활

별거 중의 신자가 죄의식에서 성사를 피하거나, 재혼해도 성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과 무효인 혼인상태에 있지만 금욕을 선택한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추문이 되지 않는다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다. 제14차 주교 시노드의 의제 개요는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적용하고자 공통의 규범을 요청한다.

상황별 내적 법정에서의 해결책

임시 주교 시노드에서 현행 규정에 찬성한 교부들도 있고, 특별한 상황과 확실한 조건에서는 성사를 허용하도록 요청한 교부들도 있었다. 이들은 교구장의 책임 아래 참회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주교 시노드의 ‘의제 개요’는 참회의 여정이 교구장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거나 임명된 사제의 동행으로 이루어지는 두 방법을 제시하였다. 일부 교부가 제안한, 마음으로 하는 영성체, 곧 신령성체에 대해서는 회개와 은총의 상태, 성사적 영성체와의 연결성을 들어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음을 완곡히 표현하였다.

해결책의 제시

혼인 전 교육 강화로 올바로 인식하고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문화의 싸움 : 현대에는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 그리스도교 문화와 사회의 문화가 충돌한다. ‘혼인 제도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유로운 개인주의 문화’에 대항하여 교회는 교황들이 강조하고 있는 ‘사랑의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 문화의 전쟁에서는 성직자와 봉헌생활자와 평신도의 역할이 구분되어, 특히 성직자들이 평신도들의 영역을 인정하고 사도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믿음 :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심어주신 선함과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숙된 혼인생활을 하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보조성 원리의 적용 ? 해소 권한의 위임 : 현행 「교회법전」에는 보조성의 원리가 적용되어 교황의 권한을 각 교구장에게 많이 위임하였지만, 혼인의 해소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혼인 해소 권한을 지역 교회의 교구장들에게 위임해야 한다.

쇄신의 의지가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

전문가 확보 필요 : 혼인 무효 소송의 전문가 양성을 위하여 유학 또는 교회법 전문 대학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선교 지역의 특성 살리기 : 한국교회는 그리스도교화된 유럽과는 다른 선교 지역이기에 ‘혼인 소송 관할권의 연장’ 등 특별한 대책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교회 차원의 규범 정하기 : 본당 주임신부에 따라 무효 재혼자들이 신앙생활에 참여하는 방법이 다르다. 교황청과 각국 주교회의의 문헌을 참고하여 한국교회의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무효 소송 우선 : 유효한 첫 혼인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경우에는 내적 법정에서의 해결을 서두르지 말고, 외적 법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규범이 되어야 한다. 또한 내적 법정에서도 적용하려는 조건들을 잘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신자들이 죄에 떨어지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기회,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며 격려하는 공동체,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고자 온 들판을 찾아 헤매는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주교 시노드가 존중하고 격려하며 신자들과 동행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쇄신의 용기로 가득 차기를 기대한다.

* 김길민 크리스토포로 - 수원교구 신부. 현재 광주본당의 주임신부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와 수원교구 사법대리도 맡고 있다.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5년 9월호, 김길민 크리스토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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