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예수 성심 성월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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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10 ㅣ No.404

[레지오 영성] 예수 성심 성월을 맞이하며…

 

 

우리는 해마다 6월이면 예수 성심을 묵상합니다. 

 

마치 6월 하늘에 작열하는 태양을 마주하듯 강렬하고 뜨거운 예수님의 성심을 마주하게 됩니다. 본래 예수님의 성심은 그렇게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하십니다. 하지만 요즘은 왠지 그러한 느낌보다는 지치고 병들고 아파서 허덕이는 예수님의 성심이 떠오릅니다. 사랑에 굶주리고 목말라 맥없이 쳐져있는 예수님의 성심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한없이 죄스러운 마음에 감히 그분의 성심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간 우리가 맺은 온갖 분열과 대립, 경쟁과 다툼, 분노와 적개심, 시기와 질투, 무관심과 불성실의 열매들이 예수님의 성심에 가한 폭력을 생각하면 차마 고개 들어 그분을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교회 안팎 어디에서도 참포도나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열매를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예수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거룩한 피와 물의 성사가 어찌 이리도 무참히 짓밟히고 무시당하는지 가혹할 지경입니다. 그 옛날 십자가상에서 피와 물을 쏟으시며 세우신 구원의 성사가 도리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는 변질되고 타락한 모습으로 예수님의 성심에 더 큰 못을 박고 있습니다. 

 

지극히 자애로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다정하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 9)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래야만 당신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자양분을 받아먹고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방법을 올바로 깨닫지 못합니다. 그저 예수님의 성체 대전 앞에 혹은 예수성심의 자비로운 성상 앞에 무릎 꿇어 기도하는 것으로 그분 사랑 안에 머문다고 자기 최면을 걸뿐입니다. 사랑이신 예수 성심께서 자비로이 나를 굽어보시고 용서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은총을 청할 뿐입니다. 여전히 주님 앞에 이 몸은 죄인이라고 고개를 조아리며 자비를 청할 뿐 다시 돌아가 그분께 돌려드리는 것은 변함없는 거짓과 폭력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그런데 너무나 죄송하게도 예수님께서는 이미 명백하게 우리가 당신 사랑 안에 머무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 10-12) 이것보다 더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몰라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를 내면으로부터 깨닫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주님 사랑 안에 머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주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입히고, 모욕을 가한 이들을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성인이 아니고서야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당한만큼 똑같이 되갚아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사랑이라니요?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험한 세상에서 사랑타령 했다가는 바보소리 듣고 우스갯거리가 될 뿐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는 차라리 주님 앞에 가서 잘못했다고 빌지언정 세상의 우스갯거리가 되는 선택은 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사랑은 아직 아니라는 거지요. 예수님의 성심이 좀 더 상처를 받으시더라도 좀 봐달라는 거지요. 

 

이렇듯 우리의 신앙은 이기적이고 모순투성이입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주님 사랑 안에 머물 수 없고, 주님 사랑의 성심에서 나오는 자양분을 받아먹을 수 없으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 들포도 열매를 맺으며 주님의 성심을 아프게 합니다. 

 

 

나에게서 나오는 말을 곱게 해야 

 

사랑하는 우리 레지오 단원여러분, 이번 예수 성심 성월에는 우리들이 예수님께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아파하시는 예수님의 성심을 생각하면서 내가 조금 더 힘들고 아프더라도 용서와 사랑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내가 맺는 열매가 주님 사랑의 성심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열매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사랑의 봉헌이지만 그로인하여 주님의 성심에 조금이나마 기쁨이 되어드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마도 주님보다도 성모님께서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내가 해야 할 사랑의 선택을 생각해봅니다. 온갖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너무나 미소한 내가 외쳐야할 사랑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우선 먼저 ‘괜찮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처럼 나에게서 나오는 말을 곱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되도록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입장 보다는 다른 이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도록 애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마음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자꾸 마음 다스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사랑의 선택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우리 레지오 단원 여러분들도 예수님 성심의 사랑 안에 머물기를 희망하며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거룩한 예수 성심이여,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6월호,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수원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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