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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신앙으로 본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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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1-28 ㅣ No.473

대구가톨릭대 안중근연구소 학술심포지엄 '신앙으로 본 안중근'

신앙인 안중근, 살신성인의 모범


- 안중근 토마스 의사


대구가톨릭대 안중근연구소(소장 이경규)는 18일 대구가톨릭대 하양캠퍼스 이바오로관에서 '신앙으로 본 안중근'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신앙인 안중근의 행적과 사상을 조명했다.
 
안 의사 애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5월 안중근연구소를 설립한 대구가톨릭대(총장 소병욱 신부)는 안 의사의 딸 안현생(데레사) 여사가 1953년부터 3년간 대구가톨릭대(당시 효성여대) 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인연이 있다.
 

신앙으로 본 안중근

이경규(안드레아, 역사교육과 교수) 소장은 기조강연에서 "안중근의 천주교 신앙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주체적 신앙이었다"며 "어릴 때 익힌 유학적 소양과 천주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의 행적은 한마디로 사생취의(捨生取義)와 살신성인(殺身成仁)이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안중근은 천주교를 수용하면서 천주교를 통해 사회와 국가를 새롭게 인식하고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하고자 했던 제도교회 선교정책에 비판의식을 갖게 됐다"며 "천주교 사상을 통해 근대 민권의식을 성숙시켜 나갔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안중근의사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듯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 포살계획을 세운 후 거사 성공을 위해 매일 아침에 기도를 드렸으며, 이토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가슴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렸고, 그의 가방 속에는 성경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안중근 토마스의 죽임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표한 황종렬(레오) 박사는 "안중근은 자신이 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는지 밝히면서 동양 평화를 위해 옥에 갇히고 죽음을 받아들인 자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여러 경로를 통해 천명한다"며 "안중근의 신문과정과 면담 내용, 유언, 사형판결을 받은 후 감옥에서 쓴 글 등을 통해 저격 이유와 나라의 독립, 세계 평화에 대한 열망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중근에 대한 성경신학적 접근

황종렬 박사는 과부 유딧이 유다를 침략한 아시리아군의 장수 홀로페르네스를 죽여 백성을 구해내는 이야기(구약성경 유딧기)와 일곱 아들과 어머니의 순교(마카베오기 하권)를 통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지닌 의미를 밝혀냈다.
 
대구가톨릭대 안중근연구소가 마련한 학술심포지엄 '신앙으로 본 안중근'에서 발제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가톨릭대
 

황 박사는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순간에 고착될 때 그를 죽게 한 것이 살인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에서 벗어날 길이 없듯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는 순간에 고착될 때, 겉으로 보기에 명백한 살인으로 왜곡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딧의 칼부림을 누구도 살인으로 일컫지 않듯이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기 전의 생애와 이토를 저격한 이유, 저격 후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수행한 일을 통합적으로 볼 때 살인이라고 일컬은 행위가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논평자로 나선 송창현(대구가톨릭대 성서학 교수) 신부는 "성경은 살인과 폭력에 대한 단편적 규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에 관한 더 넓은 신학적 토대와 전망을 제시한다"며 "황 박사의 성경신학적 접근은 안중근의 생애와 사상 전체를 정의와 평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안중근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평가는 신앙과 민족 문제 간의 잘못된 신학적 토대에 기인한다"면서 "실제로 안중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뮈텔 주교를 비롯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정교분리 원칙은 성속이원론과 내세주의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신학적 토대는 세속과의 단절, 경건주의, 엄격주의, 내세에서의 열복(悅服) 등을 강조함으로써 신앙과 교회가 사회 현실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민족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며, "행동하는 신앙 안에서 사회참여와 민족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성경적 근거는 안중근의 생애와 사상 안에서 훌륭하게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27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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