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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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11 ㅣ No.382

[레지오 영성]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카나의 혼인 잔칫집에서 성모님이 일꾼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때가 이르지 않으셨다 하면서도 어머니께서 의도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시고 곧바로 일꾼들에게 두 가지를 부탁하십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요한2,7-8) 여기에서 굳이 명령이라 하지 않고 부탁이었다 하고 싶은 이유는, 시키는 일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예수님께서 잔치집 주인이 아닌 이상 일꾼들이 반드시 따라야만 할 의무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꾼들은 그대로 합니다. 물을 채우라 하면 채우고, 날라다 주어라 하면 날라다 줍니다. 그러자 놀라운 기적, 곧 물이 달콤한 포도주로 변화된 첫 기적이 일어납니다.

기적이 일어나기까지 세 분야의 각기 다른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이십니다. 능력을 지니시고 술 떨어진 잔칫집의 난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두 번째는 어려움을 알고 그분께 문제를 들고 가 청하신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키는 대로 군말하지 않고 일을 척척해 준 일꾼들입니다.

그런데 각자의 역할은 분명 달랐지만 결과는 하나입니다. 각자 다른 일을 하였지만 결국 같은 일을 한 셈 입니다. 잔칫집에 술이 떨어지지 않게 되었고, 그로써 잔칫집이 잔칫집답게 되었습니다. 잔치 기간 내내 기쁨과 행복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여기에서 누구의 협력 없이도 충분히 기적을 행하실 수 있으신 예수님의 역할이 단연 독보적이지만, 그렇다고 일꾼들의 역할 또한 결코 작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결코 혼자 행하시지 않습니다.

남자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시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12광주리에 가득 찼던 ‘빵의 기적’에서도 보십시오. 도무지 빵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6,37) 하시고, 그들이 어디선가 구한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필요로 하시고 받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기적을 일으키실 때나 은총을 베풀고자 하실 때, 언제나 우리의 도움과 협력을 요청하십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시기를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로서는 이보다 더 큰 영광과 기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복음화는 하느님 나라를 우리 세상에 현존하게 하는 것”(복음의 기쁨 176항)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성경에서 종종 보듯이 ‘혼인 잔치의 기쁨’으로 표현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정녕 잔칫집의 기쁨이요 평화, 행복, 즐거움, 웃음, 떠들썩함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앗아가는 예기치 않은 일이 마치 잔칫집에 술이 떨어지듯 찾아 올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회복하는 일, 그래서 본래의 잔칫집을 잔칫집답게 하는 일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이루고자 하시는 세상의 복음화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찾아야 할 협력의 몫인 것입니다.

그 협력의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은총의 중재자’ 이신 성모님이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도와주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려움은 또 무엇인지 아시고, 우리를 불러 예수님 앞에 세우십니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그러면 예수님께서 또다시 우리에게 부탁하실 것입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 “이제 그것을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이때에 우리는 미처 그 뜻을 모르고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소용없는 불필요한 일처럼 느껴져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굳이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귀찮다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빵의 기적’에서 보듯,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그 많은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는 적은 양이라고 아예 꺼내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적도 없을 것이고, 기적의 결과인 기쁨도 행복도 웃음도 없을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오늘도 성모님께서, 또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현존케 하는 복음화 사업’이라는 엄청난 기적을 일으키시기 위해 여러분들의 단장을 통하여 부르시고 활동 지시를 내리십니다.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언제나 “예”하는 마리아의 군단원들이 됩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2월호, 강희성 펠릭스 신부(청주교구 서운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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