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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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29 ㅣ No.693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 (상)


상처받은 여성들 영혼 구원에 헌신

 

 

- 창립자 성녀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의 뿌리는 성 요한 에우데스(John Eudes, 1601~1680) 신부에게서 출발한다.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 에우데스 신부는 사제가 되고 45년 동안 전교여행을 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을 전했다. 그는 전교여행 중에 성매매를 하며 타락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을 만났다.

 

여성들은 이전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 노력했지만 빈곤과 사람들의 냉대로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에우데스 신부는 자신의 죄 때문에 비참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하고 1641년 애덕 성모 수녀회를 창립했다.

 

착한 목자 수녀회는 상처받은 여성들의 영적 치유에 힘쓴 에우데스 신부의 영성을 계승한 마리 유프라시아 펠레티에(Mary Euphrasia Pelletier, 1796~1868) 수녀가 프랑스 앙제에서 창립했다.

 

투르에서 자란 유프라시아 수녀는 어린 시절부터 ‘영혼 구원’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에우데스 신부의 영성에 감명받아 1814년 18살 나이에 투르의 애덕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다. 옳은 길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에 헌신하던 그는 29살에 원장 수녀가 됐다. 원장 수녀로 공동체를 이끌던 때에 앙제의 사제들이 유프라시아 수녀에게 상처받은 여성과 어린이들을 돌보는 수녀회를 앙제에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한 인간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다’는 정신에 따라 살던 유프라시아 수녀는 위험에 처한 여성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요청에 응하고 앙제에 ‘착한 목자 애덕 성모 수녀회’(착한 목자 수녀회의 정식 명칭)를 설립했다. 애덕 성모 수녀회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자비로운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었다. 애덕 성모 수녀회의 영성을 토대로 어둠 속을 헤매는 여성들을 하나라도 더 구원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새 수도회를 창립했다는 이유로 애덕 성모 수녀들에게 오해받고 갈등을 겪는 아픔도 있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구원 사업이 세상 곳곳으로 퍼져 나가길 원했다. 이를 위해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에게 인가를 요청했다. 교황의 허락으로 착한 목자 수녀회는 1835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국제 수녀회가 됐다.

 

유프라시아 수녀의 정신을 이어받은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인간적인 나약함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착한 목자의 모습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1868년 4월 24일 착한 목자 수녀들에게 영혼 구원을 위한 열성을 유산으로 남기고 선종했다. 1940년 5월 2일 교황 비오 12세의 시성으로 성인 반열에 올랐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8월 28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 (중)


열성 다해 하느님의 구원 계획 실천

 

 

- 길 잃은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시는 착한 목자 예수님과 양을 돌보는 마리 유프라시아 성녀를 표현한 그림.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의 영성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이다. 삶이 고통스러워 눈물짓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양들을 찾아다니며 수녀회는 180년 넘는 역사를 이어왔다.

 

수도회 회헌 3항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적 나약함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계속 감싸 주신다. 길 잃은 이들을 찾아 데려오고,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며, 약한 이들에게 힘을 주신다.”

 

성경에서 착한 목자 예수님은 죄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을 보여주셨다. 간음하다 잡힌 여자와 죄 때문에 악령과 병에 시달렸던 여자들까지도 포용하셨다. 창립자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도 손가락질 당하는 여성이나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품어 안았다. 순간의 실수로 삶이 무너진 여성들과 불우한 환경에 태어난 소녀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이들의 영적 치유에도 힘썼다.

 

이렇듯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의 마음이 착한 목자 수녀회 영성의 중심이자 수녀들이 지향하는 삶의 모범이다.

 

회헌 5항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들이 착한 목자 예수님과 만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이른다. 수녀회가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구원이 필요한 이들이 수녀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의 현존을 발견하고 화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착한 목자 수녀들의 ‘화해의 사명’은 자신의 죄 혹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이 하느님, 자기 자신, 타인과 화해를 이루도록 하는 일이다.

 

착한 목자 수녀회에는 두 가지 생활 방식이 있다. 사도직 생활과 관상 생활이다. 수녀들은 이 두 가지 삶의 형태로 자비로운 사랑의 은사를 표현한다. 활동 수녀들은 절망 속에 있는 여성이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사도직 활동을 통해 돕는다. 관상 수녀들은 기도와 침묵, 노동에 집중하는 관상 생활을 통해 여성들이 회개하고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도록 이끈다.

 

착한 목자 수녀들은 수도자의 3가지 서원인 정결, 청빈, 순명과 함께 제4서원으로 열성(熱誠)을 서원한다. 열성의 중요한 특징은 각 사람 안에 담긴 하느님의 모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는 성경 말씀을 따라 구해야 할 영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하느님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착한 목자 수녀들은 가정 폭력 피해자, 미혼모, 성매매 여성, 가출 소녀 등 어둠의 늪에 빠진 여성들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내기 위해 열성으로 헌신한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9월 4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 (하)


절망에 빠진 여성들 보호 나서

 

 

- 안나 마리 수녀와 함께 공부하는 기술학교 소녀들.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는 제4대 전주교구장 고(故) 한공렬(베드로) 대주교의 요청으로 1966년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관구 소속 로즈 버지니아, 안나 마리 수녀가 입국해 미군부대가 주둔하던 전라북도 군산 옥봉에 초가 수녀원을 짓고 2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후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다.

 

수녀들은 미군부대 근처 윤락 여성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가난한 소녀들을 위한 기술학교와 기숙사를 세워 교육에 매진했다. 이후 더 많은 수녀들이 한국에 파견오자 1973년 서울로 수녀원을 이전하고 공장 밀집 지역인 성수동에 소녀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 ‘마리아 자매원’을 설립했다.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도직을 확대하며 절망에 빠진 여성과 소녀들을 구원하는 일에 주력했다. 1977년 신촌에 미혼모를 위한 ‘마리아의집’을 개원, 미혼모의 안전한 분만을 돕고 몸을 온전하게 회복할 때까지 숙식을 무료 제공했다.

 

이용자가 증가하자 1979년 춘천으로 마리아의집을 옮겨 확장 개소하고, 춘천 석사동 부지에 새 건물을 마련해 수녀원 본원을 세웠다. 2003년부터는 미혼모들이 자녀를 건강하게 기르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립하도록 돕는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 ‘요셉의집’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힘없는 태아들의 인권과 생명권을 수호해 온 착한 목자 수녀회는 낙태한 여성들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낙태 상처 치유 피정’도 매해 진행한다. 성매매 피해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마들렌의집’과 성학대 피해 경험이 있는 청소녀들이 자활을 준비하는 쉼터 ‘유프라시아의집’도 수녀회의 사도직 현장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상담과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365일 24시간 상담을 지원하고 긴급 보호를 실시하는 여성긴급전화1366 강원·제주센터도 착한 목자 수녀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최근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2017년부터 ‘그린도어’라는 방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린도어는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문 사도직으로, 경기 이천을 거점으로 두고 활동해 왔다. 올해 1월 수원교구에서 정식 활동 승인을 받았다. 2021년에는 강원도에 이주여성들에게 의료 긴급지원, 체류지원,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는 상담소를 열었다. 가정 폭력에 노출된 이주여성 보호시설인 ‘벗들의집’도 설립했다.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착한 목자 수녀회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9월 11일,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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