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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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종교의 침투: 신천지교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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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15 ㅣ No.368

[신흥종교의 침투] 신천지교회를 가다

이만희 앞에 무릎 꿇고 경배 … “신천지만 구원” 설교


- 신천지교회 주일 낮 예배 풍경. 신자들은 이만희 총회장의 등장에 하느님에 대한 예와 동등한 예를 갖췄고, 설교 내용을 열심히 경청했다.


주일 신천지교회 예배당. 신천지교회 총회장 이만희씨가 등장하자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총회장님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더니 이씨가 입장하는 동안 우레와 같은 박수가 끊어지지 않았다.

흐트러짐 없는 사람들의 자세는 이씨가 “편히 앉으라”고 말하기 전까지 풀어지는 일이 없었다. 사람들이 이런 자세를 할 때는 기도할 때와 이씨가 등장할 때뿐이었다. 사람들은 이씨에 대해 하느님에 대한 예와 동등한 예를 취했다.

“하나님(하느님)의 목적이라는 것은 이 계시록(요한묵시록)에다가 모든 것을 종합시킨 것입니다. 이 계시록이 이뤄지면 하나님의 목적이 이뤄지고 안식이 오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안식하시면 우리도 안식하는 것이지요!”

“아멘!”

이씨가 설교를 시작했다. 이씨의 한 마디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아멘”이라는 우렁찬 응답이 연이어 되풀이됐다. 어떤 사람들은 설교에 나온 성경 구절을 찾아 읽기도 하고 설교 내용을 놓칠세라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기도 했다.

이씨는 설교에서 “예수님은 구약을 이루고 앞으로 펼쳐질 신약을 약속한 것이며 땅끝까지, 즉 우리나라에까지 그 약속이 전파되고 실상이 나타나면서 이제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세계 각국의 언론 보도진이 신천지교회를 주목하고 있으며 각 나라에서 몇 만 명씩 모여서 신천지교회의 초청강의를 요청해 신천지교회를 위해 온 세상이 난리”라고 설명했다.

신천지총회본부. 간판 이외에는 층별 안내 등 아무런 표기가 없었다. 혹여 찾더라도 출입에 제약이 있었다.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교회의 핵심적인 가르침임에도 이씨의 설교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요한묵시록의 실상이 신천지교회를 통해 이뤄짐으로써 신천지교회 신자만이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치면서 요한묵시록의 내용을 강조했다.

기도와 찬양, 설교로 이뤄진 예배의 모습은 여느 교회에서 볼 법한 모습이었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이런 신천지교회의 모습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예배당의 위치는 나오지 않고 신천지교회 홈페이지에도 전화번호만이 있을 뿐 주소나 찾아가는 법 등의 정보를 찾기 어렵다. 신천지총회본부가 있는 과천 일대의 수많은 빌딩에서 신천지교회의 예배당이나 교육시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신천지총회본부 이외에는 간판조차 붙어있지 않고 층별 안내에도 신천지교회가 사용하는 층에는 아무런 표기도 없었다. 혹여 찾더라도 출입에 제약이 있었다. 예배당의 경우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드인식이 필요했고 내부에도 ‘허락된 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함’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장소도 더러 있었다. 내부관계자, 즉 ‘추수꾼’의 인도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땅 짐승과 바다 짐승이 나온단 말이야. 그럼 그 차이는 뭐야? 이게 뭘 의미하는 거야?”

‘추수꾼’의 말에 한 청년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청년은 교회도 꼬박꼬박 나갔고 성경도 읽어 조금은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청년의 혼란은 궁금증으로 변했다.

‘추수꾼’은 요한묵시록을 중심으로 시편, 즈카르야서, 마태오복음 등에서 증거가 될 구절을 찾아 보이며 “바다 짐승은 물인 생명의 말씀 속에 사는 사람들의 조직을, 땅 짐승은 영계의 조직을 의미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판 날을 묘사해 나갔다. 청년은 그럴듯한 해석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문제를 풀어내듯 명쾌한 해답에 감탄했고 성경 구절을 증거로 성경을 해석하는 모습이 더욱 그럴싸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한 청년은 ‘추수꾼’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성경의 일부분을 선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 대전의 신천지교회 건물 전경. 이곳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도 주소나 약도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입장도 내부 관계자, 즉 ‘추수꾼’의 인도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신천지교회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일에 예배로 사람이 가득 차는 것은 여느 교회나 마찬가지지만 평일 낮에 이처럼 많은 청년이 모여 있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신천지교회 예배당에는 평일 낮에도 많은 청년들이 여러 그룹으로 모여 앉아 성경을 두고 공부하고 있었다.

“계시록(요한묵시록) 10장이 의미하는 게 뭐야? 이 말씀을 누구에게 읽어줘야 할까? 아직 역사(役事)가 이뤄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읽어줘야 하는 거야.”

한 청년이 성경과 교리서로 보이는 파란 책을 펼쳐놓고 설명했다. 성경에 나온 단어나 내용을 질문하고 정답을 제시해주는 방식으로 청년들은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았다. 마치 성경은 교과서고 파란 책은 참고서라는 식으로 성경을 읽다 파란 책 찾기를 반복했다. 또 서로 파란 책에서 문제를 내기도 했다. 그 내용은 대부분 요한묵시록의 내용이었다. 청년들은 ‘심판’, ‘멸망’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했고 심지어는 “그러다 심판받아요”라는 농담을 자연스럽게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청년들이 열성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가톨릭신문, 2012년 9월 16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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